5월 31일 한국 대중가수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 BTS가 미국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자들을 만났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을 ‘아시아계와 하와이 원주민, 태평양 섬 출신 미국인들의 문화유산의 달’로 정하고 마지막 날, BTS로 활동하는 한국 청년 7명을 초청한 건데요.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중단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시아인들의 미국 이민은 1,800년대 개척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 미국 역사 발전과 함께 하고 있지만 인구 비율로 보자면 7% 정도의 소수입니다. 그러나 아시아인의 문명적 특성상 고학력자도 많고 전문직, 관리직에 종사하는 인구 비율도 높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시아계 미국인의 수입은 대다수 백인보다 일주일 평균 170달러가 더 높습니다. 이렇다 보니 다른 지역 출신자들에게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또 코로나 대유행 병 발병지가 중국이라는 이유로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아시아인 대상 혐오와 차별의 사례들도 많습니다. 지난해 아시아인 대상 범죄가 그 전 해에 비해 미국 내에서만 300% 이상 늘었습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추고 통합하자고 강조합니다. BTS는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와 다르다고 잘못된 일이 아니다,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평등은 시작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언어로 말하고 다른 문화를 가졌지만 BTS를 좋아하는 수많은 세계의 청년들이 이들의 발언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며 북한 청취자들과 나누고 싶은 생각 두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첫째로는 ‘소프트 파워’ 즉 ‘부드러운 권력, 힘’에 대해서고요. 둘째로는 ‘부드러운 권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세계와 소통하는 길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제국주의 시대는 ‘하드 파워’ 즉 군사력이나 경제력 등에서 우위를 점하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는 문화, 예술의 가치나 문명의 힘에서 우월한 세력이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서 노동착취를 하거나 지구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합니다. 또 세계는 차별이나 혐오보다는 평등과 정의에 가치를 두며 인류에 해악을 끼치는 것들을 줄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두 번째는 세계와 소통을 통해서 더 강력한 힘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인데요. BTS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텃밭은 다름 아닌 한국의 대중문화입니다. 한국의 현대사와 마찬가지로 대중문화도 외국과 교류를 통해서 성장, 발전했습니다. 일찍이 유입된 미국 대중문화 예술에 한국적 요소를 더해 한국의 대중문화가 탄생했고, 1998년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함으로써 당시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는 일본 문화를 배우고 경쟁하며 더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북한 주민들도 지니고 있는 한국 사람 특유의 경쟁심과 성공에 대한 열성도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북한당국이 높이 내세우는 가치를 국제사회가 존중하는 가치 즉 평등, 포용력과 비교해 보면 어떤가요? 노동신문은 ‘우리 당이 세우는 모든 정책은 인민을 위한 정책’이라며 ‘우리 당, 우리나라’가 최고라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날 국제면 기사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거짓에 근거해 비방하는 기사도 있는데요. '사적 소유에 기초하고 불평등을 전제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은 … 다른 사람의 리익을 서슴없이 짓밟는 약육강식의 법칙'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은 ‘우리 당, 우리나라’ 안에서 ‘총비서 동지의 령도’만 따를 것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주장은 다른 나라 정부 또 다른 나라 사람에 대한 혐오에 기초하고 그 결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한국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은 물론, 북한 주민들을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적대 계층에 대한 증오와 차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일제시대에 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지주'나 '사업가'였다며 2022년을 사는 청년의 직장 배치에 악영향을 주는 현상, 전쟁 때 남쪽에서 온 조부모 때문에 교육이나 정치 생활에서 받는 차별은 결국 인권유린입니다.
또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중시하면서도 ‘순수이론 연구 사업은 애국심이 없는 것’이란 단서를 달아서 과학자들의 연구를 제한하며, 자칫 정치범으로도 내몰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비상방역체계에 결함이 드러난 기업소 간부들을 무더기로 처벌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이렇게 원칙 없는 기준으로 차별하고 처벌하는 정책은 국제적으로 우려하는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입니다. 외부와 교류 단절이 혐오의 골을 더 깊게 만드는 것도 걱정입니다.
이처럼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증오하도록 만드는 북한의 정치 선전 방식은 북한 주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북한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도 중단돼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