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아동들의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아동들을 보호하는 체계를 세우자는 취지로 매년 6월 12일을 ‘국제 아동 강제노동 반대의 날’로 지정해 홍보하고 있습니다.
노동하기에 너무 어린 나이임에도 노동을 시키거나 아동의 정신적, 사회적, 교육적 발달에 지장을 주는 위험한 노동에 아동을 이용하는 경우를 아동 강제노동이라고 분류하는데요. 세계적으로 강제노동 피해 아동들 수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유엔은 보고하지만, 2020년까지도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1억 6천만 명의 아동들이 강제노동으로 고통받았습니다.
아동을 강제노동에 이용하는 원인은 대체로 가난 때문인데요. 따라서 아동 노동력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환경에 처한 가정을 구제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사회적 보호망이 필요하다고 유엔은 강조합니다.
북한당국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협력하고 있는 유엔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라는 계획이 있습니다. 유엔 참가국들이 선진국, 개발도상국, 저개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발전을 위해 세운 일종의 목표인데요.
여기에는 아동 대상의 모든 종류의 강제노동을 근절할 조치를 즉각 마련한다는 항목도 있습니다. 유엔 기구인 국제노동기구 (ILO)는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아동 노동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위험한 아동노동의 종류를 목록으로 만들고, 고용 가능 최소 연령에서 18세까지 아동들을 위해 특수 보호 장치를 제공하는 등의 구체적인 조치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 당국은 ‘지속 가능한 목표’ 달성 상황을 검토하는 유엔의 ‘고위급 정치 포럼’에서 ‘모든 종류의 강제노동을 금지한다는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 보고서에 “청년 대상 강제노동과 아동 노동이 전 세계의 일반적인 문제지만 조선에는 존재하지 않기에, ‘지속가능한 목표’ 중 해당 지표는 이미 달성되었다”라고 썼습니다.
사실일까요? 말씀드린 북한당국의 보고서는 지난해 6월 유엔에 제출됐는데요. 그해 5월 말경 노동신문 기사는 ‘황해북도 안의 중등학교, 고급중학교의 700여 명 졸업반 학생들도 어렵고 힘든 부문으로 탄원’했고 황주중등학원 50여 명 원아들이 ‘도안의 협동농장들로 달려 나갔다’고 자랑스럽게 보도했습니다. 졸업반 학생이라면 16세나 17세지요. 18세 미만으로 법적 보호 대상인 아동입니다만, 중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인 아동들을 ‘어렵고 힘든 부문’으로 탄원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아동들은 협동농장이나 발전소의 건설장, 돌격대, 탄광 등지로 배치됐는데요. 즉 유엔이 분류한 아동 강제노동의 범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위험한 직군입니다.
여기서 추가로 발생되는 기본적 인권 유린들 또한 심각합니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아동들이 위험한 노동 환경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수행하면서 로임도 못 받고 일해야 하는 것은 아동 강제노동이자 노예노동입니다. 여기에 더해 탄원한 학생들이 탄광이나 농촌으로 배치된다면 죽을 때까지 이 지역을 벗어나는 건 거의 불가능하죠. 북한에서는 살고 싶은 곳 어디서나 각자의 의지나 취향대로 살도록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위반하는 인권유린입니다.
세 번째로는 개인의 취향을 무시하고 직업에 배치됐으므로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자유에도 위배되고요. 네번 째로는 북한당국이 정치적으로 강조하는 선전선동에 따라서 강제적으로 탄원하게 했기 때문에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도 위배됩니다. 또 있는데요. 중등학원은 부모나 친지가 존재하지 않는 아동들이 교육과 숙식을 제공받는 시설이죠. 따라서 가장 취약한 계층의 아동들을 가장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몰아넣는 것, 그리고 돈 있는 학생들은 탄원 대상에서 뇌물 주고 빠져나오는 관행, 이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방조하는 상황은 차별이고, 기본적인 인권유린입니다.
그렇다면 보고서 제출 이후, 아동들에게 탄원하라는 강제가 사라졌을까요? 노동신문에는 올해도 청년들이 험한 지역으로 탄원했고 그 청년들이 어려운 축산기지 등에서 잘살고 있다고 설명하는 기사가 수없이 많습니다.
아동노동 착취가 중학교 졸업반 학생에게만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특히 지금처럼 농촌지원 활동이 절실히 필요한 농번기에는 아이들을 동원하는 게 북한 협동농장의 관행이지요. 여맹과 대학생은 물론, 고급중학교 학생들도 모내기 전투에 동원되고 있다는 내부소식통의 보도가 많습니다. 코로나비루스 때문에 마스크를 2-3개씩 착용하고 뙤약볕에서 모내기해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한다는 내용도 전해졌습니다.
아동들의 농촌지원 전투는 유엔의 협조를 받으면 해결방안이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유엔의 식량농업기구 (FA0)는 지속 가능한 농업 기계화 계획들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농기계 지원을 받는 것은 북한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유엔 제재 때문에 좀 더 토론과 협상이 필요한 문제로 보입니다만, 북한이 노력하기에 달린 문제 같습니다.
또한 로임 없는 강제노동이나 강제로 탄원하게 만들어 험지에 배치하는 관행도 일한 만큼 보상을 늘려감으로써 노동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며 동시에 경제력을 키우는 방안을 찾아볼 수 있을 건데요.
‘아동 강제노동이 없다’는 뻔한 거짓을 유엔에 보고하는 것보다, 국제노동기구의 권고에 따라 가장 핵심 원인을 찾는 게 급선무로 보입니다. 북한당국은 왜 여러 산업 부문과 농사를 위해 아동을 포함한 전 주민들의 강제적 노력 동원에 의지해야만 하는지 그 원인을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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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 에디터: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