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남한 사람들에게는 참 특별한 의미가 있는 달입니다. 남한에 민주화를 가져온 역사적 사건인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그해 6월 10일부터 촉발돼 독재반대와 민주화를 외치는 함성이 전국으로 퍼져 갔습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민적 노력의 결과로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 대통령 직선제 도입 요구가 6월 29일에 받아 들여졌습니다. 6월은 중국의 국민들에게도 상당히 의미있는 달입니다. 1989년 6월 4일 베이징 천안문광장의 민주화를 향한 함성 때문입니다. 당시 10만 여 명의 중국 청년, 학생, 시민들이 천안문 앞 광장에 모여 민주주의를 외쳤습니다. 안타깝게도 중국 공산당 정부가 탱크를 동원해 시민들을 유혈 진압했습니다. 비록 중국청년들의 민주화를 향한 염원은 탱크에 짓밟혔지만, 천안문 광장을 가득 메웠던 민주주의와 시민정신, 인권의 가치는 전세계 사람들 속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지난 한주 홍콩에서 벌어진 대규모 집회로 6월을 또 한번 역사 속에 새기게 됐습니다. 백만 명 이상의 홍콩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홍콩의 자주권과 민주주의를 외치며 경찰과 맞섰습니다. 세계 언론은 홍콩의 주요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 폭력을 휘두르는 경찰에 대항에 싸우고 있는 시민들의 사진들을 내보냈습니다. 사람들은 30년 전의 천안문광장에 모였던 베이징 사람들을 연상케 한다며 민주화를 외치는 홍콩시민들의 투쟁을 지지했습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이래 가장 큰 규모로 벌어지는 거리 집회인데요. 올해 3월 말 경에 홍콩 행정부가 마련한 ‘도주범과 형사사건에 대한 상호 법률 협력 법안’ 때문입니다. 이 법안에 대한 홍콩 입법부의 1차 심의가 지난 4월 초에 있었고 지난 12일에 2차 심의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홍콩시민들이 입법부 주위를 에워싸고 법안 반대 집회를 며칠 째 벌이고 있어서 지금은 심의가 연기 됐습니다. 이 법은 형사사건과 관련된 살인 등 중대 범죄자들을 범죄인 송환 협의가 공식적으로 없는 국가나 지역에라도 홍콩 행정부가 범죄인을 그 나라로 돌려 보낼 수 있게 만드는 법입니다. 따라서 이 수정법에 근거해서 홍콩 시민은 누구라도 중국 당국에 체포될 위험에 놓일 수 있다며 반대합니다. 동시에 홍콩 행정부는 중국본토에서 도망 나온 사람들의 은신처로 악용될 여지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홍콩 시민들의 우려는 단순히 범죄인 인도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홍콩 자치권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홍콩은 아편전쟁 이후 1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영국의 지배 하에 있었고 그 때문에 아시아 지역의 금융과 경제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자유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중국 당국은 홍콩의 특수성을 인정해 도시의 자치권을 인정하고 정치적으로는 한 국가지만 경제적, 법적으로는 다른 체제를 유지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일 국가 두 체제의 구조를 중국 당국은 2047년까지 보장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홍콩의 법체계는 중국과 달리 과거 영국의 법체계를 따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에는 사형이 집행되지만 홍콩에는 사형제도가 없으며, 엄격한 법치주의가 살아 있습니다. 홍콩시민들은 중국의 여타지역 시민들과는 달리 정치적 시민적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 중국 본토에서는 활동할 수 없는 국제적인 인권단체들과 심지어 중국 공산당 반체제 운동단체들까지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남한 등 일반 민주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 언론의 독립성 등 기본적인 사회권과 경제권들이 홍콩에서는 보장되고 있는 것이죠.
그간 중국 본토에서는 당국이 법체계를 무시하고 인권활동가와 예술인들을 체포하고 고문하거나 가택연금한 사례들이 적잖이 있었기에 홍콩시민들의 우려가 현실화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홍콩의 자치권은 점차로 무시되고 중국 당국의 독재 체제 안으로 귀속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겁니다. 홍콩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침해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 중국의 정치적 압력에 홍콩이 휘둘릴 수 있다는 압박감 그리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홍콩 시민들의 의지가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어 보입니다.
전 세계 30개 가량의 대도시에서 지지 시위를 하고 인터넷에서도 홍콩 시민의 입장을 지지하는 운동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려는 세계 활동가들의 연대의식을 볼 수 있습니다. 홍콩의 이 법안이 어떻게 결론 맺을지는 모르겠으나,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홍콩 시민들의 6월의 함성과 그 정신은 분명 홍콩과 중국의 역사를 더 나은 방향으로 끌고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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