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었습니다. 분쟁이나 박해를 피해 자국을 탈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는 건 국제사회의 당연한 의무라는 점을 되새기자는 취지에서 유엔이 지정한 날입니다.
난민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인간으로서 품위 있게 대우 받아야 하며, 종교, 인종, 국적에 상관 없이 안전하게 보호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전 세계가 공통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엔은 망명할 나라를 찾아 떠나는 것도 인간이 누리는 가장 근본적인 인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6월 24일은 유럽 동부에 위치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지 딱 넉 달째 되는 날이었는데요. 지난 4개월 동안 유럽 여러 이웃나라로 떠난 우크라이나 난민 수가 5백 2십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난민 위기에 직면했기에 올해 세계 난민의 날이 좀 더 특별했습니다.
이날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자기가 받은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아서 세계인의 화제가 됐는데요. 러시아의 독립적 언론사 ‘노바야 가제타’의 편집장 드미트리 무라토프의 노벨상 메달은 1억 350만 달러에 팔렸습니다. 이로써 역사상 최고가로 팔린 노벨상이 됐습니다. 무라토프 편집장은 경매 시작 전 무대에서 인사말을 했는데요. “나는 더 이상 이 노벨상을 볼 수 없게 되겠지만, 난민 어린이들에게 미래를 되돌려 주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판매 수익금 전액은 유엔의 아동기금, 유니세프가 우크라이나의 난민 어린이들을 위해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난민을 보듬어 안는 것은 이렇게 특별한 사람들만의 도리는 아닙니다. 영국에서는 일반인들이 최소 6개월간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임대료를 받지 않고 자기 집을 빌려줄 수 있습니다. 영국인 일반 가정집에 들어와 살게 되는 난민들은 영국 비자도 받고 3년 동안 학교 교육과 의료보험, 직장도 보장받는 제도인데요. 난민에게 무료로 집을 내주는 집주인에게는 영국 정부가 매달 약 370달러를 준다고 합니다.
이 제도는 원래 ‘우크라이나 가족 비자 제도’에서 비롯됐는데요. 영국에 친인척이나 가족이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가족비자를 쉽게 내주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영국에 친척이 없는 대다수 난민들에게는 차별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일었고, 이에 영국 정부는 친척이 없어도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머물 가정을 제공하는 계획을 다시 내왔습니다. 이 정책으로 현재 영국에서 보호받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지난 21일까지 135,900명이라고 합니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국제적 운동에 대해서 말씀 드렸는데요. 전 세계 148개국이 당사국인 유엔 난민 관련 규정과 협정은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 등으로 인해 난민의 생명과 자유가 위협 받을 법한 나라로 돌려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합니다. 이에 따라 자기 나라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 피난처를 찾아 조국을 떠날 권리도 보장 받습니다. 이 권리는 북한도 당사국인 ‘유엔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으로도 보호받는데요. ‘사람은 누구나 어디서든 살 곳을 선택할 자유와 이동할 자유를 가지고 또 나라를 자유롭게 떠날 수도 있다'며 거주 이전의 자유를 규정했습니다.
북한의 노동신문도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이해 난민 문제에 대해 다뤘습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표를 인용해 1억 명이 넘는 난민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6월 초에도 1억 명이 넘는 난민 사태를 우려하며, 세계는 ‘곪을 대로 곪아버린 상처가 터져 버린 듯 말그대로 악의 란무장’이라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즉 세계는 인간 증오사상에 가득하지만 ‘우리 인민은 지금까지 누려온 무병무탈’로 행복하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인민을 위한 우리 당의 정책’ 덕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병 사태를 ‘전례 없는 국난’이라고 표현할 정도지만, ‘우리 당, 우리 나라, 우리 세상’을 강조하며 우리끼리 뭉쳐서 국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기 위한 기사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는 난민 문제를 한 나라의 문제로 국한해서 취급하는 게 아니라, 전 인류의 문제로 보며 함께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인류애에 기초한 국제사회의 태도는 북한의 코로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백신 요청을 기다리지만 북한당국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국제화된 지구촌에서 위기에 처한 난민들을 위한 협력이나 코로나 대유행병에 대처하는 공동의 태도는 인본주의적 가치를 공유하는 현대 문명의 특징이자 생명력이기도 합니다. 인류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므로 국제 연대의 힘으로 함께 대처하자는 건데요. 세계 난민의 날을 기념하면서 유엔의 안토니오 구테레스 사무총장이 ‘난민들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한 말과 같은 의미지요.
북한당국도 ‘우리나라’만 외치며 주민들에게만 국난의 부담을 지울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하는 연대의 장에서 상생의 방도를 함께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노벨 평화상을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기꺼이 내놓은 무라토프 편집장이 한 말처럼 ‘어린이들에게 미래를 돌려주는 길'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