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해서 기념하는데요. 6월 6일은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는 현충일이고 북한이 남한으로 침략해 내려와 한국 전쟁이 시작된 6.25도 6월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한국전쟁 발발 73주년을 맞이해 전쟁에 참여했던 분들의 노고와 헌신에 감사하는 행사들이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이 열리고 있는데요, 이런 기회를 통해 전쟁 이후의 역사를 돌아보게 됩니다.
한국 전쟁에 2만 6천 여 명의 병사를 파병했던 캐나다 정부는 지난 25일 수도 오타와에서 한국전 참전 용사들을 초청해 기념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어서 7월에는 국가보훈부가 이분들을 한국으로 초청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북서부에 위치한 모로코에서 최근 한국전 참전 용사의 유족을 확인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 올해 81세, 아스리 씨의 부친이 프랑스 군인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총상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모로코 주재 한국 대사관의 노력으로 공식 확인됐습니다. 아스리 씨는 아버지 없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며 이제라도 부친이 어디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분 또한 올해 안에 한국 방문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멕시코에서도 약 10만 명이 참전했는데요. 주멕시코 한국 대사관은 이들 중 생존한 세 분의 참전용사와 유가족을 모시고 멕시코 참전용사의 날을 기념했습니다. 그 외 호주와 벨기에, 그리스, 에티오피아 등 세계 여러 나라의 한국 대사관들이 참전 노병들을 모시고 이들의 헌신과 희생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한국의 국가보훈부는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용사들과 유가족 4만 5천 여 명을 한국에 초청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더해 에티오피아와 필리핀, 태국 등 일부 국가의 저소득층 참전용사 후손들 850명에게 장학금도 지급합니다.
지난 해 11월 참전 용사 한국 방문 행사 차 한국에 왔던 네덜란드의 한 노병은 과거를 회상하며, “전쟁이 가져다 주는 고통 그리고 한 나라에 끼칠 영향을 알았기에 한국전에 참가했다. 한국의 성장에 적게나마 기여한 것에 자부심을 가진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주 한국 네덜란드 대사는 “90대의 참전 용사들은 본인의 노고와 전우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점을 자랑스러워 한다”며 한국을 방문했던 참전 용사들의 심경을 대신 전했습니다.
참전 용사들은 당시 존재도 모르던 아시아의 작은 국가, 상하수도는 물론 전기도 없는 볏짚과 진흙으로 만든 움막들이 가득하던 낯선 땅에 와서 목숨 걸고 전장에 몸을 던진 청춘들인데요. 70년이 지난 지금, 90세의 노병으로 돌아와 본 한국에서 자신들의 헌신과 희생이 인류 문명의 진보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북한도 한국 전쟁이 시작된 6월을 특별히 기념하는 분위기입니다. 노동신문은 ‘평양시 전쟁로병보양소’에서 생활하는 전쟁 노병들의 활동을 소개하며 ‘전승세대’의 노고를 치하했고요. 조중친선 우의탑을 완공하고 지난 28일 완공식을 진행하며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돌에 즈음하여’ 중국과의 친선 관계를 자랑했습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한국 전쟁에 대해 항상 ‘조국해방 전쟁 승리’라고 주장합니다. 한국 전쟁에서 승리한 측이 북한이라면 왜 전승국인데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한국이나 미국을 대하지 못 하는지 의문입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국가인데도 지난 70년 동안 ‘미국과 남조선이 공화국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주민들을 경계 시키고 국경을 걸어 잠그는 행보는 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데요. 과거 냉전 시기야 사상 이념적으로 다투던 때이니 어쩔 수 없었지만, 최근 20-30년의 북한은 전쟁에서 승리한 나라의 행보를 취하지 않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했다면 베트남(윁남)이 하는 것처럼, 자신 있게 나라를 발전의 길로 이끄는게 당연한 수순인데요. 휴전협정 이후 7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북한은 주민들의 기초적인 먹을거리 걱정에 바쁘고, 무엇이 겁이 나는지 외국과는 외교 관계도 제대로 가지지 않는 비정상적인 국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국의 123만 명의 젊은 생명을 희생시켜 전쟁을 도왔는데요. 전쟁 이후에도 여전히 국가의 상황이 불안하고 성장하지 못하고 국제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북한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우리 청취자 분들도 이 지점을 잘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이 전쟁은 수백 만의 사망자와 유족, 그리고 이산가족의 고통과 분단의 비극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전쟁 승리’라고 선전하는데요. 사실상 이 비극적인 전쟁에서 승리한 측은 북측도 남측도 아닙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참전 용사들에게 직접 찾아가 감사 표시를 하며 자국 방문을 청하고, 유자녀에게 장학금도 주는 남한의 행보는 전쟁을 치른 나라의 최소한 예의로 보이는데요.
참전 용사들의 노력과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한반도의 한쪽이라도 이런 역량을 갖춘 나라로 성장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전쟁 이후 남북이 체제는 달리해도 비슷하게 함께 경쟁하며 발전해 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호국보훈의 달'을 보내며 이상한 백일몽을 꿔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