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남한 국회에는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바로 이어 다음 날, 국가인권위원회는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남한에는 성별, 나이, 장애의 유무 또는 직장에서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이미 존재합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을 정확히 발견하고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서 종합적 해석에 도움을 줄 법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명하는 차별의 개념은 직, 간접적인 차별과 특정인을 멸시, 모욕하거나 위협하는 행위, 혐오스러운 표현의 사용과 같은 괴롭힘과 성희롱, 차별을 조장하는 선전 광고 행위 등입니다. 또 직원을 고용하는 과정이나 직장 내에서 그리고 물건을 사거나 사회 봉사시설을 이용할 때, 학교에서나 행정 처리 등에서 차별이 있으면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복을 위해서 불이익을 주는 차별 행위의 경우엔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게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으로 정했다고 차별이 없어질까요?
인간의 의식과 습관을 바꾸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인종차별 등 각 종 차별을 없애는 시민권 법안을 1964년 7월 2일에 제정했습니다만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흑인이나 동양인은 백인보다 열등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피부색이나 생긴 모습이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게 쳐다 보거나, 사회적인 불이익을 주는 행위들이 없지 않습니다. 북한에선 인종이나 출신 국가에 따른 혐오 발언을 주로 선전선동부가 하고 있습니다. 일본사람들에 대한 악의적인 표현들, 남한 사람들이나 남한으로 떠나간 탈북자들에 대한 모욕적이고 혐오스런 언사들이 정치행사에서 난무합니다. 특정 피해자가 현장에 없더라도 이것은 명백한 차별적 행위이며 나아가 심각한 외교적 결례입니다.
사실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만드는 행위는 우리의 사고방식과 의식을 바꾸는 것에 비하면 오히려 쉽습니다.
북한의 여성 차별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북한엔 여성 차별이 존재합니까? 조선에서는 법적으로 남녀가 평등하다고 정하고 있으며 여성은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로써 남성과 똑같은 권리를 행사하며 여성차별은 없다고 답변할 겁니다. 그러나 실제 생활 속에서 여성을 존중하는가 살펴보면 문제가 많습니다. 보통 남편은 직장에 나가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지만 부인은 시장에서 보안원의 경계를 피해가며 힘겹게 돈벌이를 하지요. 집으로 들어와서도 집안 청소며, 저녁식사 준비며, 육아까지 거의 모든 집안 일을 여성 혼자서 떠맡습니다. 경제 생활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역할이 크지만 '여자는 시집만 잘 가면 된다'는 말은 일상적이며 여성은 자기 삶의 주체가 아니라 피동적 존재로 여기며 무시하는 생각들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남녀평등이 북한 사회에 이뤄졌다고 여기지요.
군대가지 못한 사람과 비당원에 대한 차별은 어떻습니까. 북한 사회에서 출세하려면 군대를 나와야 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군대를 나오지 못한 사람은 원하는 직업을 얻을 수 없고 당원도 될 수 없는 것이 차별입니다. 또 농장원의 자식은 농장원밖에 될 게 없고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공부를 할 수도 없으며 자기가 원하는 도시에 살면서 다른 직업을 가질 수가 없지요.
적대 계층에 대한 차별도 심각합니다. 100년 전 조부모님의 직업이 나의 현실을 결정한다니 얼마나 부당합니까. 문건조사에서 걸려 당원은 엄두도 못 냅니다. '남녀평등'이라는 말처럼 '노동자, 농민이 차별 없이 잘 사는 나라'라는 말은 정치구호에만 존재합니다.
평양 사람과 지방 사람 사이의 차별은 어떻습니까. 지방에서 평양으로 올 수 없도록 막아 놓고 평양시민들만 특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보다 더 큰 차별은 백두혈통 외에는 참정권을 누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정치에 참여해서 투표하는 권리만이 아니라 정치인으로 나서서 투표로 뽑힐 권리도 민주주의의 기본 권리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중앙당 간부를 포함한 고위층은 물론이고 일반 주민 모두 참정권에서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개인이 선택하거나 노력해서 만든 조건들이 아니라 태어나면서 주어진 특성과 환경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 공공의 혜택에서 제외되는 차별은 심각한 인권유린입니다. 동시에 국가의 발전과 진보를 가로막는 중대한 장애물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외부의 여건과 천성적인 조건으로 차별 받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도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 수준 높은 문명 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겠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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