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국제언론들은 북한에서 구금됐다 풀려난 호주인 북한 유학생 보도로 떠들썩 했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조선문학 석사과정을 공부하던 호주인 알렉 시글리 이야기입니다. 결국 지난 4일, 시글리가 가족과 연락이 끊긴지 열흘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간 스웨덴 대사관 관계자들이 호주 정부를 대신해서 북한 당국에게 실종자 문제를 제기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끝에 풀려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는 지구상 가장 폐쇄적인 국가 북한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에 대해 뉴스 보도들을 내보냈습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북한에 장기간 거주하는 외국인의 생활에 대해 소개하며 대략 200명 정도의 서양사람들이 평양에 거주한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외 단기간 북한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는 지난 한 해 중국인이 120만 명이었고 서양인은 5천 명이 좀 덜 된다고 보도했습니다. 2019년 전 세계의 국제화 수준을 생각할 때 5천 명 미만의 서양인 방문객 수도 엄청나게 적습니다만 장기간 체류하는 서양 사람이 2백 명 밖에 안 된다니 더 충격적입니다.
이렇게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도 극단적으로 적은데다가 북한의 일반주민들은 인터넷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언론은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도 없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언론 환경은 국제적 사건이나 정치적 주제에 있어서 북한주민들에게 왜곡되고 편향된 생각을 주입시킬 우려가 있다고 국제사회는 보고 있습니다.
물론 로동신문의 6면에서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지만 로동신문의 국제면은 남한이나 다른 나라 신문의 국제면 보도와는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서 영국 언론의 5일자 국제면에는 중국 당국이 신장지역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수백 명을 혁명화 교육한다는 보도나 미국 독립기념일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연설, 수단 군부가 야당과 권력이양에 대해 협의했다는 내용, 중국의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홍콩주민들의 대규모 집회에 대해서 소개했습니다. 그 외에도 세계 모든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내용들을 다 다뤘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로동신문 국제면은 체코, 키르기스스탄, 에티오피아, 러시아, 네팔 등이 과거 1964년 6월 19일에 김정일이 당중앙위원회 사업을 시작한 것을 축하했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반미 시위가 있었다는 보도, 그 외 반미 의식을 고취시키는 비판 기사들, 남한의 보수정당을 협박하는 보도들로 국제면이 구성돼 있습니다.
저도 지난 10여 개월의 로동신문 기사들을 살펴보고 집중 분석을 해봤는데요. 로동신문의 국제면에는 실질적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주거나 세계정세에 핵심적 영향을 주는 사실에 대한 보도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 대신 적대국에 대한 적개심 고취를 위한 기사들이 차지합니다. 서방선진국들과 남한과 일본 그리고 일제시대나 한국전쟁 시기에 일어난 잔인한 살인사건들을 상세하게 묘사해서 혐오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북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살인이나 강도 사건은 로동신문에서는 한 건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서방선진국의 끔찍한 사건사고들을 잔인한 방식으로 소개하면서 이들 나라에서는 미래가 없다는 식으로 보도합니다. 그 다음 자주 나오는 기사들은 쿠바나 러시아, 인도네시아, 베네수엘라 등 우호적인 나라들이 김일성 김정일의 업적을 칭송했다는 기사들입니다. 두 가지 방식의 보도들은 주민들에게 적대국들에 대해서는 강한 증오를 품고, ‘조선의 령도자가 추켜드시는 사회주의기치 아래 주민들이 똘똘 뭉쳐서 투쟁할 것’을 강조하는 기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이 문제인가요? 먼저 정치적인 목적과 이유로 객관적인 사실을 왜곡하거나 거짓으로 주민들의 생각과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언론의 윤리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일반적인 나라에서는 범죄행위입니다. 더 안 좋은 것은 주민들에게 외국과 외국사람들에 대한 적대적 감정, 증오와 혐오를 심어주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도 준수해야 하는 국제인권규약은, 각국 정부의 의무조항에, 이 같은 증오와 혐오를 조장하는 선전선동을 자국 문제에서는 물론 국제 문제에서도 공히 법률로써 금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증오와 혐오 감정을 조장하는 행위가 국제법 위반이나 인권유린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건강한 정신과 인간의 품성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습니다. 국민 전체가 세계의 주요 국가들에 대해서 증오심을 품고 있어 특정 국가를 혐오하는 풍조가 만연한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는 아닐 것입니다. 또 다른 나라 사람들은 죽일 듯이 혐오하면서 우리끼리 사랑하자는 선전선동은 논리도 없고 설득력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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