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 본사를 둔 해커어스라는 인도계 소프트웨어 회사가 온라인 코딩 경연 대회, 즉 컴퓨터 언어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대회에서 북한 대학생들이 상위권에 오른 것이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 5월 20일부터 일주일간 열린 대회에서는 800점 만점을 맞은 북한 대학생들이 1위부터 4위를 차지했고 또 10위에 오른 참가자도 북한 대학생으로 796.08점을 받았습니다. 다시 말해, 최상위권 10명 중 절반을 북한 학생이 차지한 겁니다.
이 대회는 매달 열리고 있는데요. 5월 대회에서는 김일성종합대학 학생이 2위에 올랐고 4명의 김책공대 학생들이 10위 권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6월에는 김대 학생이 2위, 김책공대 학생 3명이 5, 6, 9위를 각각 차지했습니다.
이 경연대회에서 상위권에 드는 참가자를 살펴보면 단연 인도계 학생들입니다. 그다음으로는 중국 학생들이 많고요. 미국과 아르헨티나, 이집트 그리고 한국 등에서 각각 한 명씩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한국, 인도, 중국은 기초과학, 컴퓨터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교육 열기가 높은 나라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 결과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컴퓨터 전문가들은 북한 학생들의 우수한 성적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렇게 최고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력을 갖춘 북한 청년들이 앞으로 세계 인터넷 안보를 위협하고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기술자로 양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우려가 타당하게 들리는 이유는 북한이 당국의 지도하에 한국과 세계 여러 나라의 국가기관, 개인, 기업을 대상으로 수많은 해킹 사건을 저질러 온 것이 그 원인이고요. 또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게는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 인터넷 접근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국, 인도와 중국 등 국가들은 전 국민 대상 컴퓨터 과학 교육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인터넷 통신망 등 시설 부문의 공급도 충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 산업 분야는 물론 대중 학생들의 컴퓨터 과학 기술과 지식의 배양이 전반적으로 잘 이뤄집니다. 하지만 북한의 대다수 학생은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인트라넷 통신망도 접속하지 못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도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코딩 경연대회에서 북한 학생 5명이 최우수 성적을 거뒀다는 건 특이한 현상입니다.
최근 저는 2019년경까지 북한에서 고급중학교와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청년, 여러 명을 만나 봤는데요. 대학교 공부를 위해서도 인트라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이용해 본 적이 없고, 문건이나 자료들을 컴퓨터로 본 경험도 없다고 합니다. 인쇄기마저 다 등록돼 있어서 원하는 문건을 자유로이 인쇄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습니다. 학생들이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것은 게임과 영상편집 정도라고 합니다.
이처럼 북한 학생들이 인터넷으로 정보나 학습자료, 도서를 접하지 못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인데요. 좀 더 우려되는 지점은 청년들 사이에서 도서관을 이용하거나 학술 자료들을 찾아서 읽고 공부하는 분위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청년들 사이에 독서 문화가 없다는 것을 북한당국도 잘 알고 있는지, ‘전 국민이 지식형 인간, 기술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 발 더 나가 김정은 총비서는 “사회의 모든 성원이 현대 과학기술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북한 사회의 모든 성원이 현대 과학기술을 알 수 있을까요. 문건을 검색할 수도 없고 자료를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또 한국어로 잘 설명된 현대 과학 기술 논문, 도서 등은 대부분 남한의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접하는 건 장기 교화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행위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당국은 ‘전민을 과학기술 인재로 준비시키고, 현대 과학기술로 인민대중을 무장’하라고 강조하면서, 과학기술과 정보를 얻을 방법들은 모두 불법으로 처벌하는 겁니다. 이 두 정책이 얼마나 대립적이고 모순적인지 북한당국이 알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북한당국이 과학기술 교육정책을 통해 국가 부흥을 이루고 싶다면, 선진국의 과학 교양도서, 최신 정보 과학 기술 서적과 학술 논문들만이라도 중학교와 대학교의 통신망으로 학생들이 읽고 공부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합니다. 인트라넷을 활용한 교육정책은 부차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겠는데요. 바로 북한당국이 김책공대와 김일성종합대학교 학생들을 국제사회를 위협할 해커로 육성한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난을 다소나마 피할 수 있을 겁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