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는 취약 계층의 주민들과 힘없는 사람들을 더 효율적으로 보살필 수 있고,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사회가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궁극적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실현과 인권상황 향상에 도움 되는 방법이 바로 다양한 가치와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8일 노동신문에 ‘김일성 동지의 사망 28돌’을 추모하는 기사들만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북조선을 창립하고 기틀을 세운 주석의 서거를 추모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노동신문만 보자면, 온 나라가 28년 전의 장례식을 아직도 치르고 있는 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 유훈을 철저히 관철하여 수령님과 장군님의 생전의 뜻과 념원을 현실로 꽃피워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는 기사들뿐이었는데요. 이에 따라 비료생산 화학 부문이나, 경공업과 농업 등 모든 경제 부문에서 아직도 유훈 실현을 외치고 있습니다.
사회의 곳곳을 한두 명의 지도자와 그 가족 또는 지도부만의 결정과 책임으로는 다 보살피지 못합니다. 다양성을 받아들인 사회의 모습은 정책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단위를 최고위급에 두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지방 자치 단위에 둡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더 빠르고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지방자치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한 이후 더 다양한 사회복지 봉사사업을 펼칠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이제 한 명만 사는 일인 가구가 32%에 달합니다. 2~3대가 한집에 사는 전통적 가족 문화는 찾아보기 힘든데요. 이렇게 되자 단독 세대에 필요한 복지정책이 요구됩니다. 홀로 사는 노인 세대가 많은 지방의 군 단위 자치정부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혈압을 재고 건강 상태를 기록, 관리하고 의약품도 챙겨주는 사업을 진행합니다. 밑반찬을 만들어 노인 세대에 전달하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머리 손질과 목욕을 도와주는 사업, 생일날 생일잔치를 열어주는 봉사사업까지 다양하게 제공합니다.
일인 세대 중 거의 40%가 20~40대의 청년 세대인데요. 서울시는 이들을 위해 아플 때 병원 방문을 도와주는 봉사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시간에 4달러만 지불하면 신청한 시간에 봉사자가 집 앞에 와서 병원까지 동행하고 진료 후 약국에서 약 받고 귀가할 때까지 보살펴주는 봉사 사업입니다. 일인 세대 청장년층 시민들이 함께 모여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모임도 시 정부가 지원하고요. 요리도 배우고 정신건강과 심리치료를 지원하는 봉사사업도 있습니다. 장애인을 위해 특별 교통수단을 지원하고, 장애인용 텔레비전을 보급하고, 장애 학생들의 학습을 위한 기기 제공, 학습 봉사자 배치, 집청소, 목욕을 도와주는 봉사 등 취약계층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지방 자치정부의 복지 봉사사업으로 가득합니다.
정부가 미처 살피지 못한 부문들은 시민단체들의 몫이 됩니다. 최근에는 북한을 떠나 한국 사회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회 봉사사업들이 많습니다. 지난달에는 6.25 전쟁에 참전했던 유공자 어르신들에게 탈북민 자원봉사자들이 과일, 음료수와 기타 음식들을 요리해드리는 봉사 활동이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소소하지만 다양한 의견과 가치들이 반영돼 더 큰 성과를 거둔 사업들도 꽤 많지요. 장애인들이 아슬아슬한 산악 등반이나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행 봉사 사업도 있습니다. 영국 청년들은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 남아메리카 지역의 커피콩을 오직 풍력으로만 가는 범선에 실어 유통하는 회사를 차려서 세계적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미국에는 식료품 가게에서 상하지 않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나 내다 버려야 하는 식재료들을 모아 깨끗하게 요리해 그 지역 꽃제비들을 위한 음식 봉사를 하는 시민단체들도 있습니다.
돈벌이, 자원봉사활동, 정부의 정책까지 일상생활의 작지만 다양한 요구를 창발적인 발상으로 사업화한 것인데요. 사업 관리 단위가 주민들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을 세세하게 잘 맞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 이런 식의 접근은 사회적 문제를 쉽게 해결하게 합니다.
북한은 거의 모든 것이 최고위 지도부에 달려있고 노동신문이 말한 것처럼 모든 사업 부문이 ‘유훈 실현'에 초점 맞춰져 있습니다. 이제 북한 사회도 28년 전의 가치나 이념을 기초로 국가발전을 도모할 만큼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28년 전의 가치로 현재 북한의 20-30대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모든 부문의 사업을 ‘유훈’에 기댄다는 전근대적인 사고에서 벗어 나기 쉬울 텐데요. 선대의 ‘유훈’은 역사적 기록으로 고이 간직하고, 이제는 지역 주민들이 현실에서 필요한 요구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