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잦은 사형집행으로 국제 인권단체의 질타를 받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중국의 서남쪽에 길게 자리한, 말레이 반도 끝에 있는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입니다.
싱가포르는 1인당 국내총생산이 약 13만 4천 달러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잘 사는 나라고, 깨끗하고 안전하기로 유명해서 사람들이 가장 여행해 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영상(이미지)을 자랑하는 부자나라 싱가포르에서 올해 들어 사형이 빈번히 집행되고 있다니 참 놀라운데요.
28일에는 19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을 교수형으로 처형했습니다. 45세의 이 여성은 마약의 한 종류인 헤로인 30그램을 밀거래해서 2018년에 사형선고를 받았고 이번에 집행되었습니다. 같은 해에 헤로인 50그램을 거래해서 사형선고를 받았던 56세의 한 남성도 이에 이틀 앞선 지난 수요일에 교수형을 당했습니다.
사실 싱가포르에서 마약사범의 사형 집행이 크게 주목 받게 된 계기는 올해 4월에 집행한 처형 때문입니다. 말레이시아 청년 ‘나가엔드란’이 헤로인 43그램을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반입한 이유로 교수형 당한 사건인데요. 나가엔드란의 사형 집행일에 앞서서 4백 여 명의 싱가포르 시민들은 이번 사형집행이 부당하고 잔인하다며 비판했지만 그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싱가포르 시민들과 국제 인권활동가들의 공분을 산 이유는 나가엔드란이 지능지수가 상당히 낮은 장애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싱가포르 정부는 마약제조 유통에 책임 있는 범죄 집단보다 단순 운반책으로 이용당한 힘없는 사람들을 시범격으로 사형시킨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된 것이지요.
싱가포르 법은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헤로인 15그램 이상을 거래해서 기소되면 사형을 내리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가 마약을 막기 위한 방어책으로 사형하는 것은 마약 근절과는 크게 연관이 없는 인권유린이라고 국제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비판합니다. 거기다 전 세계적인 추세는 사형제도를 법적으로 철폐하거나 법은 그대로 두지만 실제로는 집행하지 않는 정책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싱가포르의 빈번한 사형집행은 현재 인류 문명의 진보에 역행하는 것이라 비판합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는 매년 전 세계의 사형집행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발행하는데요. 이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으로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나라는 112개국이고요. 일반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나라는 9개국이랍니다. 그리고 법적으로 사형제도 폐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10년간 국가의 정책과 관행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나라는 125개 국가라고 합니다. 유엔 회원국가 193개 국 중 125개국, 즉 지구상 3분의 2 이상의 나라들이 사실상 이제는 사형을 폐지했다는 뜻입니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중대범죄에 대한 사형집행에 대해선 어느 정도의 대중적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류 문명의 빠른 발전과 함께 인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도 크게 진보한 것을, 세계의 사형제 폐지 추세로 알 수 있겠는데요.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비판적 인식 수준도 높아졌고 반인권 행위에 대한 대중적 비판과 분노도 자연스런 현상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을 통해서 여러 나라의 내부 사정까지 투명하게 공유하고 토론하는 상황이므로, 인류 전체에 해악이 되는 관행들은 스스로 감시하고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건데요. 이번 싱가포르의 마약사범 처형 사건들에 대한 국제적 비판도 이 같은 맥락 속에서 이해하면 됩니다.
사형집행 문제에 있어서 안타깝게도 북한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국제적 비판을 많이 받는 나라입니다. 북한 형법 및 기타 관련법을 보면, 싱가포르처럼 마약 거래와 밀매는 당연하고 아편 채취죄도 사형 대상이고요. 반민족 범죄와 중대 살인죄는 물론이고 코로나 대유행병이 돌기 시작하던 2020년에 처음 채택된 비상방역법에 따라 비상방역 질서를 어긴 일꾼들도 정상이 심각한 경우 사형집행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보통의 나라에서 범죄가 되는 행위들보다 더 다양하고, 훨씬 가벼운 죄질의 행동들이 북한에선 사형 대상입니다. 심지어 사회 문화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 북한의 특이한 점입니다.
올해 1월에 채택한 ‘평양문화어보호법’은 ‘괴뢰말투’ 즉 남한 방식의 말을 하거나 글을 주고받거나 서체를 쓸 경우 정상이 무겁다면 무기노동교과형이나 사형에 처한다고 정했습니다. 남한식 말투를 다른 사람에게 배워주거나 편집물, 녹화물을 유포할 경우도 사형입니다. 이런 종류의 법은 다른 나라 법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영어를 쓰는 어느 나라에서 미국에 대한 적대적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식 발음이나 어휘로 말하면 처벌하고 처형까지 한다는 법이 있다면 충격적인 인권 문제지요.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처벌은 대상이 범죄인이더라도, 인명과 인간 존엄성을 경시하는 반인륜적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인명을 가벼이 여기는 태도는 살아 있는 일반 주민들에 대한 존중의 마음도 가볍다는 뜻입니다. 다른 말로는 인권을 함부로 다룬 다는 것과 같고요. 북한은 거기에 더해 사형의 대상이 되는 범죄 행위의 기준 요건이 너무 낮은 것도 문제지요. 그만큼 북한당국이 우리 주민들의 생명과 존엄성 그리고 인권을 가볍게 여기는 근거이기에 안타깝습니다.
북한도 국제사회의 성원으로서 인민제일주의의 정신에 따라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국제적인 추세에 동참하는 것이 어떨까요?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