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인 제임스 러브락이라는 영국인 환경과학자가 103세의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러브락 박사는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너무나 익숙한 개념인 환경운동 관련 이론과 원칙을 이미 1970년대에 세계에 소개한 인물인데요.
환경문제 관련 기술자이기도 했던 러브락 박사는 지구 환경문제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해서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기술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만들었고요. 지구 온실효과 때문에 발생하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일찍이 경고하며,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구 환경에 해롭기 때문에 석탄 등 화석 연료 대신 원자력 발전을 대안으로 주장한, 현실적 환경주의자였습니다.
특히 이런 연구의 배경이 되는 ‘가이아 이론’을 만든 과학자인데요. 이 이론은 생존하는 유기체들은 지구의 환경적 무기물 즉 재화들과 상호 작용한다는 내용입니다. 지구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생명체들은 상호 상승작용을 하는 데다 환경을 자율적으로 조절 가능한 체제를 조성하면서 진화한다는 원리입니다. 이 가설은 그가 1970년대 동료 과학자들과 고안한 이론인데요. 지구상 생물계와 유기체의 진화는 지구의 온도와 바닷물의 염분 농도, 물, 대기 중 산소량 등 다양한 환경적 변수들 즉 무기물이 지구 생명체의 거주에 상호 영향을 미치며 생존을 위해 진화한다는 이론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의 이름을 차용해 만든 이 이론의 내용은 어떻게 들으면 북한 청취자 분들에게 생소한 내용은 아닐 듯합니다. 철학적 관념으로 접근하자면 주체철학과 일맥 통하는 지점이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주체철학에서 인간의 본질적 특징 중 하나는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보는 것을 기초로 하고 있지요. 즉 사회적 존재인 인간의 생명력은 인간의 육체에만 생명을 체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내는 인공적인 객관적 대상 즉 사회적 재부에도 체현시켜 이용하는데요. 따라서 다른 사회성원들도 물질적 힘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사회 공동의 생명력이 상승된다고 했습니다. 즉 물질적 재부와 정신적 재부 그리고 사회적 협력 체제까지 다 인간의 생활력으로써 사회적 존재인 인간의 속성이라고 주체사상은 정리를 합니다.
주체철학은 여기에 더해 인간의 본질적 속성으로 자주성 즉 인간이 자연의 주인으로서 자주적 지위를 차지하고 자주적으로 살려는 삶의 요구와 창조성 즉 창조적 역할을 중요한 인간의 속성으로 봤습니다. 인간의 자주성과 창조성에 더해 핵심적으로 중요한 속성이 사회적 협조성이지요. 인간이 개인적인 존재인 동시에 집단적 존재로서, 개인의 생명과 생명이 결합되어 서로 다르지만 공동의 이해관계에서 협조하는 운명을 같이하는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인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한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고 주체철학은 이야기합니다. 인간중심 세계관인 주체사상 이론은 인간 생명의 변화 발전을 위해 사회적 재부는 물론 사회적 협력관계를 확장하는 생명력을 인간의 속성이라고 봤습니다.
러브락 박사의 가이아 이론과 주체철학의 공통분모를 찾아 본 이유는 지난 22일 한국의 통일부가 통일과 대북정책에 대한 기본 원칙과 핵심 추진 과제를 발표한 내용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2022년 통일부 업무추진을 위한 5대 핵심 과제에는 ‘남북 상호 존중에 기반한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개방과 소통을 통한 민족동질성 회복’이라는 두 가지 내용이 포함 되어 있습니다. 특히 남북한 주민들간의 상호 이해와 공감대를 넓혀가기 위해서 언론과 출판, 방송 등을 단계적으로 개방해 나갈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 정책의 실현을 위해서는 남북한 당국간의 상호 동의와 협력이 필요한 건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물질적 재부와 정신적 재부인 출판, 언론과 방송, 그리고 남북간의 사회적 협력체계까지 동원해서 결합하고 협조한다면 더 강력한 생명력을 지닌다는 주체철학의 이론적 측면을 투영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남북한이 언론을 개방해서 협력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텐데요. 남한의 통일부가 올해 업무 추진계획으로 내세운 북한 언론의 남한 개방은 이뤄지기만 한다면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서 기대가 큽니다.
물론 일부 남한의 여론은 북한의 노동신문이 남한에 개방되는데 대해 거부감을 가질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세계 여러 다른 나라들의 다양한 정보들에 이미 익숙한 남한 사람들은 북한의 언론이 만드는 정보에 대해서도 점차로 거부감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주민들은 이미 사상적으로 정신적으로 북한의 정치 지도 사상으로 강하게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남한의 언론 내용을 접하게 된다면 큰 문제 또한 없으리라 보입니다. 더 강력한 인간의 생명력을 가질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는, 오직 북한당국의 결심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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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