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북한에선 왜 종교가 국가의 안정을 해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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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은 종교나 신념 때문에 발생한 폭력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국제적인 추모일입니다. 이 날은 2019년 유엔 총회 결정으로 지정되었는데요.

이는 유엔 헌장은 물론이고 세계인권선언에서 강조하는 ‘사상과 양심과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한번 더 확고히 하자는 목적입니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종교와 신념의 자유, 그리고 개인적 의견과 그것을 표현할 자유, 평화적 집회의 권리, 결사의 자유가 상호 의존적이고 보완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므로, 종교와 신념에 기반한 어떤 식의 편협함이나 차별 때문에 관련된 모든 권리들이 제한 받는다면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세계 모든 국가들의 공통적 인권 기준인 유엔의 인권선언은 종교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여러 조항에서 강조하는데요. 인권선언 2조는 사람이 권리와 자유를 누리는데 있어서, 타고난 인종이나 민족은 물론이고 종교와 정치적 견해에 따라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16조는 결혼하고 가정을 이룰 권리를 누리는데 종교가 제약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요. 18조는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과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는 원칙을 명시했습니다. 덧붙여 이 권리에는 ‘종교 또는 신념을 변경할 자유’ 그리고 ‘자신의 종교나 신념을 표현하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 날을 기념하여 유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도 성명을 발표하고, 특정 종교나 정치적 신념을 혐오하거나 배타적으로 차별하는 행위를 확고하게 비판하라고 정치 지도자와 종교 지도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종교활동에 대한 폭력적 대응이나 차별은 어떠한 해결책도 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말은 북한 주민들도 유엔의 당사국 국민으로서 정치적, 사상적, 양심적 그리고 종교적 신념을 가지거나, 변경하거나, 때로는 그 종교나 신념을 저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도 개인적인 생각, 선호하는 사상과 신념에 따라 정치활동이나 종교활동을 할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이고요. 북한 주민들의 ‘사상과 신념과 종교의 자유’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노동당이 보호하고 보장해야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북한의 헌법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북한 헌법 제 68조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이 권리는 종교 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 같은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장된다”라고 명시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은 누구 눈치보지 않고 또 감시받지 않고 헌법으로 보장하는 종교활동을 맘껏 하고 계신가요? 일요일에는 가까운 교회에 나가서 목사님 설교도 듣고 기도하시나요? 또는 절에 가서 불경을 듣고 108배 절하며 명상을 즐기기도 하시나요? 최소한 생각날 때마다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어야지 헌법이 명시한 종교의 자유를 보장 받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북한의 다른 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활동을 금지합니다. 국내법이 헌법 내용에 위배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데요. 2021년 9월에 채택한 ‘청년교양보장법’의 41조는 ‘청년들이 하지 말아야 할 사항’ 16가지를 나열했습니다.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 범죄와 마약 관련 행위는 당연히 포함되고요. 청년들이 하지 말아야 할 사항들 중 세 번째로 꼽은 것이 바로 ‘종교와 미신행위’입니다. 미신행위야 자칫 사회질서를 해칠 수도 있으니 금지할 만하다고 판단할 수는 있겠으나,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활동을 범죄행위로 취급한 것은 법리에도, 국제적인 상식에도 어긋나 보입니다. 이 법의 마지막 45조는 처벌에 대한 것인데요. ‘이 법을 어겨 엄중한 결과’를 일으켰을 경우는 ‘행정처벌법'이나 ‘형법'에 따라 책임을 지우고 처벌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즉 노동단련대 뿐 아니라 교화형까지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종교활동을 보장할 것이냐, 금지할 것이냐에 대해 한 나라의 법이 이렇게 모순적인 내용을 동시에 담고 있는 것은 인권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과 공통의 가치, 그리고 북한의 정치 사회적 현실이 모순적 상황이기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입니다. 청년교양보장법 40조에 “청년은 국가의 법을 의무적으로 준수하며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과의 투쟁에 적극 떨쳐나 국가와 사회의 안정을 철저히 보장하여야 한다”며 ‘준법기풍 확립’을 당부하고 있고요. 또 헌법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조항에 덧붙여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사회질서를 해치는데 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합니다.

법 조항을 잘 되새겨 읽어보면, 북한 주민들에게 종교와 사상과 정치적 신념을 자유로이 가질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는 상황은 북한 사회의 안정과 국가와 사회 질서를 해칠 것이라는 북한 당국의 우려가 표현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세계 거의 모든 종교가 다 들어가 있는 최고 부자나라 싱가포르는 왜 안정적일까요? 여러 종교는 물론 정치적 갈등도 첨예한 다양한 정치 단위가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 사회는 왜 안정적으로 잘 살기까지 할까요? 그렇다면 왜 북한 주민들만 ‘국가의 안정'이라는 이유로 종교도 마음대로 못 가질까요? 왜 북한 청년들만 정치적 양심적 신념도 개인의 뜻대로 판단해서 가질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상황인가,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져보면 어떨까요?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