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국제연대와 지속가능발전목표

비동맹운동(NAM) 회원국 지도
비동맹운동(NAM) 회원국 지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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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쁠럭불가담운동'의 날을 맞아 북한 외무성이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 선진국들에 반대해서 비동맹운동 회원국들이 단결하고 협조해야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물론 블럭불가담운동의 의미는 이미 과거 1990년대 초반을 지나며 소련 중심의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의 블럭이 해체되면서 무의미해졌습니다. 하지만 북한 외무성은 이제는 존재하지도 않는 제국주의에 반대해 지구 남반구의 국가들이 단결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주장을 하면서 북한 외무성은 ‘2030 지속개발의정’ 이행을 언급했는데, 한국 언론들은 오히려 이 대목에 주목했습니다.

영어 약자로 SDGs 또는 ‘2030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라고 부르는 '지속개발의정'에 대해 북한 당국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국제사회도 잘 알고 있는데요. 유엔의 지속개발의정은 2015년부터 유엔의 모든 회원국가들이 동의해 국제사회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았습니다. 즉,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모든 나라가 공동으로 추진해야 할 목표를 설정했는데요. 국제사회는 2030년까지 이행하고 달성할 목표를 영역별로 나눠서 17개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빈곤 탈피, 기아 종식, 건강한 삶, 질 높은 교육, 남녀간 평등, 깨끗한 에너지 보장, 경제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깨끗한 마실 물과 위생문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도시와 주거지 조성 같은 국가가 협력해서 성취해야 할 17개 목표입니다.

모든 유엔 회원국가들은 이 목표들과 그 하부의 169개 지표를 잘 실행하고 있는지 4년마다 한 번씩 SDGs 이행에 대한 자발적 국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북한도 지난해 7월에 보고서를 제출했을 뿐아니라, 매년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지속가능한개발의정 관련 시민사회 토론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보건상도 “지속가능개발의정에 제시된 목표들이 사회주의강국건설을 위한 정책에 부합된다고 보고 지지한다”고 국제사회에 선언했습니다.

지속개발의정은 17개의 국가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측도나 기준을 선정한 것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사실은 북한당국이 주장하는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목표들입니다. 더 구체적인 지표들을 살펴보면 유엔의 여러 인권기구나 규약들에서 강조하는 기본적인 인권문제를 해결하자는 내용들입니다. 앞서 언급한 가난을 탈피하자는 목표는 주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목표이고요. 질 높은 교육의 목표도 교육 받을 권리와 원하는 정보를 국경에 상관 없이 다 받아들일 권리도 여기에 해당 되는 문제입니다.

이처럼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문제와 국가 발전 문제를 같은 목적으로 추진하는 국제적인 사업이 바로 지속개발의정, SDGs인데요. 유엔에서 공동으로 추진하는 활동들에 북한당국이 이렇게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경우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과 국제기구들도 북한의 지속개발의정 이행 활동 참여를 환영하며 지켜보는 추세입니다.

지난 1일 서울에서는 ‘2022 한반도국제평화포럼’이 진행됐는데요.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전 세계 여러 기구들과 유엔 전문가들이 모여 한반도의 평화와 인권 그리고 남북한 관계 발전 및 경제발전 등 총체적인 안건에 대해서 토론하는 행사였습니다. 이 자리에서도 당연히 북한당국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속개발의정의 다양한 목표들을 이행할 방안에 대한 토론들도 있었습니다. 즉 북한당국이 이 목표들을 이행하는데 남한이 어떻게 협력해서 같이 목표를 달성할지에 대한 토론들이었습니다. 지구환경을 보호하자는 목표를 위해 남북한이 함께 산림과 하천을 가꾸자는 계획도 토론했고요. 남북한 도로를 연결하고 도로 상태를 개선하는 문제와 북한의 식량문제를 불러일으키는 자연재해에 남북한이 공동으로 대처하자는 논의도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북한주민들의 인권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문제 그리고 북한의 심각한 인권문제를 함께 풀어가자는 토론도 있었습니다. 지난 8월에 임기를 새로 시작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도 토론에 임했는데요. 살몬 특별보고관은 북한인권을 위해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고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 북한정부와 대화와 연대는 물론 북한주민들과 국제사회와 연대도 필수적으로 중요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서 인권도 향상하고 주민 삶의 개선도 이뤄내자는 얘기인데요. 이것이 바로 북한 외무성의 쁠럭불가담운동 성명에서도 언급한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의 취지에 부합하는 자세입니다. 하지만 북한당국은 비동맹국가들과는 연대해서 반제국주의에 앞장 서자면서, 정작 남한에서 제안하는 실질적인 북한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지속가능한 개발 방안들은 묵살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