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추석연휴가 막 시작됐습니다. 추석을 활용해 가족 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에서 명절을 보내는 익숙한 모습 중 하나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텔레비전의 오락쇼나 음악과 영화를 즐기는 것이기도 합니다. 특히 명절기간에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텔레비전 통로에서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 만담, 오락쇼들을 무수히 내보냅니다. 이번 주는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대중문화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인간의 기본적 인권 중 문화를 향유할 권리에 대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북한도 가입하고 최고인민위원회에서 비준해 당사국이 된 유엔의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문화적 권리에 대한 설명이 여러 조항에 걸쳐서 나와 있는데요. 모든 인민이 보장받아야 하는 자결권에 대해 설명한 1조는, 자결권에 기초해 모든 인민은 정치적 지위를 자유로이 결정하고,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발전을 자유로이 추구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평등권과 노동 관련 권리에서도 문화적 발전을 꾀할 권리를 기본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제적인 인권 전문가들은 문화적 권리, 또는 문화를 향유할 권리에서 특정 문화에 대해 증오와 혐오를 행하는 것이나 자국의 문화적인 특수성을 내세우며 주민들의 인권 침해를 정당한 것인양 선전하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강조합니다. 북한당국이 남조선 문화를 비사회주의로 또는 북한주민들의 전통적인 사회주의 양식을 해친다는 이유로 처벌하고 금지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의미인데요.
최근 RFA 내부소식통의 전언에 따르면 사회안전성 소속으로 건설 노동에 동원된 군인들이 오락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즐겼는데 노래를 부르는 창법이 한국식이라며 비사회주의 현상이라고 질타했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 있던 간부들에 대한 비판도 강도가 높았다는데요. ‘이런 비정상적인 문제를 뻔히 보면서도 즉시 대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간부와 군인들 대상 사상전을 벌일 것을 지시했다는 보도였습니다. 하지만 상상해 보자면, 음악 전문가도 아닌 안전성 간부들이 젊은 군인들의 노래법을 분석해 남한식인지 북한식인지 분간해서 인식하지는 못했을 것이 뻔합니다. 현대식 대중음악에서 어떤 것이 남한식 창법인지를 골라내는 것은 음악 전문가라도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현대적인 음악을 즐겼다는 이유로 처벌을 한다니, 이게 바로 문화적 권리 및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인권유린입니다.
2022년의 현대 지구상에는 거의 공통된 문화적 요소와 현상들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18-19세기 이전이야 한반도에서 중국이나 일본으로 이주하는 것도 힘들었고, 심지어 경상도와 전라도로 건너 다니는 것도 쉽지 않던 시대였습니다. 따라서 도 간, 지역 간의 특색이 두드러지는 건 당연해서 민요나 판소리에서도 지역별 창법이 구분됩니다. 하지만 1950년대를 지나면서 현대화가 시작돼 교통 통신의 발전 그리고 냉전의 종식으로 이제는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도 쉬워졌습니다. 그러자 지구는 공통의 문화 유산을 함께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인터넷으로 국경에 상관 없이 다른 나라 영화, 드라마, 음악을 상호 즐기는 시대입니다. 옷차림도 마찬가지로 전 세계가 거의 동일한 옷차림을 즐깁니다. 심지어 북한 장마당을 거니는 여성의 옷차림이나 남한의 커피숍에 앉아서 커피를 즐기는 여성의 옷차림에는 엄청난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이처럼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지구에서 한국의 K-pop 대중음악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된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한국의 여성 밴드, 블랙핑크는 미국과 전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명성을 자랑하는 대중음악 인기 순위 ‘빌보드 순위’에 올랐습니다. 실시간으로 세계에서 가장 각광 받는 대중음악 100곡을 매주 발표하는 ‘빌보드 순위’에서 9월 첫 주에는 22위, 이번 주는 53위에 올랐답니다.
북한당국은 미국 등 적대국에서나 남한의 대중음악을 즐긴다고 오해할 수도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블랙핑크의 노래하는 영상을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즐긴 나라의 목록을 보면, 브라질에서 4억 4천 만 명이 봤고요. 그 다음은 멕시코, 페루,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등의 순위로 블랙핑크의 음악 영상을 즐겼습니다. 즉 문화를 즐기는 데에 있어 국경이 사라졌고 대중문화의 취향도 거의 국제화 또는 평준화된 현상을 볼 수 있는데요.
가난하거나 부자거나 상관 없이, 그리고 사는 나라의 주요 정치사회적 색채가 사회주의식이냐 자유주의식이냐에 상관 없이, 누구나 즐기고 싶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을 모두가 누릴 수 있게 된 혜택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문화의 창조적 분위기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세계 예술가들은 전 세계의 문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더 창조적이고 더 재미 있고, 더 예술적인 대중문화를 제작하고 있는데요. 소비자가 더 다양하기 때문에 더 창조적인 내용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사회안전원 청년들이 세계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방식으로 노래를 불렀다가 정치적, 사상적으로 위험에 빠지게 됐다는 보도는 전 세계가 즐기는 대중문화를 북한 청년들에게만 차단하고 있는 북한의 상황을 확인해 준 건데요. 이는 주민들의 문화적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인 것은 물론이고, 세계의 문화예술적 수준에서 북한 청년들을 뒤떨어지게 만드는 정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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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