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국제노동기구 ‘ILO’의 ‘강제노동협약’에서 ‘강제노동’이 무엇인지 그 정의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강제노동’은 ‘개인의 자발적 의지로 제공하지 않고 처벌의 위협 때문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모든 노동과 봉사’를 의미합니다.
지난 9월 초, 국제노동기구가 전 세계의 강제노동 정황을 연구한 보고서를 발행했는데요. 이 보고서는 북한의 강제노동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경제범으로 수감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강제노동에 주목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교화소의 혹독한 환경에서 동원되는 강제노동은 ‘현대식 노예제도’이며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책임을 규명할 반인도범죄에 해당된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여기서 말한 ‘혹독한 환경’은 지나치게 긴 노동시간, 굶주림, 전반적 노동 현장의 열악한 환경조건, 노동자들을 위한 의료지원의 부재, 작업 목표를 채우지 못했을 때 받는 처벌 등입니다. 또 교화소뿐 아니라 노동 단련대에서 받는 가혹한 노동 처벌도 강제노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상 북한의 강제노동은 교화소와 단련대 수감자들은 물론이고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하므로 오랜 기간 국제적 관심 사안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 유엔 총회가 진행 중인데요. 조만간 전 세계의 인권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유엔 총회 제 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토론장에 등장하게 됩니다.
이번 토론에서 다뤄질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보고서에도 북한 주민의 강제노동과 노동자들의 권리문제가 포함됐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전 국민을 동원해서 국가적 건설 사업을 진행하는 관행에 대해 비판하는데요. 군인과 돌격대는 물론, 인민반과 학교를 통해서 여성들과 아동들까지 강제노동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침 지난 22일 한국의 여러 언론이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에서 어려움에 처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강제노동과 무보수 노동 착취는 북한 영토 내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북한 당국이 국제적 약속을 어기고 핵개발을 하며 자처한 유엔 제재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중국 업체의 물품 생산이 중단됐다는 내용입니다.
유럽과 미국 등지의 의류업체들은 북한 노동자들이 제조한 의류를 수입할 경우 유엔 제재를 위반하게 됩니다. 따라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중국 공장과 거래할 수 없는데요. 문제는 북한이 코로나 대유행 병으로 국경을 닫고 있기 때문에 중국 내 약 10만 명에 달한다는 북한 노동자들이 귀국도 못 하고 경제활동도 못하는 상황에 발이 묶인 겁니다.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각자 벌어들인 수입 중 많게는 90%까지 당국에 바치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생활할 기회이자, 북한에서보다 더 많은 돈을 벌 기회이기에 주민들 속에서 해외 파견 일자리는 인기가 높습니다.
이런 와중에 김정은 총비서는 북한의 동서를 가르는 대운하 건설 계획을 들고나왔습니다. 보통의 국가에서는 국가 기반 시설 건설 계획이 발표되면 지역경제 부흥은 일자리 창출, 그리고 완공 이후 관광 사업으로 얻을 수입까지 다양한 방식의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돌격대와 군인들의 무보수 강제노동, 주민들의 건설 자재, 후방물자 지원으로 국가 대상건설이 진행됩니다. 돌격대원들이 모여들기에 지역 장마당의 활기가 없진 않겠지만, 주민들에겐 노력 동원 등 생활에 더 큰 장애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같은 날 노동신문 기사는 ‘당 결정은 우리의 생명이며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집행해야 할 지상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인민 경제의 모든 부문과 단위 일꾼들, 근로자들’에게 ‘무조건, 철저히, 정확히 당의 결정을 수행’하라고 독촉했습니다. 이날 노동신문 기사는 국제노동기구가 정의 내린 ‘강제노동’을 통해서 인민 경제계획을 수행하라고 다그치는 북한 당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요. ‘충성심’을 보이지 않을 경우에 ‘처벌’받을 수 있다고 ‘위협’함으로써 ‘개인의 자발적 의지’는 무시한 채 해당 주민들을 대상건설로 내모는 모습입니다.
북한 당국이 적어도 지역 공장 기업소에서 받는 수입금 등을 이용해 돌격대원들에게 매월 쌀 20kg 정도 로임을 준다면, 북한당국이 항상 주장하는 인민 경제 생활도 개선되고 대상건설도 성공적으로 수행될 것이며 무엇보다 국제사회에서 받는 ‘강제노동’에 대한 비판도 줄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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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 에디터: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