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독일 언론인이 지켜낸 정의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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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9년 10월 3일에 태어난 독일 언론인 카를 폰 오씨이츠키 (Carl von Ossietzky)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씨이츠키는 1912년에 독일 군인으로 징집돼 1차 세계대전에 참전까지 했는데요.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몸으로 직접 경험 했던 탓에 1922년에는 ‘더 이상 전쟁은 안 된다’는 뜻의 ‘니 비더 크리그 (Nie Wieder Krieg)’라는 단체를 창립하는데 기여하고 1927년에는 독일의 자유주의 정치 주간잡지 벨트뷔네(Weltbühne)의 편집자로 일을 합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독일군 지도부가 비밀리에 다시 군대를 중무장하고 있던 사실을 오씨이츠키가 이 주간지에 폭로합니다. 독일 군대의 무장은 1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함께 체결한 베르사이유 조약을 위반한 불법 행동이었습니다. 나치의 무장은 2차 세계대전의 준비였는데요. 이로써 오씨이츠키는 1931년에 국가반역죄로 18개월간 감옥생활을 했습니다. 당시 히틀러가 총리가 되고 나치당이 독일의 정권을 잡게 되었지요. 이에 오씨이츠키는 언론인으로서 나치의 파시즘에 반대하고 독일의 극단적 민족주의에 대항합니다.

하지만 1933년 2월 말에 또 체포됐고 이번에는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습니다. 수용소에서 3년간 고문을 받은 탓에 1936년에 베를린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게 됐고요. 이로써 국제사회는 언론인 오씨이츠키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수호를 위한 투쟁에 대해 알게 됐고 그해 11월 노벨평화상을 수여합니다. 하지만 나치정부는 그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론이 다루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수용소의 모진 고문으로 얻은 병으로 2년 뒤 48세에 사망했습니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는 카를 폰 오씨이츠키를 추모하며 그의 언론인 정신을 기리는 작은 동상을 세웠습니다. 또 오씨이츠키의 이름을 딴 거리와 고등학교까지 지어서 나치 독재와 파시즘에 대항한 언론의 정신 그리고 평화의 가치를 기리고 있습니다. 비록 오씨이츠키는 나치정권의 거대한 파시즘과 민족주의 광풍을 막지는 못했지만, 1930년대 초부터 오씨이츠키는 반유대주의가 독일 민족주의와 같으며 점차로 종교적 색채까지 띠면서 독일이 거대한 위기에 직면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엄혹한 나치의 서슬 아래서도 독일 민족주의와 반유대주의가 독일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는 독일의 양심이자 정의를 위해 싸운 언론인으로 현재까지도 빛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인터넷으로 누구든 손쉽게 언론과 지식, 정보를 접하고 정의도 외칠 수 있지만 당시 나치독재에 핍박 받는 민중에게는 종이 신문과 잡지, 라디오 만이 세상을 보는 통로였으니 오씨이츠키의 활동이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거의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은 오씨이츠키가 목숨을 걸고 지키던 신문의 역할을 이제는 인터넷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세계 모든 나라에서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이나 전기처럼 인터넷을 곁에 두고 쓰고 있습니다만 북한은 다르지요. 독일 나치 시절에도 정부가 하는 일이 불법적이며 정의에 어긋난다는 기사를 쓰는 오씨이츠키와 같은 언론인이 있었습니다만, 북한에는 정의를 말하는 민간의 언론인은 물론이고 언론의 역할을 하는 인터넷 마저 주민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바로 지난주 즉 9월 28일은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제 보편적 정보접근의 날’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보다 하루 앞선 27일은 인터넷을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검색도구인 ‘구글'의 20회 생일이기도 했습니다. 구글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보의 거대한 바다인 인터넷에서 원하는 것을 검색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인데요. google.com이라고 주소를 치면 흰색 바탕에 단순한 구글 간판이 뜨고 그 아래 빈 칸이 나옵니다. 그 빈칸에 예를 들어 ‘김정은'이라는 검색어만 넣으면 김정은과 관련된 모든 정보들이 다 나옵니다. 단 0.37초만에 3천 2백 개가 넘는 신문기사와 논문, 그림, 영상자료, 관련 서적 정보 등등 온갖 김정은 관련 자료 목록들이 쫙 나옵니다.

내가 원하는 자료의 제목에 버튼만 누르면 어떤 자료든 다 살펴볼 수 있지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구글로 인터넷을 검색한다 해도 과장은 아닐 정도로 생활화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인터넷을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전세계의 지식과 정보, 문화에서 얼마나 뒤쳐져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러기에 지난 28일 ‘국제 보편적 정보접근의 날’을 기념해서 유네스코는 유엔 회원국가의 모든 정부는 자국 국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정보접근 권리를 법으로 지정해서 인터넷 정보접근의 자유에 있어서 누구도 뒤처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운동을 펼쳤습니다.

80여년 전에 언론의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싸웠던 오씨이츠키가 지켜준 가치를 오늘날 지구인들은 인터넷에서 실현하고 공유하고 있는데요. 북한주민들도 지구상 다른 나라 국민들에 뒤처지지 않고 구글로 원하는 지식과 정보를 검색할 수 있을 날이 빨리 와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