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많은 영화에 출연하고 제작도 해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프랑스 배우 줄리엣 비노쉬와 마리옹 코티야르, 그리고 고혹적인 여성미가 돋보이는 이자벨 아자니라는 배우가 있는데요. 최근 이 배우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쥐고 가위로 싹둑 잘라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의 언론들이 보도하기로, 벨지끄 가수, 영국인 영화 제작자 등 50명이 넘는 유명인사들이 머리카락 자르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합니다.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인스타그램’에 머리카락 자르는 영상을 올리는 활동은 세계 각지로 이어달리기 하듯 점점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터키의 멜렉 모쏘라는 가수는 공연 도중에 머리카락을 잘라 이 활동에 동참했고요. 지난 5일에는 유럽 의회의 스웨덴 의원이 의회 총회에서 연설을 마치며 준비해 온 가위로 머리카락을 잘랐습니다. 스웨덴 의원 아비르 알 사라니는 의회 단상에서 “이란이 자유로워질 때까지, 압제자들보다 우리의 분노가 더 거대해질 겁니다. 이란 여성들이 자유를 찾을 때까지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 맞서겠습니다. 여성, 생명, 자유!”라고 외친 뒤,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고 단상에서 내려왔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을 이렇게 일어서게 한 원인은 지난 9월 16일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한 22세 여성 마샤 아미니의 죽음 때문인데요. 이란 여성 아미니는 이란의 ‘종교도덕경찰’에 체포돼 수감 중 사망했습니다. 아미니가 체포된 이유는 1979년 이란 혁명이 그 배경에 있습니다. 이란 혁명 후 이슬람 율법에 따른다며 모든 이란 여성들에게 ‘히잡’이라는 수건을 머리에 착용할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보이지 않게 덮으라는 교시였는데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은 관공서 출입은 물론 직장 출근도 금지했고, 길거리에서 일반 대중들의 폭력과 희롱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1983년에는 히잡 의무화 방침이 형법에 등재돼 히잡을 쓰지 않을 경우 법적 처벌까지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성들을 교화한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의 폭력이 정당화 됐습니다. 하지만 2020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72%의 이란 국민들은 히잡을 강제하는 법률에 반대했고, 15%만이 찬성 했답니다. 그럼에도 이란 정부는 여전히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여성들이 불안함을 느낀다’고 억지 주장으로 여성 대상 폭력과 차별을 조장했습니다.
아미니는 형법과 히잡 착용 단속의 희생자가 됐는데요. 아미니의 히잡이 느슨해져 머리카락이 보였다는 이유로 경찰이 체포해 구금시설로 보냈습니다. 함께 구금됐던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경찰들이 마샤 아미니를 심하게 폭행했다고 합니다. 체포 후 두 시간 만에 병원으로 이송됐고, 병원에서 두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사망했습니다. 사망원인은 심장마비와 뇌정지라고 알려졌습니다.
느슨한 히잡 때문에 머리카락이 보였다는 이유로 22세 청춘을 죽게 했단 사실은 이란 국민들과 전 세계 사람들을 분노케 하기 충분했습니다. 이란에서는 곳곳에서 거리시위를 하며 정부와 맞서 싸웠고요. 세계적으로는 대륙과 정치, 종교에 상관 없이 터키, 캐나다, 시리아, 독일, 칠레 등지에서 이란의 히잡 정책과 여성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는 집회들이 연이어 열렸습니다.
옷 입는 방식 때문에 경찰이 주민들을 잡아들이는 관행은 우리 청취자분들에게 낯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북한당국은 ‘우리의 것을 귀중히 여기고 적극 빛내여 나가는 것 등은 우리 인민의 고유한 생활방식’이라고 주장하며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확립하기 위한 사업은 (중략) 정치사업, 계급투쟁’이라고 강조합니다. 옷 입는 방식도 계급투쟁으로 정치화해서 규정을 어기는 것은 “원쑤의 총구 앞에서 조는 것과 같은 자멸행위이며 사회주의 건설을 망쳐먹는 길이다”라고 위협하지요. 북한에서 청바지나 몸에 끼는 옷을 못 입게 하고 남한 드라마에 나올 법한 의상도 금지하는 건 이제 새로운 정보도 아닙니다. 북한에서 규찰대를 동원해 여성 옷차림을 단속한다는 사실은 남한 사회에도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의복이나 문화를 즐기는 것은 유엔 인권규약으로 정해둔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입니다. 북한당국도 가입하고 북한 형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도록 비준까지 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 있는데요. 이 규약의 11조는 “당사국은 모든 사람이 적당한 식량, 의복 및 주택을 포함하여 (중략) 적당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와 생활조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권리를 가지는 것을 인정한다”고 정해뒀습니다. 즉 이 조항에 따라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옷을 입고 즐길 권리와 자유를 인정받아야 하며, 국가가 제한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북한주민들 대상 의복 규제나 이란 여성들 대상 히잡 착용 강요는 국제적 인권 규정을 어긴 사안입니다. 아미니의 죽음으로 전 세계 여성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며 희생자와 연대를 표시하고 이란 정부의 부당한 처사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생활방식 규제, 다양한 문화를 즐길 권리를 제한하는 정책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 사람들의 인권 의식을 거스르는 행위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