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미국의 공영라디오 방송인 NPR에서 한국과 관련된 흥미로운 내용을 방송했는데요. 미국 전역의 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의를 신청하는 학생 수가 급증했다는 보도였습니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어 수업에 등록한 미국 대학생들의 수가 78%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 조사를 실시한 현대언어협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국어 수업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대학별 동아시아 학과들이 한국어 수업을 늘리기 위해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왜냐면, 동아시아 언어학과에는 전통적으로 중국어와 일본어가 주류였기 때문에, 적당한 한국어 교원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그런데도 미국 대학에서 한국어 강의는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총 171개가 개설되며 1.5 배 이상 늘었습니다.
세계 언어학계도 최근 10여 년간 한국어가 국제사회에서 더 중요한 언어로 부상하고 있다며, 세계 3천 개 정도의 문자 언어 중 한국어는 12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쓰는 언어라고 설명합니다. 지구상 북한과 남한만이 한국어를 말하는데도 세계 12번째라니 놀라운데요.
그 이유는 바로 우리 북한 청취자분들도 꽤 즐겼던 한국의 대중문화의 확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 대중문화는 세계적으로 K-pop이라고 알려졌지요. 영어로 한국의 Korea와 대중문화라는 pop-culture의 앞 글자를 따서 K-pop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어로는 한국 문화 또는 한국 풍조나 영향을 일컫는 ‘한류’라는 말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대중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부터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남성 가수 그루빠 BTS와 여성 그루빠 블랙핑크 등은 국적을 뛰어넘어 어마어마한 사랑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또 세계적으로 화제의 중심에 있는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도 있습니다. 문화는 언어와 동떨어질 수 없는 존재이기에 한국 대중문화가 한국어를 세계로 퍼트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는 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캐나다의 토론토 대학교 한국학과는 외국인 학생들이 80%를 차지한답니다.
토론토 대학교의 동아시아학과의 미셸 조 교수는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을 가져서 한국어를 배우기도 하지만, 또 아시아에 있는 한국계 회사에서 일하려는 개인적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설명합니다. 한국어가 세계 청년들의 꿈을 실현시키는 도구의 역할을 하게 됐다니 뿌듯합니다.
북한도 한국어 즉 조선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기 때문에, 더 많은 세계 사람들이 한국어를 할 수 있게 된다면 한국에게만 좋은 것은 아닙니다. 더 많은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북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한국학을 공부하면 70여 년 전 같은 역사를 공유하던 북한을 공부하는 것은 필수적 과정이기도 하지요. 즉 같은 한국어로 표현되는 북한의 문화나 정치, 사회상도 국제사회에 전파되고 공유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현재 국제사회에 전파되는 북한의 모습은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세계 사람들이 즐기고 반길만한 모습이 아니란 점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세계가 바라보는 북한의 모습은 국제사회가 금지하는 핵무기를 개발해 지역과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국가이자, 인권 유린국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유엔 본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엔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코로나대유행병 방어를 위해 북한 당국이 실시한 국경봉쇄와 문화적 쇄국정책으로 발생하는 인권유린에 대한 토론도 있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한국 문화를 차단하기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서, 한국 문화를 접하거나 공유한 사람을 사형하거나 15년 교화형을 내리는 인권유린에 대해도 비판했습니다.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언어로 표현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고, 따라서 다른 언어로 말하는 사람들과 의사소통, 즉 정보를 주고 받는 기초를 마련한다는 말입니다. 이를 통해 대중문화는 물론, 생활 습관, 역사, 전통, 정치, 경제, 사회문제 등등 한국어로 된 상품이나 정보를 국제사회와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북한은 국제사회와 이어진 ‘한국어’라는 튼튼한 다리를 큰 비용 안 들이고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다리를 통해서 관광이나 문화 상품들을 가지고 북한도 해외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다리라는 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제 역할인데, 북한이 조선어를 말할 수 있는 세계 청년들과 '언어의 다리'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라야 모든 것이 가능한 일이겠죠.
세계 청년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한국어 능력을 북한 청년들은 이미 갖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계로 향하는 튼튼한 다리를 북한 청년들은 활용할 수 없습니다. 세계 사람들이 앞다투어 배우고 싶다는 한국 문화를 법까지 동원해 차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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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 에디터 : 오중석, 웹팀 :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