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밤 한국 서울의 도심 한 지역에 대형 군중이 몰리면서 사망자 156명과 부상자 151명이 발생하는 대형 압사 사고가 났습니다. 사고가 난 이태원은 세계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관광지이자 세계 여러 나라 특유의 문화들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청년들이 평소에도 즐겨 찾는 곳입니다.
전통적 서양 놀이 문화인 핼러윈이라는 기념일을 즐기기 위해 청년들이 이태원에 모였던 건데요. 코로나 방역 때문에 지난 2년 이상 사람들이 밀집한 행사가 허용되지 않았는데, 올해부터 마스크 없이 축제를 즐겨도 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예년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태원을 찾았는데, 좁고 경사진 골목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이 같은 처참한 압사사고가 일어 났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사고 원인을 밝히고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바쁩니다. 여기에 더해 사회적 트라우마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도 놓치지 않는데요. 트라우마란 정신적인 큰 상처를 일컫는 말인데요.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사건을 경험한 이후, 사건 당시에 느꼈던 공포심과 불안을 이후에도 지속해서 겪는 증상을 가리킵니다.
이태원의 압사 사고는 당시 현장에서 촬영된 수많은 사진과 영상이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공유됐습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사고 수습 본부를 꾸리고 심리지원을 강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이태원의 사고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군중들 속에 끼어있다 살아 나온 사람들, 부상자를 돌보던 시민들 등 모든 관련자들이 정신적 충격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돕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은 불안, 우울, 분노, 의욕 저하 등의 반응을 나타내고, 일상생활에서는 집중력과 판단력,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설명합니다. 심지어는 두통이나 소화장애, 어지럼증 등 육체적인 증세로도 나타난다는데요. 따라서 한국의 신경정신의학회는 사고로 전국적으로 최대 1만 명 정도까지 트라우마로 고생할 수도 있다며 경고합니다.
5년여 전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탈북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연구한 적 있었습니다. 탈북민 300명을 조사했는데, 이들은 강제노동, 오랜 굶주림, 고문, 장기간의 꽃제비 생활, 심지어 구타 등 신체적 폭력, 자연재해 등을 경험했던 사람들이었는데요. 이중 대다수가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 장애, 우울증, 자살 충동, 불면 등으로 고생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탈북민들의 정신건강과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서 한국 사회 적응교육을 실시하는 하나원에도 정신건강 상담사를 배치하고 그 외 탈북민 생활지원을 담당하는 기관들에도 심리상담을 할 수 있게 체계를 세워두고 있습니다.
인간의 건강은 육체와 정신이 같이 따라줘야 진정으로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으니 정신건강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한국도 트라우마나 정신건강 문제에 신경 쓰기 시작한 것이 오래되지 않습니다. 과거 정신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육체적 건강마저 돌보지 않으며 경제발전에만 매진하며 수십 년을 보냈던 역사가 있지요. 하지만 90년대 이후 경제적으로 잘살게 되자, 물질적인 가치 외에도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가치들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문화, 예술 그리고 인권 문제 개선에 시선을 두게 되었습니다. 대형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발생한 이후에는 제도 개선 등과 함께 국민들의 트라우마 치료를 국가 차원에서 돕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은 아직 주민들의 심리적 안정과 건강 등 드러나지 않는 문제들을 돌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청년 세대의 건강과 북한의 발전된 미래 역사를 위해서는 북한당국이 반드시 관심을 두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과거 시기에는 공개처형을 수시로 진행했지요. 이를 지켜봤던 수많은 탈북민들은 한국에 온 이후에도 여전히 공개처형에 대한 트라우마를 호소합니다. 공개처형이나 폭력 등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큰 충격을 주기 때문입니다. 또 보안원, 보위원, 규찰대 등을 통한 일상적인 주민 생활 감시와 통제, 검열 등으로 인한 불안 상황이나 억압적인 분위기도 트라우마의 원인이 되는데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정책을 세우겠다면,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여러 종류의 인권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시작일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주민들 대상 규찰과 검열 체계를 다소 느슨하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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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