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인도네시아에서 배우는 경제발전 전략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주요 상업지구에 있는 사무실 건물 공사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근로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주요 상업지구에 있는 사무실 건물 공사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근로자.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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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에서 진행되는 북한 인권 행사 참석을 위해서 인도네시아에 출장을 나와 있는데요. 10년 만에 다시 와 본 자카르타는 깔끔하게 달라진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교통체증은 여전히 답답하지만, 그간 큰 경제적 성장을 이뤘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 들어선 대형 백화점에는 삼성과 애플 같은 세계 유명 기업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고요. 고층빌딩으로 가득한 도심은 밤낮 없이 활기가 넘칩니다.

오늘은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에 위치한 수만 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 인도네시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세안 지역에서 가장 안정적인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는 비결을 알아보고, 인민 경제 발전에 주목하는 북한 당국이 인도네시아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2020년을 제외하면, 2010년 이후 연간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5%대를 웃돌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즉 아세안 10개국 중 국내총생산 규모가 가장 큰 나라이자, 아시아 전체에서는 대한민국 바로 다음인 5위의 경제 대국입니다.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이 1조 4천7백억 달러로 북한의 50배입니다.

세계 경제학자들이 꼽는 인도네시아의 안정적인 경제발전 이유는 첫째, 국내 소비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2억 7천만 명이 넘는 인구 규모입니다. 따라서 국가 내 소비 규모도 크고 젊은 노동력도 풍부합니다. 둘째는 사회 기반 시설의 발전인데요. 도로와 항구, 공항, 에너지 시설 건설을 국가의 역점 사업으로 정해서 국가 내 경제활동을 위한 연결망을 촘촘히 만들어 물류비용을 절감하도록 경제 지원 정책을 썼습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직접 투자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혁한 점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2020년 인도네시아 정부는 경제활동에 있어서 관료주의를 없애고 손쉽게 사업을 시작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도록 수많은 규제와 통제, 제약을 풀었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옴니버스 법’이라고 부르는 70여 개에 달하는 기존 법률을 효율적으로 개정했습니다. 이로써 사업 허가증을 간편하게 내주고 주민들이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했고요. 노동자의 고용과 해고를 용이하게 만들고, 해고된 노동자들은 새 직장을 찾도록 국가가 돕습니다. 또 영세한 중소기업이 마음 놓고 혁신적인 사업할 수 있도록 보호망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사업하기 쉽게 법률을 정비하니, 외국 기업들이 앞다투어 인도네시아에 투자했습니다. 2023년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전년 대비 45%나 증가했고, 투자 금액은 총 456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해야 경제 성장에 성공할 수 있다'는 기조 아래 국내 노동자들과 효율적으로 타협해, 노동자와 기업 간의 갈등도 해결했습니다. 사업하기에 편리한 제반 조건을 만들어 두니 세계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이 이 나라에서 사업을 하는데요. 세계 최대 정보기술 기업들 즉 구글과 애플 같은 곳은 물론이고요. 지하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의 특성상 쉐브론 같은 에너지 부문의 세계적 기업들도 석유 가스 사업에 투자합니다. 세계적인 은행들과 호텔 기업들도 줄지어 투자해 인도네시아의 관광사업을 융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외국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건전한 나라, 국가 정책 결정 절차가 다원화되어 체계가 잡힌 나라들을 투자 대상 국가로 정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 면에서 인도네시아가 외국인 사업가들에게 매력적이었던 것이지요. 군부나 왕조 일인 체제, 하나의 당이 정책 결정권을 유일하게 가진 나라라면, 결정이 하루 아침에 뒤집힐 위험을 항상 감수해야 하는 불안이 존재하지요. 당연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런 나라는 대상하려 들지 않습니다. 북한은 어느 쪽에 속할까요? 유엔 안보리의 북한 핵 개발 저지를 위한 제재가 없다고 가정하면, 북한은 외국의 직접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일까요?

노동신문은 세계의 발전도상 나라들 사이의 협력과 협조가 강화되어 세계질서를 새롭게 수립해 간다는 기사를 썼는데요. 즉 유라시아경제동맹 등을 소개하며 남남협조, 즉 지구의 남반구 국가들간의 경제 협력이 심화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새로 수립되는 세계 질서 속에 들어갈 준비는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은 어떠한가요? 외국 기업들의 투명하고 건전한 투자는 받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북한의 무고한 젊은 군인들을 참전시켜 정권의 경제적, 군사적 이득을 꿰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여기에 더해 북한 당국은 ‘자기 지방의 원료에 의거하여 건재 생산을 늘린다’거나, ‘조국의 만년재부’가 토지라며 청년들을 돌격대로 엮어서 토지 정리를 다그치는 정책을 진행합니다.

세계 시장의 돈을 끌어 모으는 인도네시아의 실용적이고 열린 경제정책과 대조되는 북한의 정책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