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인도는 북한에도 세계 진출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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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10일 인도를 방문하여 나렌드라 모디(Narendra Damodardas Modi)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인도 비전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 성명을 통해 양국은 2030년까지 교역규모를 500억 달러로 확대하고, 2010년 체결된 한-인도 자유무역협정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의 개정 및 확대를 통해 무역, 인프라 등 제 분야에서 상생번영을 이루어 나가기로 합의했으며,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국방·방산협력, 테러 대응, 외교·안보 분야에서 정례협의를 활성화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공조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또한, 인도의 고급인력과 한국의 기술을 결합해 양국이 함께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데에도 뜻을 같이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경제교류를 다변화하기 위해 취임 초부터 '신남방 정책'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가 있는데, 이번 한-인도 정상회담으로 신남방 정책이 더욱 역동성을 얻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모디 총리의 신동방 정책도 모멘텀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는 일찍부터 한국의 경제발전을 배우기 위한 노력을 해왔는데, 2010년 한-인도 자유무역협정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으며, 2015년 5월에는 모디 인도 총리가 방한하여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더욱 격상시키기로 합의했었습니다. 당시 두 정상은 외교·국방, 무역·투자, 문화·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었습니다. 방한기간 동안 모디 총리는 한·인도 CEO 포럼에서 한국을 ‘동양의 등불‘로 묘사하면서 한국을 인도 경제발전의 모델로 삼겠다고 했으며 한국의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들에게 인도에 많이 투자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2017년 7월 모디 총리는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속히 인도를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인도방문은 이런 배경에서 이루어졌으며, 이번에도 100여 개 기업의 전문경영인들이 수행했습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인도의 무한한 잠재력과 밝은 미래입니다. 인도는 13억 5천만 명의 인구대국으로 방대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고, 1991년 개방정책을 시작한 이래 고속성장을 거듭하여 GDP 규모 2조 4천억 달러로 세계 제7위에 올랐으며, 2030년이 되면 미국과 중국에 이은 제3위의 경제대국이 될 전망입니다. 인도는 IT 강국이기도 합니다. 미국 IT산업의 메카인 실리콘 벨리에는 인도 기술자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인도는 군사적,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나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세계 제4위의 군사강국이자 핵강국이며, 중국과는 ‘불가근 불가원’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최근 미국과의 군사 및 경제협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중국의 팽창주의를 견제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사실상 동참하고 있으며, 1992년부터 실시해오던 미-인도 해상훈련인 Marabar 훈련에 2016년부터 일본을 합류시켜 3국 해상훈련으로 격상시키는 등 서방국가들과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인도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명칭을 바꾸고 인도와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모디 총리는 인도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지도자입니다. 모디 총리는 하층계급 출신으로 2014년 민주적 선거를 통해 총리에 올라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신동방정책(East Act Policy)를 펼치는 중이며, 인도는 모디 총리가 외치는 ’Digital India’ 라는 구호 아래 매년 15만 명의 고급 IT 인력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디 총리는 ”최소 정부, 최대 행정"라는 구호 아래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기업활동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를 늘리기 위해 취임 후 3년간 53개국을 방문하는 열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17년 인도의 경제성장율은 7.2%로 중국을 추월했습니다.

모디 총리 하에서 인도는 역동성이 넘치는 나라이며, 한국은 인도와 이미 왕성하게 교류하고 있습니다. 인도에는 500개가 넘는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으며, 2017년 양국 간 무역규모는 200억 달러로서 인도는 한국의 여섯 번째 수출시장입니다. 북한의 경우, 2012년만 해도 4억 달러 정도의 대인도 교역규모를 기록했지만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국제제재를 받으면서 교역은 급속히 위축되었습니다. 2017년 북한과 인도 간의 무역규모는 8천만 달러로 한-인도 무역의 200분의 1 도 되지 않습니다. 북한이 완전한 핵폐기와 개혁개방을 결심한다면 인도와의 경제교류는 다시 급증할 것이며, 북한에게 있어서도 인도는 세계 진출을 열어가는 창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