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마지막 남은 남북 외교 대결장 시리아

0:00 / 0:00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지난 2월 7일 한국 외교부의 김은정 아프리카중동국장이 시리아의 다마스쿠스를 방문해서 알샤이바니 시리아 과도정부 외교장관을 만났습니다. 2024년말 반군들이 독재자 알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하고 과도 정부를 수립하기 전까지 시리아는 북한의 오랜 형제국이었지만, 북한 외교관들은 반군들이 다마스쿠스를 점령할 때 러시아 특별기 등을 통해 모두 빠져나왔습니다. 그동안 시리아는 한국에게는 매우 먼 나라였습니다. 한국 외교관이 시리아를 찾은 건 1992년 장만순 차관보가 처음이었고, 이후 경제교류가 조금씩 이어지면서 한때 한국의 자동차들이 시리아에 수출되기도 했지만, 2011년 시리아 내전 발생과 함께 양국 관계는 완전히 끊겼습니다. 현재 194개 유엔회원국 중 한국과 수교하지 않은 나라는 시리아뿐인데, 이제 한국이 수교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리아도 앞으로 러시아나 북한과의 관계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한국과의 수교에 일단 환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2023년말까지만 해도 유엔 회원국 중 한국과 수교하지 않은 나라는 쿠바와 시리아였습니다. 이 두 나라는 모두 북한의 사회주의 형제국들이었고 수십 년 동안 군사협력을 해온 나라들이었으며, 북한은 한국이 이들 나라와 수교하는 것을 훼방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사회주의를 고집하는 나라는 몇 개밖에 남지 않았고 한국의 경제력이 북한의 50배가 넘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해외공관은 자꾸 줄어들었고, 한국의 해외공관은 계속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쿠바와 시리아는 남북한 외교대결에서 북한이 꼭 지키고 싶어 했던 마지막 보루였지만, 2024년 2월 14일 한국이 쿠바와 수교함으로써 북한에게 패배를 안겨주었습니다. 금년 1월 17일 한국 외교부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대사관을 개관했습니다. 1959년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 이래 단절되었던 관계가 65년 만에 다시 이어진 것입니다. 이날 개관식에는 양국 외교부의 고위 관리들이 참석하여 현판 제막, 리본 커팅, 방명록 서명 등의 순으로 수교를 자축했습니다. 작년 수교 이래 양국 간 문화교류는 늘어났고, 많은 쿠바인들이 K-팝의 팬이 되었습니다. 한국 대사관이 열리던 날 아바나 시내에 있는 한국식품 가게에는 라면, 김치, 커피믹스 등을 찾는 쿠바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마지막 남은 미수교국 시리아와 수교 대화를 시작한 것입니다.

시리아의 장래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의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첫째는 모든 무장 정파들이 민족과 종교를 넘어 하나의 통합된 시리아를 건설하고 자유선거, 권력 공유 체계, 분권화 등을 구현하는 개방된 서구식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현재 과도정부 지도자들은 시리아 재건을 위해 내부 통합과 함께 국제사회로부터 정상국가로 인정받는 것이 시급하다고 인정하면서 과거 극단주의와 손절했다는 선언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시리아가 다시 극단주의로 돌아가서 이슬람 율법만으로 통치하는 신정국가가 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무장 세력들과 정파들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여 이들 간에 무력충돌이 발생하면서 시리아가 다시 전면적 내란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이렇듯 아직도 시리아의 장래는 불투명하지만, 시리아가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나라, 여성과 약자가 차별을 받지 않고 인권이 존중되는 나라로 재탄생하기를 바라면서 대한민국이 수교 노력을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만약 수교가 성사되어 다마스쿠스에 한국대사관이 개관되면 한국은 유엔회원국 모두와 수교하게 되는 것이며, 한국의 해외공관 숫자는 상주대사관 123개, 영사관 46개, 대표부 5개 등을 합쳐 총 174개가 됩니다. 이에 비해 북한은 상주대사관 39개, 영사관 2개, 대표부 4개 등으로 총 44개입니다.

향후 시리아-북한 관계가 어떻게 될 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시리아 독재정권과 북한과의 관계는 각별했습니다. 북한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시리아에 무기를 지원했고, 1970년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잡은 하페즈 알아사드와 그의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까지 53년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때부터 전투기 조종사, 군대 훈련 조교, 무기 등을 지원했습니다. 1974년 9월에는 하페즈 알아사드가 평양을 방문하고 귀국하자마자 시리아에도 자신의 동상과 사진을 내걸었으며, 2015년에는 북한의 도움에 감사하는 뜻으로 다마스쿠스의 대통령 사저 근처에 ‘김일성공원’을 개장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에는 북한이 시리아의 알키바르 원자로 건설을 지원했는데, 이 원자로는 방사성 물질 생산을 시작하기 직전인 2007년 이스라엘 공군기들에 의해 폭파되었습니다. 이렇듯 시리아와 북한은 권력 세습, 지도자 우상화, 인권 문제 등에 있어서 매우 유사했으며 이런 공통점이 두 나라를 더욱 긴밀하게 결속시켰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이번에 한국이 시리아와 수교를 하게 되면 북한에게는 또 한번의 외교적 패배가 될 전망입니다.

** 이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