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무역흑자국들을 대상으로 관세 인상을 예고하면서 세계가 긴장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이 보복관세 카드로 맞서면서 미·중 무역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큰 그림에서 분석해 보겠습니다. 미국이 관세정책을 바꾸려 하는 데에는 수십 년 동안 누적된 피로감이 작용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에 대한 피로감이 한계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2024년 미국은 9,184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는데 그중 2,954억 달러가 중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2019년 시카고대학의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거대한 환상(The Great Delusion)’이라는 저서를 통해 미국의 피로감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미국이 지난 30년간 추구해온 자유민주주의적 패권정책이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랬습니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의 총본산으로서 모든 나라들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된다면 인류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고, 군사력을 통해서라도 공산주의 독재세력의 확산을 막으려 했습니다. 그것이 냉전이었습니다. 미국은 개방적 무역을 통해 경제적 상호의존도를 높이고 국제기구를 통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를 확산하는 길이라고 믿고 그렇게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나라는 중국이었습니다.
미국은 70년대 베트남 전쟁에서 철수한 후 1979년에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이후 중국에게 미국 시장을 열어주어 중국의 경제발전을 도왔으며, 2001년에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도록 했습니다. 넓은 국토와 많은 자원 그리고 값싼 노동력을 가진 중국은 저렴한 가격의 상품들을 만들어 세계시장을 석권했고, 무역강국이 된 중국은 30여 년간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수준이 높아지면 민주화 열망도 높아져 중국이 개방된 민주국가가 되어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이웃국가들과 사이좋게 지낼 것으로 믿었던 미국의 기대는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중국은 오히려 공산당 일당독재를 강화하면서 커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 정보, 무역,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미국에 도전했습니다. 중화 패권주의와 팽창주의 정책을 앞세우고 주변국들을 위협했으며 러시아, 북한, 이란 등 권위주의 독재국가들과 손잡고 세계 곳곳에서 군사적·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신냉전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래서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큰 착각을 했었다고 실토한 것입니다.
미국이 중국에게 세계 시장을 열어주고 중국이 저임금을 앞세우고 세계의 제조산업을 장악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는 미국이었으며, 조선산업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미국의 선박 건조 능력은 40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1위였으나 현재는 19위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중국은 세계 선박건조의 절반을 차지하는 막강한 조선 산업을 앞세워 상선 숫자는 물론 군함 숫자에 있어서도 최강국 미국을 앞질렀고, 강력해진 해군력과 해운산업을 앞세워 무력 시위를 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함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비호함으로써 동북아와 한반도의 전략적 균형을 위협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결국, 큰 그림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정책은 바다를 통한 중국의 팽창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입니다. 해군력의 질에 있어서는 중국은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하지만, 군함의 숫자에 있어서는 중국 370척 그리고 미국 292척으로 미국이 열세에 있는데, 미 해군과 의회는 이 양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향후 30년 동안 핵항모, 핵잠수함, 구축함, 프리깃함 등 총 364척의 군함을 추가로 확보하여 30년 후에는 515척의 군함을 운용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상태입니다. 이와 함께,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 내 중소형 조선소에 대대적으로 투자하여 선박건조 능력을 키워 해운 선박 250척을 가진다는 계획도 세운 상태입니다. 2024년 9월 미 의회 조사국CRS 보고서는 이러한 야심찬 계획들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동맹국들의 조선소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으며, 그것을 전후하여 미 해군 관계자들이 한국과 일본의 조선소들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세계 선박건조의 28%를 차지하는 2위의 조선국이며 일본은 15%를 차지하는 3위의 조선국입니다. 특히 한국의 조선산업은 우수한 시설과 인력 그리고 기술을 갖추고 매년 수십 척의 상선과 군함을 건조하고 있으며, 이미 뉴질랜드, 필리핀, 페루 등 여러 나라의 해군 함정들을 건조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같은 사양의 함정을 미국이나 유럽에서 건조할 때에 비해 절반의 비용으로 더 짧은 시간 내에 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미 간 활발한 조선협력이 예고되고 있음은 이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태평양과 동북아 해역을 중심으로 이제 미·중 간 본격적인 해양경쟁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대중(對中) 무역정책은 중·러·북 3국의 군사적 밀착과 중국의 해양 팽창주의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입니다. 동북아에서는 더욱 강력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그리고 더욱 긴밀해질 한·미·일의 해상협력을 예고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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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