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미국 47대 트럼프 대통령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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ㅌ지난 1월 20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가 46대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에게 패배하여 울분을 삼켰다가 4년 동안의 권토중래 끝에 다시 대통령에 오른 파란만장한 그의 정치행보를 대변하듯, 그의 취임식은 화려하고 요란했습니다.

이날 오전 취임식이 열리기 전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들은 MAGA를 외치면서 퍼레이드를 벌렸는데, MAGA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약자로 ‘위대한 미국 재건’이라는 뜻이며 트럼프가 애용해온 구호입니다. 대통령은 백악관 근처에 있는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 백악관으로 가서 퇴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정오 12시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에서 취임식이 거행되고 선서, 취임연설 등이 진행되었습니다. 취임행사 내내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등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거대기술(빅테크) 기업들의 회장들도 함께 했는데, 이들의 자산을 합치면 1조 3000억 달러(한화 약 1900조원)에 달한다는 흥미로운 보도도 있었습니다.

온 세계는 최강국의 새로운 대통령의 연설을 주목했습니다. 예상대로 강력한 보수주의 색채와 ‘미국 우선주의’를 내보인 연설이었습니다. 연설을 통해 대통령은 강력한 제조업 육성과 에너지 독립을 통한 ‘새로운 미국 황금시대’ 개막, 기독교적 가치의 중시, 전통적 가족 가치의 중시, 동성애 반대, 불법이민 불용, 멕시코 쪽 국경 장벽 건설, 마약 카르텔 소탕, 군사력 강화를 통한 국가안보 및 동맹국 보호, 애국 교육 강화 등을 강조했으며, 부정선거 척결을 위한 선거개혁을 약속했습니다. 또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국제관계를 강조하면서 미국에 불리한 무역협정 재검토,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증대,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 등을 공약했습니다. 그러고는 취임 첫날 무려 46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여기에는 원정출산을 통한 미국 국적 취득 제한, 파리 기후조약 탈퇴 등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에서는 향후 미북 관계를 전망하는 목소리들이 많았습니다. 북한에서도 그랬을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4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미·일·한 동맹이 침략적인 핵군사 블럭으로 팽창되고 대한민국이 미국의 철저한 반공 전초기지로 전락한 현실에서 국익과 안전보장을 위해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을 실시해 나가겠다”고 선언하고,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적 투쟁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외무성은 2023년 2월 한미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과 야외기동 사격훈력 시에도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라는 원칙을 발표했고, 2024년 11월 무기체제 전시회 개막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미국과 협상해보고 확인한 것은 미국의 변하지 않는 침략적 적대적 대조선 정책”이라면서 “적을 압도하는 최강의 국방력만이 유일한 평화수호 담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이전부터 김 위원장에 대한 호의적인 발언과 함께 미북 핵대화 재개 의향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쳐 왔습니다. 이를 의식하는 북한은 한국을 따돌리면서 미국과 직접 협상하려 할 것이며, 북러 동맹을 배경으로 이용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 대해서는 ICBM 시험발사 등을 통해 핵무력을 과시하면서 협상력을 높이려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국 북한은 약간의 양보만을 하면서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이득을 챙기려 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 인권 문제 불거론, 경제적으로는 대북제재 상당 부분 해제, 군사적으로는 한미 연합훈련 축소 및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단 그리고 외교적으로는 테러지원국 해제, 연락사무소 개설, 주요 국제기구 가입 등을 얻어내려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미북 대화를 통해 북핵 위협이 저감된다면, 한국에게도 좋은 일이기 때문에 한국의 전문가들도 핵대화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평양정권이 착각을 해서는 안 되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북한을 ‘Nuclear Power’ 즉 핵보유국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북한을 핵대화 상대로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지(recognize)한다는 것이지 인정(accept)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즉 현 상태에서 제재를 풀어주고 정상국가로 대접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또한 북한이 핵무력의 대부분을 유지하고 고도화를 계속하는 상태에서 지극히 상징적인 양보만을 하면서 얻고 싶은 것을 모두 얻겠다고 한다면 이 또한 착각일 것입니다. 미국과의 직접 거래로 한미동맹을 이간시키고 한국을 따돌릴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그것도 환상입니다. 그렇게 시도한다면 오히려 한미동맹의 강화와 한국의 핵무장을 부추기는 꼴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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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