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그린란드, 파나마, 북한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세계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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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캐나다 북쪽 북극에 그린란드라는 섬 나라가 있습니다. 한반도의 약 10배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지만 인구는 원주민인 이누이트족 6만여 명뿐인 빙하의 나라입니다. 현재 덴마크의 자치령인데, 2009년부터는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다른 모든 분야를 자치정부가 관장하는 준 독립국입니다. 북미 대륙과 남미대륙의 중간에는 양 대륙을 연결하는 끈처럼 생긴 파나마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1903년에 콜롬비아로부터 분리 독립했고, 면적은 북한보다 조금 작은 7만 5천 ㎢이며, 인구는 450만 명 정도인 중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입니다. 이 나라의 중심에 건설된 82km 길이의 파나마 운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해상교통의 요충지인데, 미국의 동부에서 태평양으로 갈 때 이 운하가 없다면 2만 km를 더 항해하여 남미 대륙을 돌아야 합니다.

그런데 1월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구입하고 싶다고 한데 이어, 필요하면 경제적 군사적 조치를 취해서라도 파나마 운하를 다시 차지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일어났었습니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1월 21일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이 결정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린란드인 미국인도 덴마크인도 되고 싶지 않다”며 반발했고,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부 장관도 비슷한 취지로 반대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도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의 영토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발언을 한 것일까요? 실제로 그린란드를 강제 매입한다든가 파나마에 군대를 보낸다는 뜻은 아닐 것이며, 크게 보면 신냉전 시대 자신이 구상하는 세계전략의 일면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항로가 열리기 시작하자 러시아와 중국은 북극해의 기득권을 선점하고자 쇄빙선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린란드에는 석유, 희토류 등 지하자원도 많지만, 미국은 그린란드의 군사적 가치와 북극해의 상업적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는 편이며, 중국이 위장 민간기업을 진출시켜 그린란드에 군사적 거점을 마련하려 할 가능성도 염려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1953년부터 그린란드 서북부에 공군기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파나마도 그렇습니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10년 동안의 난공사 끝에 2013년에 개통한 운하이며, 미국이 운하와 운하지대를 99년간 조차해오다가 지미 카터 대통령 때 파나마에 반환한 것입니다. 그런데 파나마가 2017년 중국과 수교하여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가하고 홍콩기업이 운하에 인접한 항구를 관리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은 엄청난 전략적 요충지인 이 운하에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여 제동을 걸고 나선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벌어질 협상이 궁금해집니다.

그런 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서는 대화의 손짓을 보내고 있습니다. 1월 20일 취임하자마자 “김정은 위원장의 국제무대 복귀를 희망한다”고 했고, “나도 그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한다”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이 같은 손짓에 대해 2월 8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을 통해 “우리의 핵무력은 흥정물이 아니고 적대세력들의 침략기도를 도려내는 실전용”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보였습니다. 최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이 핵을 포함한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아마도 북한도 미국과의 핵협상 재개를 염두에 두고 협상고지를 선점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종합해보면, 미국은 신냉전 대결구도에서 중국 견제를 핵심으로 하는 세계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며, 북한에는 또 한번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북한이 단번에 모든 핵무기를 내려놓고 핵시설을 폐기하지는 않더라도 핵위협을 상당 수준 저감시키는 성의를 보인다면, 거기에 부합하는 반대급부를 제공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9년 2월 27~28일 베트남(윁남)에서 개최되었다가 아무런 성과도 없는 빈손 회담으로 끝났던 제2차 미북 정상회담때처럼, 북한이 ‘조금 주고 모두 받기’ 전략을 재현한다면 제3차 정상회담이 재개되더라도 전망은 밝지 못합니다. 2018년부터 미북 대화를 관장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다른 곳에 대규모 핵시설들이 있고 미사일 문제와 핵탄두 무기체계 문제도 있는데도 북한은 이런 것들을 협상 목록에 넣지 않았다”고 회고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미국은 ‘영변+알파’를 주장했지만 북한은 영변 핵시설만을 폐쇄하는 대가로 대북제재 전면 해제 등 모든 것을 얻고자 했던 것입니다. 어쨌든, 만약 미북 핵대화가 재개된다면 좀 더 신축적인 입장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핵대화가 개인소득 1천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는 극빈의 북한경제를 재건하여 인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는 사실을 북한 당국이 유념해주면 좋겠습니다.

** 이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