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베트남의 국민영웅이 된 한국인 박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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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박항서 걈독이 베트남의 국민영웅이 되었습니다. 지난 12월 15일에 열린 2018년도 동남아축구선수권 대회 결승전 2차전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난적 말레이시아를 1-0으로 물리치고 10년 만에 감격스러운 우승을 차지한 것입니다. 지난 11일 말레이시아와의 원정 1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두었던 베트남은 하노이 미딘 스타디움에서에 열린 2차전에서 이김으로써 합계 3-2로 말레이시아를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박 감독은 1959년생으로 경상남도 산청군 출신이며, 한국팀 대표선수, 실업팀 감독, 국가대표팀 감독 등을 거쳐 작년 10월부터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1년 2개월 동안 선수단을 조련한 끝에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최강팀으로 만들었는데, 동남아축구 선수권 대회는 동남아의 월드컵대회로도 불리는 이 지역의 최고 권위 국제축구대회로서 일본의 자동차 및 오토바이 제조 회사인 스즈키사가 스폰서를 맡고 있어 스즈키컵 축구대회라고도 불립니다. 2018년도 스즈키컵 축구대회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미얀마, 싱가포르, 캄보디아, 라오스, 동티모르 등 10개국이 참가하여 각국의 10개 도시들을 순회하면서 개최되어 이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가 최종 결승전을 가진 것이었습니다.

경기장에는 시작전부터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500 달러까지 치솟은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북새통을 이루었는데, 베트남 공무원의 평균 월급이 300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500달러는 거금입니다. 전반 6분 응우옌 꽝하이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응우옌 아인 득 선수가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자 관람석을 가득 채운 4만 베트남 관중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고, 경기장을 찾은 베트남 국가서열 2위인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도 박수를 치며 환호했습니다. 이후 베트남은 말레이시아의 끈질긴 공세를 막아내면서 최종 승리를 거머잡았습니다. 베트남의 우승이 확정되자 경기장엔 함성이 하늘을 찔렀고, 수도 하노이는 축제의 도시로 변했습니다. 젊은이들은 베트남을 상징하는 붉은 옷과 국기인 금성홍기를 흔들면서 밤이 깊도록 폭죽을 터뜨리거나 트럭을 타고 시내를 누볐고, 술집들은 축배를 드는 축구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박항서 감독을 응원하는 함성도 대단했습니다. 많은 팬들이 태극기를 흔들었고, 경기장 내에도 대형 태극기가 내걸렸습니다. 박항서 감독의 모습을 그린 옷을 입거나 박 감독을 연상하게 하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많았습니다. 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은 박항서 감독을 행가래치면서 환호했습니다. 하노이 시내에서도 '박항서 열풍'은 대단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대형 태극기와 박 감독의 대형 사진을 흔들면서 '땡큐 박항서'를 외쳤고, 박 감독은 베트남 정부가 축하금으로 준 10만달러 베트남 축구선수 양성을 위한 기금으로 쾌척했습니다. 박 감독의 인기는 베트남 국가대표팀이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수직상승하기 시작했는데, 스즈키컵 대회의 우승으로 절정에 달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한국인 박항서는 베트남의 국민영웅이 된 것입니다. '박항서 바람'은 한국에서도 대단해서 한국에 생중계로 방영된 2차 결승전은 20%가 넘는 파격적인 시청율을 기록했습니다.

베트남의 스즈키컵 우승과 박항서 열풍은 한국과 베트남 간의 관계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파병되면서 베트남과 한국은 서로 총부리를 겨눈 적국이 되었지만 두 나라는 과거를 청산하고 1992년 외교관계를 수립했습니다. 베트남은 미국과도 수교를 재개하여 우호친선 관계를 즐기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인 220만 명이 매년 베트남을 방문하고 베트남인 33만 명이 한국을 방문합니다. 베트남에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 23개가 있고 한국에는 15만 명의 베트남인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2015년 12월 발효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이래 양국간 교역은 더욱 늘어나 베트남은 한국의 제3위 수출대상국이며 베트남 시장에서의 한국상품의 점유율은 22.3%로 2위입니다. 베트남에게 있어 한국은 제1위의 투자국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누적투자액은 약 600억 달러로 2위인 일본의 500억 달러를 능가하고 있으며, 현재 베트남에는 6천여 개의 한국기업이 진출하여 150만 명의 베트남인을 고용하고 있으며, 휴대폰 생산업체인 삼성 베트남법인은 16만 명의 베트남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베트남 수출액의 1/4을 차지합니다. 이렇듯 한국과 베트남은 서로 돕고 배우는 형제국가가 되었는데, ‘박항서 열풍’이 양국 간의 관계를 더욱 증진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어 바라보는 국민을 흐뭇하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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