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한국, 30-50 클럽에 가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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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세계 일곱 번째로 30-50클럽에 가입했습니다. 30-50클럽이란 일인당 실질소득 즉 GNI가 3만 달러가 넘으면서 5천만 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경제대국들을 가리킵니다. 2017년을 기준으로 보면 GNI가 3만 달러가 넘는 나라는 도합 26개국이지만 이중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규모 즉 5천만 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나라는 미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이었는데 금년에 한국이 가입함으로써 모두 일곱 개 나라가 된 것입니다. 물론 20-20클럽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는 인구가 2천만 명이 넘으면서 일인당 실질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는 나라를 말합니다. 현재 2만 달러가 넘는 나라들은 모두 35개국이지만 이 중에서 인구가 2천만 명이 넘는 나라는 10개국뿐입니다. 즉, 30-50클럽에서 캐나다, 호주, 스페인 등 세 나라를 추가하면 20-20 클럽이 됩니다. 바로 이 30-50 또는 20-20 클럽 멤버들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경제선진국들이라 할 수 있으며, 대한민국도 당당히 이 클럽의 멤버입니다.

지난 3월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계치를 보면 2018년 한국 국민의 일인당 실질소득은 2017년에서 5.4%가 늘어난 3만 1,400달러로서 2006년 2만 달러를 돌파한 이래 12년만에 3만 달러의 벽을 넘어섰습니다. 2만 달러에서 3만달러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일본과 독일은 2만 달러를 넘은 후에도 쾌속 성장을 지속하여 불과 5년에 3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미국과 호주는 9년이 걸렸고 영국은 11년, 프랑스는 13년, 이탈리아는 14년 그리고 캐나다는 15년이 소요되었습니다. 여기에 비추어 보면 한국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보다는 짧게 걸렸지만 독일, 일본 등에 비해서는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이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도 더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6.25 전쟁 직후인 1953년 한국의 일인당 소득은 세계 최빈국 수준인 67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한국은 60년대와 70년대 동안 눈부신 경제성장과 수출 신장을 이룩하여 1977년에는 1,047달러를 기록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17년 만인 1994년에는 1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주춤하게 되었고 결국 12년이 지난 2006년에 2만 달러를 돌파합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 닥치면서 2009년 1만 8천 달러로 후퇴하게 됩니다. 이 기간 동안 다른 나라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스페인의 경우 2007년에 3만 달러를 달성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2만 달러대로 후퇴했습니다. 어쨌든 한국경제는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성장했고, 2019년 마침내 3만 달러 고지에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대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치들을 보고 있노라면 늘 아쉬운 생각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의 남쪽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안 그리고 그렇게 해서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았던 최빈국에서 다른 나라들에게 공적개발원조를 포함한 많은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탈바꿈하는 동안 북한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금할 수 없습니다. 현재 북한의 일인당 실질소득은 한국의 20분지 1이 채 되지 않는 1,200~1,300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북한은 매년 경제수치들을 투명하게 밝히는 나라가 아니어서 이 마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현재 세계에는 버뮤다, 쿠바, 에리트리아, 리비아, 오만, 카타르, 남수단,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 정기적으로 경제통계들을 공개하지 않는 수십 개 나라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내전을 겪고 있는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이거나 사회주의 통제경제 체제를 가진 빈국들인데, 북한도 그 중 하나입니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감안할 때, 북한이 핵무기와 여타 대량살상무기들을 내려놓고 개혁개방을 통해 세계경제 속으로 뛰어든다면 이런 나라들의 부류에서 벗어나는 것은 금방일 것이며, 이후에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쉽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20-20클럽과 30-50클럽 멤버가 되어 남북한이 나란히 세계경제를 이끄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