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남과 북의 정상들이 만나 4.27 판문점선언을 발표한지 벌써 1년이 되어 갑니다. 2017년까지만 해도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계속하면서 미국과 북한 간에는 일촉즉발의 위기가 조성되었지만, 2018년부터 두 나라는 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와 협상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워싱턴으로 날아가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는 등 그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겼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가 북한의 화해 메시지를 전폭 수용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착수함에 따라 남북 간에도 빈번한 대화와 왕성한 교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했고, 4월 27일에는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을 통해 두 제분야에서의 대화 재개, 공동연락사무소 개설, 교류왕래와 접촉의 활성화, 이산가족 상봉,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군사적 긴장완화, 상호 적대행위 중지, 서해 평화수역 설치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으며,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가 공동의 목표임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한반도에서는 더 이상 미사일 발사가 뿜어내는 불꽃이 보이지 않았고, 더 이상 핵실험의 폭발음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북한군이 휴전선이나 서해에서 도발을 저질렀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남북 간, 미북 간, 그리고 북중 간 활발한 대화와 정상외교가 전개되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외교의 중심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네 차례에 걸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만났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는 세 번의 정상회동을 가졌으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도 두 차례의 회담을 가졌습니다. 곧 있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까지 합치면,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부터 지금까지 소화한 정상회담은 무려 열 차례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그런 분주한 움직임 속에서도 북한의 목표는 달성되지 않았습니다. 핵문제 해결이 여전히 미궁 속에 남아 있는 가운데, 유엔의 대북제재는 그대로 지속되고 있으며, 북한의 경제건설도 여전히 구호에 머물고 있습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많은 교류와 접촉이 이루어졌지만, 그 어떤 남북 협력사업도 본격화되지 못했습니다. 철도연결 사업도 착공식만 거행되었을 뿐 연결을 위한 실제공사는 착수되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그토록 요란하게 전개된 대화와 소나기 정상외교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는 것이 판문점선언 1년에 대한 솔직한 평가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런 것일까요? 왜 아직도 북한이 계속 제재를 받아야 하고, 왜 인민을 잘 살게 하기 위한 경제건설이 본격화되지 못하는 것일까요? 공화국을 압살하려는 미국의 적대시 공작이 계속되기 때문일까요? 국제사회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고 ‘우리민족끼리’를 위한 남북 경협사업에 풍덩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국민의 소심함 때문일까요? 아니면,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면서 북한을 통 크게 도와주지 않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문제의 근원은 북한에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버리지 않으니까 유엔은 제재를 풀지 않는 것이고, 미국도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할 수 없으며, 중국도 러시아도 북한을 통 크게 도울 수 없는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 후 1년이 지났지만, 문제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북한에게 있는 것입니다. 북한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동안 북한 인민들이 인내했던 이유는 그 직전까지 그래도 배급제가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의 배급제는 사실상 무너졌습니다. 이후 북한 인민들은 많은 생필품들을 장마당을 통해 조달하게 되었고, 북한 경제는 석탄, 수산물, 섬유 등을 수출하여 버는 외화와 해외에서 오는 송금에 크게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제재로 인해 수출이 막히고 송금이 차단된 상태에서도 핵무기를 고집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래서 온 세계는 북한의 다음 선택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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