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신축년의 한반도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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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에서 되돌아봐서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진실로 가장 힘들었던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내습으로 온 인류가 움츠리며 살아야 했고, 세계적으로 분쟁과 군사적 긴장이 자주 발생했고 자연재해와 시위도 많은 한해였습니다.

2020년 동안 중국발 신냉전 대결이 심화되었고, 강대국들간 핵무기 경쟁도 치열해졌으며, 세계 핵질서를 위협하는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행보도 이어졌습니다. 중국-인도 간의 국경분쟁, 영국의 EU 탈퇴 등도 신문의 일면을 장식한 톱뉴스들이었습니다. 자연재해도 많았습니다. 연초부터 거대한 메뚜기 떼가 소말리아, 케냐, 남수단 등 동아프리카 지역을 휩쓸었고 중국에서는 1998년 이래 최악의 홍수가 장시성, 후난성, 쓰촨성, 후베이성 등을 강타하여 6천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인도의 산사태, 미국과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 등도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멕시코, 벨라루스, 홍콩 등에서는 자유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사태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2020년을 힘들었던 해로 만든 최대 원인은 코로나바이러스였습니다. 중국 우환에서 발생한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대부분의 나라들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러야 했고, 이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1억 명을 육박하는 가운데 사망자가 2백만 명에 달하며,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든 나라의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국가 간 불신도 늘어났습니다.

한반도에서도 2020년은 유례없이 힘든 한 해였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육성을 통한 신년사 발표를 포기하고 ‘전체 인민들에게 보내는 친필 서한’이라는 짤막한 글을 노동신문에 게재했는데, 최고 지도자가 국영 매체들을 통해 직접 신년사를 발표하거나 노동신문 등 3대 기관지에 게재하는 ‘신년사설’을 통해 한 해를 평가하고 새해를 전망해온 종전의 관례에 비추어 보면 이례적인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 피해, 국제사회의 북핵 제재로 인한 경제난, 홍수 피해 등을 겪은 북한으로서 한 해를 평가할 것이 마땅치 않았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연초에 있을 제8차 당대회의 사업총화보고를 통해 신년을 조망할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신년사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작년동안 남북관계도 크게 후퇴했습니다. 6월에 김여정 제1부부장의 대남비방을 통해 북한은 탈북민 단체들이 날려 보내는 대북 전단을 시비했고 금강산관광 폐지, 개성공업지구 철거, 군사합의 파기 등을 경고했으며, 이어서 한국 정부가 수백억 원을 들여 새로 단장한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해버렸습니다. 9월에는 한국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 타고 있다가 실종되어 황해남도 해역으로 표류한 한국의 민간인 공무원을 북한군이 무자비하게 사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외부세력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해킹하여 3만 건의 정보를 훔친 사건도 발생했는데, 사람들은 이를 북한 정찰총국 산하의 해킹부대의 소행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듯 2020년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대남비방으로 남북관계를 2018년 이전으로 후퇴시킨 한해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전문가들이 신축년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전망도 신통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금년에도 북한은 코로나바이러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경제난 등에 시달릴 것이지만 그래도 평양정권이 기존의 핵보유 정책과 대남 및 대미전략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계속해서 북핵을 두둔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국민은 이런 진단이 틀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 미사일 발사, 공세적 대남전략, 주체통일 목표 등을 포기하여 남북한이 진정한 공존∙상생의 길로 들어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그런 자세를 보여주기만 한다면, 2021년 신축년은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한반도에 활기가 넘치는 한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대로 금년에도 북한이 필요할 때 대남도발을 통해 내부결속을 다질 수 있다는 생각을 유지하면서 핵개발, 미사일 실험발사, 해킹, 대남비방 등을 반복한다면 신축년의 남북관계도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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