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한국계 4명 미 연방의회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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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일에는 미국 하원의 개원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지난해 11월 3일에 있었던 선거에서 당선된 제117대 연방 의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할 때 임기 2년인 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임기 6년의 상원의원 1/3을 뽑는 선거를 한꺼번에 실시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당선된 연방 하원의원들이 선서식을 거행하고 공식적으로 의원활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날 붉은색 저고리와 푸른색 치마 차림의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의원 선서를 한 여성 의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워싱턴주에서 당선된 올해 58세인 메릴린 스트릭랜드(Marilyn Strickland) 의원이었습니다. 한국 이름은 순자입니다. 1962년 군인이었던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워싱턴주 타코마에서 워싱턴대학과 클락-애틀랜타 대학을 거쳐 타코마 시의원과 시장으로 재직했습니다. 그녀는 취임선서에서 “미 하원에 많은 여성과 유색 인종이 선출된 것은 미국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한복을 입은 이유에 대해서는 “한복을 입어 나의 어머니를 명예롭게 해드리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한국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준 발언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의 기분을 좋게 해준 것은 스트릭랜드 의원 뿐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제117대 하원에 한국계 의원이 네 명이나 당선된 것입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한국계 연방의원은 1993년에서 1999년까지 공화당 소속으로 3선 하원 의원을 지냈던 김창준 전 의원이었지만, 20년이 지난 이번에 네 명이 한꺼번에 당선된 것입니다. 지금 설명한 스트릭랜드 이외 앤디 김(Andrew Kim), 영 김(Young O. Kim), 미셸 박 스틸(MIchelle Park Steel) 등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민주당 소속으로 2018년에 이어 뉴저지주에서 또 다시 승리해 재선의원이 된 앤디 김은 약관 36세로 한국인 이민자의 아들입니다. 앤디 김(Andrew Kim)은1982년 뉴저지주에서 태어나 소아마비를 앓았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고아로 자란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가난한 농부의 딸이었는데 뉴저지로 이민와서 간호사로 일했습니다. 앤디 김은 소아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시카고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후 옥스퍼드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고 2009년부터 안보·외교 전문가로 미 국무부에서 근무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중동 전문가로 활약했고, 나토(NATO) 사령관의 전략참모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앤디 김은 기회의 나라 미국으로 이민온 한국인의 아들로서 말그대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경우입니다.

한국 이름 김영옥으로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서 당선된 영 김은 2018년 선거에서 아깝게 석패한 후 두 번째 도전에서 당선의 영예를 누렸습니다. 1962년 인천에서 태어난 영 김은 괌에서 성장하여 남가주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후 친한파로 알려진 에드 로이스 의원의 아시아 정책 보좌관으로 20여년간 활동했습니다.

올해 66세로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부모님을 따라 1975년에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미셀 박 스틸은 아버지가 작고한 후 옷가게를 하는 어머니를 도우면서 페퍼다인 대학을 거쳐 남가주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1981년 숀 스틸 전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의장과 결혼했는데, 이번에 연방 하원의원 첫 도전에 성공한 것입니다. 스틸 의원은 당선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인의 미국 이민 역사는 120여년 정도입니다. 1903년 한국인 102명이 사탕수수밭 일꾼으로 하와이 땅을 밟은 것이 효시였습니다. 지금은 한국 출신으로 미국 시민권자로 살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만 250만여 명에 달하며, 그외 이런 저런 형태로 미국에 거주하거나 한국 혈통을 가진 미국인들을 합치면 훨씬 더 많습니다. 크게 보면, 이들 모두가 자신들에게 삶의 기회를 제공해준 조국 미국과 모국인 한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이번에 미 연방 의회에 한국계가 네 명이나 진출했으니 쾌거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 큰 기대감을 안고 이분들의 의정활동을 지켜보려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