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미국에서 조 바이든(Joe Biden) 제46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많은 나라들이 바이든 정부와의 관계를 정립하는데 고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 전세계 GDP의 1/4을 차지하는 최강국이자 서방세계의 리더인데다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정책들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코로나바이러스, 경기침체, 기후변화, 인종 불평등 등을 4대 위기로 규정하고 여기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이 결단력 있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에만 무려 17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취임 후 6일 동안 서명한 행정명령이 33개나 되었습니다.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의회 입법 절차 없이 연방법 입법에 준하는 효력을 가지며, 시급한 과제를 처리할 때에 사용되는 대통령의 권한입니다. 행정명령의 내용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파리기후변화협정 및 세계보건기구(WHO) 복귀, 성평등, 이민정책 완화, 이슬람국에 대한 미국 입국금지 해제, 환경보호 강화 등 다양했습니다.
당연히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서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동맹국과의 소통 및 연대 강화, 국제기구 참여를 통한 다자주의의 활성화 등을 주장해왔는데, 한 마디로 국제협력을 중시하고 동맹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국제무대에 복귀하여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다시 강화하면서 한국, 나토, 일본 등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미중관계와 미북관계입니다. 즉, 하나는 팽창주의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강경책을 계승할 것인가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핵무력 고도화를 추진하는 북한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라는 문제입니다.
결론부터 말해, 미국의 대중 강경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에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던 부통령 시절과는 달리 바이든은 2020년 대선 후보로 나선 이후부터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2020년 Foreign Affairs지에 기고한 글에서는 민주주의 국가 간의 유대를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급성장하면서 중국으로부터 느끼는 위협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토니 블링컨은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이 미국에 가장 중대한 도전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고 했으며, 시진핑 주석 이후 중국은 손을 감추고 시간을 벌던 기조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세계의 지도국이 되려고 나섰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이 위험한 현상타파 세력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후보자와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지명된 애브릴 헤인스도 중국을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하면서 "중국이 가하는 위협에 맞서 미국도 공세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렇듯, 현재 미국 내에는 중국을 세계 경제체제로 편입시켜 잘 살게 하면 위협적인 나라가 되기보다는 국제규범을 지키는 협력국이 될 것으로 믿었던 것이 잘못이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요컨대, 바이든의 대중 기조도 트럼프 행정부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그렇습니다. 북한으로서는 바이든이 오바마 대통령이 2015년에 서명한 이란 핵합의를 외교적 성과로 평가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 합의에서 탈퇴한 것을 비난한 것을 기억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핵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지만, 한미 양국의 분석가들은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도 북핵 문제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북한은 지난 12일 폐막한 제8차 당대회에서 ‘핵무력 고도화 완성’을 천명했고 당규약에 ‘국방력 강화를 통해 통일대업을 앞당긴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등 과거보다 더욱 도발적인 핵정책과 대남전략을 선언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미소 짓는 얼굴로 북한에 다가갈 것으로 기대한다면 착각이 되기 쉽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문제에 확고하고 참모들의 의견을 중시하는 제도주의자라는 점에서 북한에게 더욱 힘든 상대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1월 22일 미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세계 평화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자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훼손하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대북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미국의 대중∙대북 정책은 중국과 북한이 하기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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