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2일 미국의 시카고국제문제연구소라는 연구단체가 ‘Preventing Nuclear Proliferation and Reassuring America’s Allies,‘ 즉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고 미국의 방위공약을 강화하는 방안‘이라는 제목의 전략보고서를 발간했는데, 핵심 내용은 아시아에서도 나토(NATO)의 핵기획그룹(NPG)과 같은 기구를 창설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유럽에는 미국의 핵무기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이 핵무기들을 공동 통제하는 체제로 운용하고 있으며 핵기획그룹을 통해 핵무기의 관리와 사용에 대해 정기적으로 협의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종합할 때 아시아에도 이와 유사한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시카고국제문제연구소가 구성한 특별연구팀이 2020년 1년 동안 연구한 내용을 종합한 것인데, 연구원으로 참가한 사람들이 모두 서방국가의 전직 장관급 인사들이라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즉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척 헤이글, 말콤 리프킨드 전 영국 국방장관,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 노부야수 아베 전 일본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릭 버트 전 주독 미국 대사,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 에스펜 아이데 전 노르웨이 국방장관, 울프강 이쉬링거 전 독일 외교장관, 커티스 스카패로티 전 나토군 최고사령관 등 각국에서 안보와 외교를 담당했던 장관급 인사들이 연구진으로 참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카패로티 장군은 나토군 사령관을 지내기 직전에 주한미군사령관으로 한국에서도 근무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과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참가했습니다.
이 보고서가 정리한 현 안보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중국이 위협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대에 쿼드(Quad) 안보대화, 즉 미국, 인도, 일본, 호주 등 4국으로 구성된 안보협력 체제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둘째, 미국이 국제적 지도력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는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공약 재확인, 핵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 전술핵무기의 배치와 사용에 관한 검토 등 세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셋째,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균형적인 방위비분담금 규모에 합의해야 하며 한국 등 동맹국들의 재래군사력을 강화하고 전술핵무기의 전진배치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등입니다.
이러한 안보 인식에 근거하여 이 보고서는 다음 다섯 가지를 건의하고 있습니다. 첫째, 미국은 아시아와 유럽의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고 핵위협의 중대성에 대응함으로써 세계적인 리더쉽을 재점검해야 한다. 둘째, 유럽 동맹국들은 스스로의 방위를 위해 더 많은 책임을 지는 방법으로 유럽의 방위능력을 개선해야 하며, 프랑스와 영국은 핵협력 강화를 통해 여타 유럽국가들을 위한 핵억제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아시아핵기획그룹을 창설하여 한국, 호주, 일본 등 동맹국들과 함께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핵억제력 제공 정책을 조정함으로써 기존의 상호방위조약들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들 간의 군비통제를 확대함으로써 핵무기 문제에 있어서의 신뢰구축조치와 투명성을 강화해야 하며, 특히 중국이 다자적 핵군비통제 대화에 참여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다섯째, 현재 미국, 인도, 일본, 호주 등 네 개 국가로 구성되어 있는 Quad 안보대화에 한국을 참여시키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등입니다.
결국 이 보고서는 아시아에서의 주 위협을 중국의 팽창과 북핵으로 정리하고 있으며, 중국의 팽창과 북한의 핵무력을 무한정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핵심적 내용입니다. 마침 미국에서 동맹관계 강화를 공약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만큼, 차제에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보다 강력한 대응체제 구축에 나서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북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의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몇 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었고, 중국 팽창주의에 대처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아시아에서도 서유럽의 집단방어체제, 즉 아시아판 나토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들이 당장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는 불확실하지만, 중국이 현재의 대외기조를 지속하고 북한이 핵무력 고도화를 고집한다면 아시아의 안보질서는 이 방향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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