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5박6일간의 베트남 및 아랍에미리트(UAE) 순방길에 나섰습니다. 문 대통령은 22일 오후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축구협회를 방문하여 시축을 했고 박항서 감독을 만나 격려했습니다. 한국인인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을 맡은 이후 성적이 크게 오르면서 박 감독은 베트남의 국민적 영웅이 되었습니다. 육군 특수부대 출신인 문 대통령이 찬 공이 취재진이 있는 곳까지 날라가자 행사장에는 한바탕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23일 문 대통령은 쩐 다이 꽝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응우옌 티 킴 응언 국회의장 등 주요 지도자들과의 면담을 이어갔습니다. 이번 베트남 방문은 문 대통령이 표방해온 신남방 정책의 닻을 올리는 계기이며 한국정부는 이 정책을 통해 2020년까지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역액을 2,000억 달러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2020년까지 한국과 베트남 간의 교역 규모를 1,00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에 파병된 한국군은 미군을 도와 월맹군 및 베트콩과 싸웠고 그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수반되었습니다. 1975년 공산군의 승리로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로 통일되었고 이후 한참 동안 서방국가들과의 관계는 단절되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 공산당과 지도부는 북한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베트남 지도부는 신속하게 전쟁의 상흔을 씻어내고 국민을 가난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개혁개방을 결심했으며 적국이었던 미국, 한국 등과 수교하고 교류를 시작했습니다. 베트남은 전쟁이 끝난 지 18년이 되던 1992년 한국과 수교했으며 이후 양국은 아픈 역사를 청산하고 형제국가로서의 우애를 다져 나갔습니다. 1995년에는 그토록 치열하게 싸웠던 미국과도 수교하여 경제협력을 재개했고 2006년에는 베트남 전쟁 동안 실종된 미군 유해 수색, 베트남 군 장교들에 대한 군사교육 및 의무교육 등을 합의했으며 중국의 남중국해 지배 시도에 대해 베트남은 미국과 공동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한국과의 관계개선은 더욱 눈부십니다. 수교 이후 한국은 베트남에 많은 경제 및 기술 원조를 제공하면서 우의를 다졌고 현재 베트남은 한국의 네 번째 교역국이며 한국은 베트남의 제1위 투자국이자 제2위 교역 대상국입니다.
여기에 비하면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베트남과 북한의 관계는 미미합니다. 눈의 띄는 고위급 방문은 거의 없으며 기념행사가 있을 때 축하 메시지를 주고 받는 정도입니다. 베트남은 작년 북한의 ICBM발사 직후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를 심각하게 위배하고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북핵 문제에 대해 줄곧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2017년 한 해 동안 북한의 대베트남 투자는 5건에 120만 달러가 전부이며 모두가 요식업 또는 건강식품과 관련한 사업들입니다. 베트남 정부가 안보리 결의 준수를 표방하면서 양국 간의 교역은 사실상 단절되었습니다. 그런 중에도 서로 다른 체제를 가진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2017년 한국과 베트남 간의 교역 규모는 637억 달러로서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간 총 교역액의 절반이며 베트남 수입시장에서 한국상품의 점유율은 22.3%로 중국에 이어 제2위입니다. 어디를 가든 한국상품들이 넘쳐난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대베트남 누적 투자액은 577억 달러이고 약 6천 개의 한국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하여 반도체, 가전, 중공업, 전력, 무선통신, 전자부품 등 다양한 사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들 한국 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베트남인은 150만 명에 달합니다. 현재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한국에서 살고 있는 베트남 여성과 한국에서 취업하고 있는 베트남인은 15만 명에 이르며 베트남을 방문하는 한국인의 숫자는 연 220만 명에 달합니다. 이쯤 되면 한국과 베트남은 ‘형제국가’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한국-베트남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10년 전에 맺었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양국 관계의 앞날도 밝습니다. 9,600만 명의 베트남인은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한 국민입니다. 한자 문화와 유교의 영향을 받아 한국인과 습관이나 사고방식도 비슷합니다. 무엇보다도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베트남 지도부의 의지가 확고하여 앞으로도 소재부품 산업, 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은 물론 도로, 공항 건설 등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 상호 호혜적인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베트남의 이런 활기찬 모습은 북한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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