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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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22일 동안 워싱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한미동맹은 양국이 70여년 전 전장에서 어깨를 맞대고 함께 싸우면서 다져졌다”는 말로 시작된 공동발표문에는 연합 방위태세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모든 역량을 가용하여 한국에게 확대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약속이 포함되었고,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원칙이 천명되었으며, 1979년에 서명되었던 한미 미사일지침을 완전히 해제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습니다. 또한, 공동발표문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및 미북 간 합의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남북 간 대화 및 협력과 이산가족 상봉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표명했습니다. 발표문 발표 직후에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군 55만 명에 대한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직접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은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확대억제를 확실히 제공하겠다는 것은 북한의 전쟁도발을 억제하는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약속이며, 미사일 지침의 완전한 해제는 이제부터 한국이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고 군사용 미사일들을 개발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란 북한이 핵 및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주변의 안보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그리고 한국군이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한 충분한 독자적인 대응능력을 갖출 때까지 현재의 전작권 체제, 즉 전쟁 발발시 한미군이 단일 지휘체제 아래서 함께 싸우도록 되어 있는 현 전시작전통제권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공동발표문은 한국이 미국 정부의 입장을 존중하는 내용들도 담아냈습니다. 발표문을 통해 양 지도자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문제를 다룸에 있어 완전한 공조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는데, 이런 것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해온 내용들입니다. 또한, 양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를 표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 4국 안보대화 즉 쿼드(QUAD)를 통한 지역 다자주의 협력과 태평양 도서국들과의 협력 강화 등의 중요성에 공감을 표방했습니다. 사이버 안보, 전 세계적 핵무기 비확산과 원자력 안전, 기후 변화에 대한 공동대처, 보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강화와 개혁, 불공정 무역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무역기구(WTO)의 개혁, 5G 및 6G 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신흥기술의 발전과 공급망 회복, 국내외에서 민주적 가치와 인권 증진, 미얀마 군경의 민간인들에 대한 폭력 규탄 등에 있어서도 중요성을 인식하고 협력을 약속했는데 이것들도 미국이 원했던 아젠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한미일 3국 협력, 쿼드(QUAD), 불공정 무역에 대한 대응 등은 중국의 팽창주의를 견제하려는 미국이 제기해온 문제들인데, 미국의 이러한 입장에 한국이 공감을 표시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북한 및 중국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때문에 국내외로부터 동맹을 경시하면서 미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 를 한다는 비난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 공동발표문에는 한국이 여전히 미국의 동맹국임을 확인해준 내용들이 많았다는 평가인 것입니다. 5월 21일 정상회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면전에서 6·25때 중공군과 싸운 94세의 랄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육군 대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한 것에 대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으며, 한국군 55만 명에 대한 백신 공급이 한미 연합훈련 재개로 연결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이번 공동발표문에 반도체, 5G, 6G, 우주 탐사 등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이 유독 많이 강조된 것을 보면서 그리고 정상회담에 맞추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반도체 파운드리 라인 증설, 전기차 배터리 합작생산, 전기차 현지 생산 등을 위해 미국에 40조원(약 38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것을 보면서, 한미동맹이 안보동맹에서 기술동맹 반도체 동맹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는 평가도 많습니다. 이렇듯 이번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의 공동발표문은 다양한 측면에서 한미동맹의 건재를 재확인한 내용들을 담아냈지만, 이것들이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실제로 달라진 정책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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