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단장 이학기 대령은 대구 달성군에 있는 윤필현 씨의 집을 방문하여 1950년 평안남도 개천 지역에서 전사한 그의 아버지 고 윤경혁 일병의 유해를 전달했습니다. 이 단장은 국방장관 위로패를 증정하고 호국영웅 귀환식을 거행해주었습니다. 고 윤 일병의 유해는 미국과 북한이 북한내 미군 전사자들을 공동 발굴하는 과정에서 수습되어 하와이에 있는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으로 보내졌고, 거기서 한국인의 유해임이 밝혀지자 다시 한국으로 보내졌습니다. 이후 유해발굴감식단은 확보 중인 전사자 및 실종자 유족들의 유전자와 일일이 대조하여 신원을 밝혀냈습니다. 이렇듯 6.25의 총성이 멎은 지 68년이지만, 나라를 지키다 돌아가신 호국영웅들의 유해를 발굴하여 가족에게 돌려보내는 일은 중단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2차대전 및 한국전쟁 전사자들을 발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습니다. 베트남전을 계기로 1973년에는 태국에 중앙신원확인소(CIL)를 설치했으며, 후일 이 부대를 하와이로 이전하여 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 사령부(JPAC·Joint POW/MIA Accounting Command)를 창설했고, 현재에는 2015년에 확대 창설된 DPAA를 통해 최고 수준의 유전자 감식기술과 요원들을 갖추고 라오스, 베트남, 북한, 인도 등 세계 전 지역을 대상으로 미군 전사자의 유해를 찾아 신원을 밝히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7년에 귀향한 퀀타나 일병과 선더스 병장의 유해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퀀타나 일병은 1950년 7월 27일 경남 하동에서 전사했지만 신원을 알 수 없어 X-183이라는 가명으로 1951년 마산 유엔군 묘지에 가매장되었다가 다시 하와이 국립묘지로 이장되었습니다. 유전자 감식기술이 발달된 이후 이 유해는 다시 파헤쳐졌고, 결국 DPAA의 노력으로 신원이 밝혀져 고향인 네바다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출신으로 1951년 강원도 횡성 전투에서 포로가 되었다가 포로수용소에서 숨진 선더스 병장의 유해도 DPAA의 노력 덕분에 66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되었습니다. 미국은 한국전쟁 종전 후 정전협정에 의하여 북한으로부터 전사자 유해들을 송환받았지만, 북한은 1954년 송환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1993년에 가서야 미북 간 '미군유해에 관한 합의서'가 체결되었습니다. 지금도 미국은 많은 돈을 북한에 지불하면서 유해송환 임무를 수행 중입니다.
한국의 국방부에도 2007년에 창설된 유해발굴감식단 이라는 부대가 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육군본부 내에 유해발굴반이 있었지만 조직과 인원을 대폭 보강하여 재창설된 것입니다. 이후 유해발굴감식단은 한국전쟁 당시 전투가 치열했던 경남 함안, 진동 등을 시작으로 광범위하게 발굴사업을 벌여 지금까지 한국군, 유엔군, 북한군, 중공군 등 1만여 구의 유해를 발굴하여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군과 중공군의 유해도 국군 전사자 유해와 똑같은 예를 갖춰 입관하여 해당국에 통보하고 있습니다. 2007년 11월 평양에서 열린 제2차 국방장관회담에서 남북은 6·25 전사자 유해를 공동 발굴하기로 합의했으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군의 유해발굴단도 숱한 감동적인 사연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들의 노력으로 2018년 1월 30일 건설공병단 소속으로 참전하여 경기도 가평 전투에서 전사한 고 김재권 일병의 유해가 68년만에 전사자의 아들에게 전달되었는데, 이때에도 발굴감식단 요원들이 강원도 강릉에 있는 아들의 집을 방문하여 전사자 신원확인통지서, 국방장관 위로패, 유품 등을 전달하고 영웅 귀환행사를 치러주었습니다. 이들의 노력으로 1951년 강원도 양구군에서 발굴된 정연식 중사의 유해도 2013년에 가족의 품에 안겼고, 2012년 5월에는 한국군 유해발굴단 요원들이 하와이에서 신원이 밝혀진 한국군 전사자 12명의 유해를 인수받아 온 일도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인명을 소중히 여기는 나라입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기리는 나라입니다. 북한이 이런 노력에 동참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6월 12일 싱가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의 공동발표문에는 "전쟁포로 유해발굴 및 송환"이라는 내용도 포함되었습니다. 그래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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