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내년 3월로 다가오면서 북핵 문제가 대선 주자들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다시 활발해진 북한의 SLBM 즉 잠수함발사탄도탄 관련 활동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현재 여야를 합쳐 20명이 넘는 대통령 예비후보들이 국민을 대상으로 득표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북핵 문제도 예비후보들이 거론하고 있는 중요한 정책분야 중의 하나입니다. 얼마 전 국민의힘당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북핵위협에 맞서기 위해 나토(NATO)식 핵공유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특히 홍준표 의원은 국민의힘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인 2017년 미국을 방문하여 미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이 끝내 핵강국의 길을 고수한다면 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함께 핵무장을 해서 대항하는 ‘민주주의 핵동맹’이 필요하다고 설파했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에는 역시 국민의힘당 대선 주자인 김태흠 의원도 이 주장에 가세하고 나섰습니다. 김 의원도 2017년부터 미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해왔지만, 최근에는 "한국이 북핵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국민투표를 실시해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하자고 제안하면서, 미국의 핵무기를 나토 회원국들의 전폭기들에 탑재하여 운영하는 나토식 핵공유 제도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원은 한국에 배치되었던 미국의 전술핵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계기로 모두 철수되었지만 북한은 이 선언을 비웃듯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하고 본격적으로 핵무기를 증강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역시 야권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중국이 한국의 사드(THAAD)를 시비하려면 그 전에 자국의 장거리 레이더들을 먼저 철거해야 한다”며 중국을 향해 일침을 놓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북핵 문제가 대선 주자들의 화두가 되는 데에는 최근 활발해진 북한의 SLBM 관련 활동이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SLBM 3기를 탑재할 수 있는 북한의 3천톤 급 신형 잠수함의 진수가 임박했다는 분석 기사들이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소식통들은 지난 4월 초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SLBM 시험발사용 바지선이 정박장을 떠나 부유식 드라이독에 접안한 것이 포착되고 이어서 바지선 안에서 미사일 발사관을 교체·수리하는 정황도 포착되었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바지선은 2016년 ‘북극성-1형’ SLBM 시험발사 때에도 정박장 밖으로 나왔었는데, 그래서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4월 15일 태양절을 맞이하여 SLBM을 발사할지 모른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었습니다. 이어서 4월 20일에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 사이트인 ‘Beyond Parallel(분단을 넘어)’이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남포조선소에서도 SLBM 시험발사용 바지선에 미사일 발사관으로 추정되는 ‘원통형 물체’가 방수포에 덮혀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TV는 2019년 7월 김정은 위원장이 건조 중인 신형 잠수함을 시찰하는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작년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과 금년 1월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극성-4형’과 5형’ SLBM을 연달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사실과 최근의 움직임을 종합하여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새로운 잠수함이 진수되는 것에 맞추어 북극성-4형 및 5형 SLBM의 실전 운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SLBM 개발과정을 보면, 바지선을 이용하여 수중에 설치한 발사관에서 미사일을 물 밖으로 밀어내는 수중사출, 즉 ‘콜드론치(cold launch)’ 실험을 한 후 잠수함을 동원한 수중사출 시험을 하고 이어서 수중에서 사출된 미사일을 수면 위에서 점화시켜 공중으로 날려보내는 ‘핫론치(hot launch)’ 실험을 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는 남포의 해군조선소에서 신형 SLBM을 발사하여 동해 쪽으로 날아가게 하는 시험발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물론, 이후 북한의 SLBM 시험발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신형 SLBM을 시험발사할 준비가 덜 되었을 수도 있고, 미국과의 핵협상을 염두에 두고 미국이 제시한 레드라인, 즉 장거리 미사일을 쏘지 말라는 미국의 금지선을 준수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최근 보도들을 종합할 때 북한이 SLBM 개발 및 SLBM을 운용할 신형 잠수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북한이 3천톤 급 신형 잠수함에 만족하지 않고 4∼5천톤 급 신형 핵추진 잠수함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높아 보입니다. 또한, 지난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핵잠수함의 설계와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 단계에 있다,”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 무기를 보유하는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되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을 보면,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통한 핵무기 발사 수단의 고도화를 꾀하고 있음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릴수록 한국에서도 미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나 나토식 핵공유 주장 또는 독자적인 핵개발 주장이 더욱 힘을 받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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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