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 밤 11시 59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크리스 도나휴 미 육군 제82공수사단장을 마지막 탑승자로 태운 C-17 수송기가 이륙함으로써 20년에 걸친 미군의 아프간 주둔은 마감되었습니다. 8월 15일 카불이 탈레반의 수중에 떨어진 후부터 미국은 철수작전을 통해 대부분의 미국인과 많은 아프간인들을 철수시켰으며, 이날 마지막 미군이 카불을 떠남으로써 철수작전도 종료되었습니다. 이로서 미국이 네 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미군 전사자 2461명, 탈레반 등 반군 사망자 5만 명, 아프간 민간인 및 군경 사망자 12만 명, 아프간 난민 5만 명 등을 기록하고 1조 2600억 달러의 전비를 쓰면서 장장 20년 동안 수행해온 아프간 전쟁은 막을 내렸습니다. 미군이 떠난 후 탈레반들은 “이제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며 환호했지만 아프간의 미래는 매우 불확실하며, 아프간 사태의 후폭풍들이 이미 도처에서 불어오고 있습니다.
우선, 아프간 내부의 후폭풍이 간단치 않습니다. 미국은 탈레반을 몰아내고 민주 정부를 수립함으로써 지난 20년간 여성들에게 교육을 받고 직업을 구할 자유를 제공했지만, 이제 아프간 여성들은 이 자유를 다시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있으며, 미군에 협력했던 아프간인들의 운명도 불확실합니다. 또한, 탈레반에게 밀려난 구 아프간 정부군, 미국이 2001년 탈레반을 몰아낼 때 미군편에서 싸웠던 북부동맹의 주축인 타지크족 등이 저항할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탈레반보다 더 지독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로서 세계를 향해 각종 테러를 저질러왔던 이슬람국가(IS)도 탈레반에 맞서 싸울 채비를 차리고 있습니다. 이렇듯 아프간이 또 다시 내전상태로 돌입할 가능성은 열려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피를 흘려야 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미군이 떠난 직후 UN 안전보장이사회는 탈레반에게 탈출을 원하는 사람들의 안전보장과 안전한 통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탈레반이 얼마나 수용할지는 의문입니다.
아프간을 놓고 주변국들의 세력다툼도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카불주재 자국 대사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특히 중국은 탈레반에게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습니다.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 7월 28일 탈레반 대표단을 텐진으로 초청하여 회담을 하는 등 탈레반을 공식 파트너로 인정하는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중국의 이러한 행보에는 미국을 견제하는 전략, 중국이 구상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아프간이 차지하는 지정학적 중요성, 아프간에 매장된 막대한 양의 희토류에 대한 관심 등이 내포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향후 아프간이 중국의 시녀국이 되어 중국 팽창주의의 통로가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습니다. 아프간은 ‘제국들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외부세력에 대해 강력히 저항해온 나라입니다. 영국과 러시아도 아프간에 들어왔다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떠났던 전력이 있습니다. 때문에 중국도 탈레반이 중국내 이슬람 지역인 신장자치구의 위구르족 독립세력들과 연계할 가능성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상황입니다.
아프간 사태는 미국 정가에도 후폭풍을 몰고와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수세에 몰린 것 같습니다. 물론, 아프간 철군 결정은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물려준 것인데다 미국 세계전략의 주요 전초기지인 나토, 대만, 한국, 일본 등과는 달리 아프간은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중국이 세력을 확장하는 통로가 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때문에 아프간에서 철군하는 대신 핵심 동맹들을 더욱 내실있게 관리해야 한다는 세계전략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큰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비난은 철군의 방식, 절차 등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전술적 문제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도 아프간 난민들이 들어왔는데, 이 때문에 약간의 소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은 8월 26일 공군기를 보내 아프간에 주둔했던 한국군을 도왔거나 한국기업에 일했던 특별기여자와 가족 390명을 한국으로 데려왔는데, 한국의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한국기업에서 돈을 받고 일한 사람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으며, 그보다는 북한을 떠나 한국에 오고자 하는 탈북민들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와 같이 아프간 사태가 이미 여러 갈래의 후폭풍들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나라의 장래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