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LPGA 2020 U.S.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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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자 프로골퍼 김아림 선수가 12월 15일 미국 휴스턴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U.S.오픈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습니다. U.S.오픈은 75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깊은 골프대회로서 LPGA 대회에서 메이저 중 메이저로 불리는데, 올해에도 세계 각지에서 온 유명선수들이 나흘 간 열띤 경쟁을 벌였습니다. 이 대회에서 김아림은 최종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최종 합계 3언더파 281타로 우승하여 상금 100만 달러와 함께 LPGA 투어 출전권을 얻었습니다. 이로써 1998년 이래 지금까지 22년 동안 한국선수가 U.S. 오픈에서 우승한 것이 11차례이며, 박세리, 김주연, 유소연, 전인지, 이정은, 박인비 등이 주인공이었습니다. 한국은 금년도 U.S.오픈을 통해서도 여자골프 강국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인데, 10위 안에 든 한국선수는 우승자 김아림, 공동 준우승 고진영, 공동6위 박인비와 이정은 등입니다.

이번 U.S.오픈은 참으로 많은 이야깃거리들을 남겼습니다. 첫날인 12월 11일 선수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대회에 임했지만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롱패딩을 입고 나와야 했습니다. 매년 6월에 개최되던 U.S.오픈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12월로 연기되면서 선수들이 겨울 추위에 떨어야 했던 것입니다. 비바람 악천후로 인하여 마지막날 라운드가 하루 순연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예선전을 치루지 못하여 참가자격을 확대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27명의 선수들이 대거 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고, 그 바람에 세계랭킹 94위에 지나지 않는 김아림 선수도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는 김아림의 우승이 행운이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김아림은 드라이버의 평균 비거리가 한국 1위인 276야드인 강타자이지만 정교하지 못한 퍼팅 문제 등으로 2013년 KPGA입문 이후 2회 밖에 우승을 하지 못했고 한국에서의 상금랭킹도 21위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아림을 좋아하는 팬들은 퍼팅만 뒷받침 해준다면 175cm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녀의 드라이버가 언젠가는 큰 일을 낼 것으로 믿고 있었고, 2020년도 U.S. 오픈이 그런 김아림에게 천금같은 기회를 제공한 것입니다.

대회 초반 선두에 나서면서 미국 국민들에게 우승의 기대감을 안겨주었던 애미 올슨도 감동적인 뒷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노스다코타주 출신인 올슨은 첫날 16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면서 선두에 나섰지만, 경기 도중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슬픔 속에서 남은 경기를 치루어야 했습니다. 캐디를 봐주던 남편이 아버지 장례를 위해 돌아간 상황에서 올슨은 선전을 계속하여 준우승을 차지했고, 경기를 마친 후에야 참았던 눈물을 보였습니다.

10위 안에 든 선수 중 여덟 명이 아시아 선수라는 점도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한국인 선수는 우승자 김아림을 포함한 네 명이지만, 4위를 차지한 일본의 히나꼬 시부노, 5위를 차지한 메간 캉, 태국의 모리야 주탄우간 및 아리야 주탄우간 자매 등도 모두 아시아 선수들입니다. 메간 캉은 197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온 라오스 출신 부모에서 태어난 155cm의 단신이지만 다부진 스윙으로 5위를 차지했습니다. 태국의 모리야 주탄우간과 아리야 주탄우간 자매는 골프 불모지인 태국에 골프 바람을 불러 일으킨 태국의 국민영웅입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선수들은 풍성한 상금을 받았습니다. 우승 백만 달러, 준우승 50만 달러, 4등 27만 달러, 5등은 22만 달러 등의 상금이 지급되었고, 66위를 차지한 선수가 가장 적은 금액인 1만 1천 달러를 받았습니다. 이렇듯 많은 아시아 선수들이 기회의 땅 미국에서 프로 스포츠 선수로서의 성공을 위해 매진하고 있지만, 유독 북한 선수는 보이지 않는 것이 유감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리민복과 인권을 중시하는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나라가 된다면, 북한선수들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스포츠 잔치에 동참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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