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에 관한 한 2018년은 기대감으로 시작되었지만 실망으로 끝난 한해였습니다. 2018년에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한 대화제안에 한국 정부가 파격적인 대북정책으로 화답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성과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결과 국민의 상당수는 북한이 곧 핵무기를 포기하고 질적 변화를 통해 국제사회에 동참하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선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외형적인 성과들이 이루어진 것과 이로 인해 북한정권이 적지 않은 정치적•외교적 이익을 거둔 것이 눈에 띕니다. 남북 간에는 세 차례 정상 간의 만남을 통해 4•27 판문점선언, 9•19 남북합의서 등이 체결되었고 고위급회담과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비롯한 무수한 대화와 교류가 이루어졌었으며, 철도연결을 위한 공동조사, 소나무 제선충 약제 지원, 한강하구 수로 공동조사 등 대북지원을 위한 각종 준비조치들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평양정권은 많은 정치적•외교적 이익을 거두었습니다. 6월 12일 싱가폴에서 열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으로 지금까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역대급 사건이었습니다. 중국은 2011년말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이후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회피해오다가 금년 한 해 동안 세 차례의 정상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전통적인 북중관계를 회복하고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는 지극정성으로 북한을 지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하면서 국제사회를 향해 대북제재의 완화를 호소했고, 안으로는 대북 지원사업들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대북 지원사업들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유엔의 대북제재가 해제되어야 하고 대북제재가 해제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남북협력 시대는 여전히 북핵이라는 북한 스스로가 쳐 놓은 덫에 걸려있는 상태입니다.
북한이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 것,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의 엔진실험시설과 발사대 해체를 시작한 것, 그리고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한 것 등이 전부입니다. 그리고는 미국을 향해서 대북제재 해제와 종전선언을 요구하면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요구가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 북한은 이미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거쳐 수소폭탄까지 개발한 상태인데다, 핵실험장이 제대로 폭파되었는지를 확인할 길도 없으며, 국제사회가 원하는 비핵화 일정 제시나 핵신고도 거부한 채 핵시설과 미사일 공장을 계속해서 가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 이외 실제로 얻은 것은 없습니다. 남북협력기금 예산을 늘렸고 수십조 원이 드는 대북 지원사업들을 기획하고 있으며, 북한이 원하는 군사사항들을 대폭 수용한 9•19 군사분야합의서에도 합의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정권은 감사하다는 말은 하지 않으며 오히려 후방에서 실시하는 한국군의 정상적인 방어훈련과 무기구입에 대해서 '군사분야합의 위배'라고 비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이런 북한을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가 라는 볼멘 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북한이 그토록 현란한 평화공세를 펼치면서도 단 한번도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고 지금도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정권이 지금까지 북한이 주장했던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와해, 핵우산 철폐 등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2월 20일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을 통해 "6·12 북미 공동성명에는 '조선반도 비핵화' 라고 명시되어 있을 뿐 '북한 비핵화' 라는 문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데도 미국이 '조선반도 비핵화'를 '북한 비핵화'로 어물쩍 간판을 바꾸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논평이 북한정권이 여전히 '조선반도 비핵화' 개념을 고수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평양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 하며, 그것이 북핵 해결을 위한 대전제이자 2019년도 북핵 대화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출발점일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핵을 가진 쪽은 북한뿐입니다. 북한이 진정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기만적인 '조선반도 비핵화' 논리를 포기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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