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사년 새해를 기념하는 북한의 방식은 이번에도 특별했습니다. 1월 6일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는 것을 쏘아 올린 것입니다. 북한은 1월 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사일총국이 발사한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 음속 12배 속도로 비행하여 1,500km 떨어진 목표 가상 수역에 정확하게 탄착했다”고 보도했고, “1차 정점 고도 99.8㎞와 2차 정점고도 42.5㎞를 찍으며 예정된 비행궤도를 비행했다”고 밝히면서 변칙기동 능력을 강조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딸 주애와 함께 화상감시체계로 시험 발사를 참관한 후 “그 어떤 조밀한 방어장벽도 효과적으로 뚫고 상대에게 심대한 군사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치하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합참은 “변칙기동을 한 흔적이 없으며, 비행거리도 1,100 km였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발표가 과장되었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2022년에 43차례 총 103기, 2023년에 31차례 총 56기에 그리고 2024년에는 20차례에 걸쳐 70여 기의 미사일을 쏘았는데, 금년엔 또 얼마나 많은 미사일을 발사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한국의 평론가들은 북한은 과거에도 태양절과 같은 명절, 미국과의 협상을 앞둔 시점, 대남 위협을 가하고자 하는 시기 등에 맞추어 미사일 시위를 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미사일 발사도 1월 20일 출범하는 미국의 제2기 트럼프 행정부와의 흥정을 의식하여 미리 몸값을 올리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고, 또 다른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전사하거나 부상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내부의 민심을 통제하고 체제를 단속하는 차원에서 미사일을 쏜 것이라는 해설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반면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나가는 과정으로 보고,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능력이 어디까지 왔는지에 주목하는 편입니다.
극초음속 무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능력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첫째, 음속 5배 이상의 속도로 목표물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 좌우(左右) 그리고 고저(高低)로 변칙 회피기동이 가능해야 하며, 셋째 그렇게 하면서 저공비행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체 엔진을 달고 이런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인데, 여기에 사용되는 엔진은 통상적인 터보제트엔진과는 다른 램제트 또는 스크램제트 엔진을 사용합니다. 자체 엔진이 없는 상태에서 모체 미사일에서 분리되어 활공하는 것을 극초음속 활공체(HGV)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극초음속 무기를 요격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방어장벽도 뚫을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극초음속 무기라고 부르는 것들이 실제로 그런 능력들을 갖추고 있는 지는 불명확하며, 극초음속 무기가 실전에 사용된 적이 없으므로 방어가 얼마나 더 어려운 지도 두고 봐야 할 문제입니다.
현재로서 극초음속 무기의 선두 주자는 러시아와 중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아방가드르 ICBM, 공대지 킨잘, 함대함 지르콘 등을 배치했고, 중국은 동펑-17, 동펑-27, 초음속 궤도폭탄 등을 배치했거나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늦게 시작한 미국은 최근 준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다크 이글’을 배치한데 이어, 각 군별로 각종 극초음속 활공체와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 경쟁에 뛰어든 이상 조만간 선두 주자로 나설 것입니다. 북한은 2021년 9월 28일 처음으로 극초음속 발사체를 시험 발사한 이래 이번 발사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이 무기를 실험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매번 ‘화성 8형,’ ‘극초음속 미사일-2형,’ ‘화성-12나,’ ‘화성포-16나’ 등 새 명칭을 소개하면서 기술적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선전해왔습니다. 이란은 2023년에 그리고 인도는 2024년에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가 있으며 일본, 영국, 프랑스 등도 개발 중입니다.
어쨌든 북한이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상 남북 간 경쟁도 불가피해 보입니다. 한국은 2007년 스크램제트 엔진 기술 개발에 착수한 이래 극초음속 응용 기술, 초고속 공기흡입 엔진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전투기용 공대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한국은 북한이 비해 늦게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나섰지만, 일반 순항미사일 기술에서 단번에 북한을 따라 잡았듯이 극초음속 무기에서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