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己亥年)의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금년에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1월 1일 오전 9시 조선중앙TV를 통해 32분간 방영된 신년사는 예상대로 자립경제의 성과를 선전하고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유독 사회주의 정체성을 강조한 내용이 많다는 특징을 보여주었습니다. 대외관계에 대해서는 2018년도 신년사와 마찬가지로 일단 남북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부드러운 내용들이 많았으며, 미국과의 대화 용의도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를 향한 진정성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한데다 불변의 대남전략을 드러내는 대목들이 많다는 평가를 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진전된 내용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선, 신년사는 자신들의 주동적인 노력에 의해 한반도에 평화기류가 형성되었고 튼튼한 자립경제와 자위적 국방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자평과 함께,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성과를 장황하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신년사는 절박한 경제과제들도 제시했는데, 예를 들어, 전력생산의 획기적 증가, 석탄 증산, 화학공업과 금속공업의 국산화, 철도를 비롯한 교통운송 부문 확충, 시멘트를 비롯한 건재 생산 확장, 영농 과학화, 수산자원 보호 증식, 산림 복구 등이 절실하다고 인정하면서 내각, 경제지도원 그리고 모든 인민에게 계속적인 분발을 촉구했습니다. 군사문제와 관련해서 신년사는 4대 강군화 노선을 통한 인민군대 육성, 국방공업의 주체화 및 현대화를 통한 방위력 제고 등을 강조했습니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도 성과를 선전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신년사는 최근 남북관계 개선을 설명하면서 “2018년부터 남북관계 대전환을 위한 주동적이고 과감한 조치들을 취한 결과 70년 민족분열 사상 일찍이 있어본 적이 없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자찬했습니다. 그리고는 4월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군사분야합의서 등을 사실상의 불가침 선언이라고 하면서, 2019년에도 “북남관계 발전과 평화번영 그리고 조국 통일을 위한 투쟁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제조건 없이 개성공단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신년사는 남북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 긴장의 근원인 외세와의 합동군사 연습을 허용하지 말아야 하고 외부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중지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남전략을 재확인시켜준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즉, 한국에게 대북제재에서 이탈하여 대북제재 체제를 허무는데 앞장서라고 주문한 것이고, 연합훈련이나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허용하지 말라는 것도 한미동맹을 이간시키려는 종전의 대남전략을 반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한국을 이용하여 대북제재의 균열, 동맹의 이완, 한국사회의 분열 등을 도모하겠다는 기존의 대남전략이 불변임을 드러낸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핵문제와 관련한 언급은 더욱 실망적입니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 신년사는 “조선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입장은 불변이다”라고 했는데, 결국 ’북한 비핵화‘가 아닌 ‘조선반도 비핵화’ 주장을 반복한 것입니다. 북한이 주장해온 ‘조선반도 비핵화’란 미국의 핵우산과 연합훈련을 포함한 모든 대북 위협이 제거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기 때문에, 지금 상태에서 미국이 더 의미있는 조치들을 취하지 않으면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해서 밝힌 것입니다. 이는 한반도에서 핵을 가진 쪽은 북한뿐이므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된다는 국제사회 및 유엔의 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신년사는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실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말도 했지만, 이 말은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핵무기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며, 검증이 수반되지 않는 일방적 선언이기 때문에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조선반도 비핵화’ 주장을 반복했을 뿐 핵해결 전망을 밝게 해줄 내용은 없습니다. 북한이 ‘조선반도 비핵화’ 논리를 고수한다면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한은 미국을 한반도로부터 이탈시키려는 목표를 겨냥하여 자신들에 대한 미국의 모든 위협도 제거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할 것이고, 한국에 대해서도 동맹이간을 겨냥한 ‘우리민족끼리,’ ‘민족 자주,’ ‘외세 배격’ 등의 구호들을 반복해서 외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핵 대화는 또 다시 표류하거나 결렬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걱정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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