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임인년이 저물고 2023년 계묘년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북한은 드론 도발과 미사일 발사로 작년을 마감하고 미사일 발사로 금년을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크리스마스 휴일을 지낸 다음 날인 작년 12월 26일 5대의 소형 드론으로 한국 영공을 침범했습니다. 12월 31일에는 송년 폭죽을 쏘듯 3기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쏘았고 1월 1일에는 또 다시 미사일을 쏘면서 신년을 맞았습니다.
북한의 드론 도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4년, 2016년 그리고 2017년에도 허접한 카메라를 장착한 소형 무인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했다가 모두 추락했었습니다. 12월 28일 합참이 국회 국방위에 보고한 ‘적 무인기 식별 및 대응’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무인기들은 개성 남서쪽에서 남하하여 군사분계선을 넘어왔고 4대가 파주, 김포, 인천, 강화 등의 상공을 수 시간 비행하는 동안 한 대는 시속 100㎞로 경기도 파주시와 고양시를 거쳐 서울 북서부로 진입하여 한강을 따라 서에서 동으로 서울을 관통한 후 남하했던 항로로 되돌아갔습니다.
북한이 정보수집 능력도 없는 조악한 무인기들을 보낸 목적에 대해서 언론들은 한국군 대비태세 시험, 사회 불안 조장, 용산 대통령실 상공 침투 가능성 가늠 등 다양한 동기를 거론하고 있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런 식으로 남북 간 드론 경쟁을 촉발해서 득을 볼 것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은 1980~1990년대 중국 무인기를 모방하여 무인기 제조를 시작했고 이후 시리아, 러시아, 이란 등으로부터 획득한 기술로 자체 생산하여 현재 최대 1천여 대의 각종 무인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국군도 다양한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도발을 계기로 소극적∙수세적 작전을 적극적∙공세적인 드론 작전으로 전환한다고 합니다. 북한이 드론을 보내면 이쪽에서도 드론을 보내 북한의 민감한 지역들을 정찰하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군은 스텔스 무인기, 공격 무인기, 요인 암살용 무인기 등 북한과는 차원이 다른 첨단 무인기들을 개발하겠다고 했습니다. 도발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드론부대 창설’을 앞당기라고 지시했는데, 이는 앞으로 전개될 무인기 경쟁의 서막일 뿐입니다. 월등한 경제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과의 무인기 경쟁이 북한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지 궁금합니다.
물론 북한 무인기들을 포착한 한국군이 전투기, 공격 헬기 등을 투입해 추격 및 격추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한 대도 격추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런 결과에 대해 한국군은 국민으로부터 질책을 받아야 했습니다. “첨단 전투기가 어떻게 시속 100km로 나는 저급한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했느냐”라는 질책도 있었고 “자폭 드론이었다면 어떤 피해를 당했겠느냐”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북한의 무인기 도발에 대해 한국군이 군단급 무인기 ‘송골매’ 2대를 북측 지역으로 5㎞가량 침투시킨 것에 대해서도 “북한 무인기가 서울까지 들어왔다면 우리도 평양까지 보내야 하지 않느냐”라는 볼멘소리도 있었습니다. “값비싼 전투기들이 출격하여 허접한 무인기도 잡지 못했으니 군 지휘책임자들을 문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사실들을 보면 그리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정부는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까지 들어온 것을 1953년 정전협정과 2018년 남북군사합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한 특단의 도발로 간주하고 확전에 대비했습니다. 한국이 북쪽으로 보낸 무인기를 격추하기 위해 쏜 북한의 대공포탄이 군사분계선 남쪽에 떨어질 경우 대공포 발사 지점을 타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최전방 포병 부대들에게 포격준비 명령을 하달한 상태에서 유무인 정찰기들이 DMZ에 근접해 비행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무인기들이 레이더 추적이 어려울 만큼 작고 저고도로 비행했지만 한국군은 국지방공레이더와 열영상감시장치로 추적하고 있었고 레이더에서 사라지는 순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별 지점들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전체적인 항적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왜 한대도 격추하지 못했느냐”는 국민의 질책에 대해 출격했던 한 전투기 조종사는 비공식적으로 자신의 고심을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식별되면 격추해도 좋다는 상부의 지시도 있었고 격추 가능 위치에도 있었지만, 민간인 피해 걱정 때문에 끝내 기관총을 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한번 누르기만 하면 수백발의 탄환들과 무인기 파편들이 공중을 가로질러 발 아래에 있는 수많은 아파트와 민가 위로 떨어질 수 있음을 알기에 결코 스위치를 누르지 못했다”며 고심을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북한은 내륙을 가로지르는 미사일 발사를 다반사로 실시하지만, 한국군은 민간인 거주지역 상공을 통과하는 무기발사 실험을 하지 않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