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참수작전과 하늘의 암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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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수작전’이란 머리를 자른다는 의미로 적국의 장수나 주요 인물을 제거하는 군사작전을 말하는데 요즘엔 주로 테러세력의 수뇌부를 제거하기 위해 벌이는 군사작전입니다. 참수작전이라고 하면 우선적으로 특수부대를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실제로 2011년 미국이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할 때에는 미 해군 특수부대 데브그루(DEVGRU)를 동원했고 2019년 이슬람국가(IS)의 지도자 알 바그다디를 사살할 때에도 특수부대인 델타포스를 동원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공군력에 의한 참수작전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즉 F-35 스텔스 전투기 등 항공기가 투하하는 정밀폭탄은 매우 효과적인 참수작전용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공군만 하더라도 사거리 270km의 슬램-ER(SLAM-ER), 사거리 500㎞의 타우러스(Taurus) 등의 공대지 미사일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공산오차(50%가 떨어지는 반경)가 1-3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대단히 정확합니다. 지하관통탄인 GBU 미사일도 있습니다. GBU-28은 30m 지하를 관통할 수 있고 GBU-57은 관통력이 60미터 이상이어서 지하에 있는 테러조직의 지휘부를 초토화시키는 참수작전용 무기입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특정 인물만을 표적으로 삼는 ‘하늘의 암살자’ 즉 공격 무인기들입니다.

지난 12월 3일 미국이 드론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Quds)군 사령관 가셈 술레이마니 장군을 제거하는 참수작전을 벌인 것 때문에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의 신정일치 통치체제를 떠받치는 핵심 군사조직이며 쿠드스 군은 혁명수비대의 두뇌에 해당하는 조직입니다. 이 조직은 주로 해외의 친(親)이란 군사조직들을 지원하고 비밀 군사작전을 수행해왔습니다. 이날 새벽 술레이마니 사령관은 수송기 편으로 시리아를 출발하여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도착 후 차량으로 옮겨 타고 공항 내 도로를 이동하던 중 미군 무인기에서 발사된 헬파이어 미사일에 맞아 다른 6명과 함께 현장에서 즉사했습니다. 이에 격노한 이란 정부는 미국에 대한 피의 보복을 다짐하고 있지만 미국은 술레이마니 사령관이 지금까지 미국을 향한 많은 테러공격에 가담해왔는데다 조만간 새로운 대미 공격을 수행할 예정으로 있어서 예방차원에서 제거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 사건으로 중동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으며 석유가격이 급등하는 등 심상치 않은 후폭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번에 참수작전에 사용된 드론인 MQ-9 리퍼(MQ-9 Reaper)의 성능에 대해서도 많은 논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MQ-9 리퍼는 전폭이 18m에 달하는 대형 무인기로 적외선 카메라 등 전천후 주야간 감시정찰 능력과 공격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최대 이륙중량이 4.7톤이고 최대고도가 15 km, 4발의 헬파이어 미사일을 포함한 14발을 미사일을 탑재하고 7500m 상공에서 14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습니다. 950마력의 고성능 엔진을 탑재하여 시속 580km로 비행하며 항속거리가 6,000km에 달하기 때문에 하와이에서 이륙하면 한반도와 중국 등이 모두 사정권에 들어갑니다. 한반도처럼 협소한 지형에서는 이런 무인기를 몇 대만 공중에 띄워 놓아도 지상활동에 대한 엄청난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참수작전에서 드론이 발사한 미사일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리퍼가 요인 암살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미사일은 원래 대전차무기로 만들어진 헬파이어 미사일입니다. 헬파이어 미사일은 이중 탄두로 1차 탄두가 전차나 자동차, 건물 외벽 등을 뚫으면 2차 탄두가 그 안으로 들어가 폭발하는데, 당연히 표적이 아닌 주변 사람들도 함께 죽거나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민간인 밀집 지역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무기입니다. 술레이마니 사령관의 경우 폭발과 함께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마도 주변 사람들이 없는 공항 내 도로여서 미군이 이 미사일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가 하면, '헬파이어 R9X 미사일' 즉 일명 ‘닌자 폭탄(Ninja bomb)’으로 불리는 미사일도 있습니다. 이것은 헬파이어 미사일에서 폭발용 탄두를 제거한 뒤 칼날을 장착한 것인데 표적에 닿으면 6개의 칼날이 튀어나와 옆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대상 인물만 살해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2017년 2월 미 CIA가 이슬람 무장단체 알 카에다의 2인자 아부 알 카이르 알마스리를 제거할 때 이 무기를 사용했는데 당시 닌자 폭탄은 알마스리가 탄 승용차의 지붕에 구멍이 뚫고 들어가 목표물만 제거했을 뿐 승용차의 다른 부분들은 멀쩡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번 참수작전으로 미국은 대단히 치명적이면서도 정교한 ‘공중의 암살자’인 공격 무인기의 위력을 유감없이 과시함으로써 미군에 맞서 싸우는 테러세력들의 간담을 써늘하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