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월 5일과 11일에 동해 쪽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발사체를 연달아 쏘았습니다. 임인년 벽두에 세계와 한국을 향해 보낸 북한의 신년인사 치고는 매우 거친 인사인 셈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28일에 ‘화성 8형’이라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는데, 불과 4개월도 되지 않는 시기 동안 두 번째와 세 번째로 극초음속 무기를 발사한 것입니다. 두 번째 발사 직후 북한은 “초기발사 방위각으로부터 목표 방위각에로 120km를 측면 기동하여 700km에 설정된 표적을 오차 없이 명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세 번째 발사는 두 번째 발사를 규탄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가 긴급회의를 가진 직후에 이루어졌는데, 북한은 “음속 10의 속도로 1,000km에 있는 목표물에 명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작년 9월에 발사된 첫 번째 미사일이 음속 3배 속도에 200km 비행거리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북한이 더욱 개량된 극초음속 미사일을 연거푸 발사하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북한의 대담하고 도발적인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핵 및 미사일 개발의 성과를 선전하고 향후 대미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으며, 속도와 사거리를 늘리면서 연달아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놀랍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핵문제를 주의 깊게 관찰해온 전문가들이라면 북한이 원하는 것이 단순히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즉 한국군과 주한미군 뿐 아니라 미 본토까지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 핵추진 잠수함 및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 강대국형 핵무기들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핵보유를 넘어 동북아의 핵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핵야망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작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추진 잠수함, 군사정찰위성, 극초음속 활공비행체 등 각종 첨단무기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이미 분명해진 사실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국제사회의 유화정책이나 압박정책 또는 경제제재나 협상 등으로는 북핵을 폐기시킬 수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현재 한국과 미국의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화와 협상의 문은 열어 두되 북핵위협을 상쇄하고 억제하는 대응력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력 첨단화가 평양정권이 원하는 대로 진행될지는 의문입니다. 북한이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성공하여 미국, 러시아, 중국 등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극초음속 무기 보유국이 된다는 사실은 내부적으로 선전거리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안보리 결의들을 노골적으로 위배하는 북한의 무법적인 행동은 필연적으로 국제사회의 대응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북한 주민의 경제난을 감안한다면 북한 내부에서도 빈번한 미사일 발사를 반드시 성과로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적을 보면 김일성 주석 시대에 15회, 김정일 위원장 시대에 16회였던 것이 김정은 위원장 시대에는 작년의 8회와 금년의 2회를 합쳐 무려 133회입니다. 즉 엄청난 돈을 쓰면서 발사활동을 해온 것인데, 핵무기와 미사일을 만드는데 그토록 많은 돈을 쓰는 것을 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제 향후 유엔과 국제사회 그리고 미국, 한국, 일본 등의 대응이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유엔안보리는 2006년 이래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활동에 대한 대북제재 결의를 11개나 채택했지만, 2017년 2397호 결의 이후 추가적인 대북 제재를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이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기대감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동안 미국은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아니면 시비하지 않으면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핵야망을 포기하지 않은 채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발사하면서 오히려 핵무력 증강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안보리결의 위배 행동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앞으로 북핵 문제를 다루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을 것입니다. 미국은 금년 중에 장거리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다크 이글(Dark Eagle)의 유럽 배치를 추진 중입니다만 향후 아시아 배치도 검토할 수 있으며, 일본과 한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도 가속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의 막무가내식 미사일 도발이 동북아시아에 무한 미사일 경쟁을 촉발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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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