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남북 핵대결로 치닫는 한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각각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600㎜)에 대해 "남조선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초대형 방사포가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전원회의에 '증정'된 행사에 참석,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각각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600㎜)에 대해 "남조선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초대형 방사포가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전원회의에 '증정'된 행사에 참석,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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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핵대결로 치닫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현재의 ‘핵 독주’를 지속한다면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1월 11일 국방부·외교부의 2023년도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만약 핵무장을 하게 된다면 우리의 과학기술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게 핵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미 핵공조 등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전제 하에 나온 발언이기는 하지만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이래 군통수권자가 공개적으로 핵무장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국내외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사태의 원인은 물론 북핵입니다. 2006년 이래 여섯 번이나 핵실험을 한 북한이 이제는 ‘핵사용’은 물론 ‘대남 선제 핵사용’까지 위협하면서 ‘핵강국’ 코스프레를 하고 있음은 세상이 다 하는 일입니다. 북한은 2022년 동안 40여 회에 걸쳐 10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미사일 발사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핵무력 정책법’의 제정을 통해 실제 핵사용을 전제하는 핵전략을 표방하고 남쪽을 향해서는 ‘선제 핵사용’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부족했던지, 북한은 작년 12월 로동당 제8기 제6차 중앙위전원회의를 통해서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한·미에 대한 ‘대적 행동’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중앙위전원회의는 2022년 동안의 초라했던 경제부문의 성과에 대한 평가를 뒤로한 채 국방 분야에서의 ‘풍성한 실적’과 핵분야에 있어서의 ‘야심찬 계획’을 한껏 강변한 회의였습니다. 국방과 관련해서는 “극적인 변화들을 통해 만년대계의 안전담보를 구축하고 전략적 지위를 세계에 명백히 각인시키는 역사적 과제를 해결했다”고 자평했습니다. ‘극적인 변화들’이란 핵무력 정책법 제정, 미 본토 타격용 ICBM 개발, 전술핵 실전화, 한·미 및 한·미·일 안보공조를 압도하는 공세적 능력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리고 ‘전략적 지위’는 막강한 정치외교적 영향력을 가지는 핵강국으로의 위상을 선전하는 표현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전원회의는 핵무기에 억제 및 공세 사명 부여, 신속한 핵반격 능력을 위한 대륙간탄도미사일체계 개발, 전술핵 운용, 군사용 정찰위성 발사 등 ‘국방력 강화 4대 목표’를 천명했습니다. 첫 번째와 네 번째 목표는 핵강국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입니다. 핵무기에 ‘억제 및 공세’ 사명을 부여한다고 함은 종전의 ‘억제’ 전략에서 ‘핵사용’ 전략을 추가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2013년 ‘핵보유법’과 2022년 ‘핵무력 정책법’에 이어 세 번째로 재확인한 북한의 핵전략이며, 여기에 더해 정찰위성까지 운용함으로써 핵강국다운 면모를 갖추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목표는 발사준비 시간이 짧은 고체형 다탄두 ICBM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확연하게 대미(對美)용입니다. 즉 핵위협을 통해 70년 숙원인 한미동맹 무력화를 시도하면서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증파를 차단하겠다는 뜻입니다. 세 번째 목표는 노골적으로 한국을 겨냥하여 전술핵 및 투발수단의 대량생산과 다종화를 선포한 것이며,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핵탄두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강’을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의 대남 위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비정상입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미 전술핵 재배치와 독자 핵보유를 차례로 언급하면서 그에 앞서 당장은 한·미 양국이 미 핵 자산을 공동 기획·실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공격을 당하면 백배 천배 때릴 수 있어야 한다”면서 대량응징보복 능력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즉 당장 핵무장을 결행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현재로서는 동맹차원의 대응을 강화하겠지만, 북핵 문제가 더욱 악화된다면 그 다음 단계로 핵무장을 고려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당연히,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으로 나온다면 남북 간 핵대결은 피할 수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럴 가능성은 보이지 않습니다. 금년에도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2021년 1월에 공언했던 ‘5대 전략무기’ 즉 극초음속미사일, 고체연료 대륙간탄도탄, 다탄두(MIRV) 미사일, 핵추진 잠수함, 정찰위성 등을 완성·배치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이며 한·미를 향한 핵공갈의 강도를 더욱 높여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이 1953년 정전협정, 1991년 비핵화공동선언, 2018년 군사합의 등을 깡그리 무시하면서 핵무력 증강과 도발을 계속한다면, 남북간 핵대결 시대의 도래는 필연일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