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4조원 규모의 무기를 수출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1월 16일 중동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의 알막툼 총리와 회담한 후 한국이 개발한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 ‘천궁-Ⅱ’를 수출하기로 계약한 것입니다. 계약은 이 시스템을 개발한 한국의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등과 아랍에미리트의 TTI사 간에 이루어졌으며, 계약액은 35억 달러(약 4조 1000억원) 상당으로 단일무기 수출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천궁-Ⅱ는 탄도탄과 항공기에 대응하는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 무기체계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막아 내기 위해 구축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한국에는 이전부터 미국 레이시온사가 개발한 파편폭풍형 요격미사일 PAC-2를 배치하고 있었는데, 이에 더하여 한국이 히트 투 킬(hit-to-kill), 즉 파편이 아니라 탄두로 직접 적 미사일에 충돌하는 요격미사일 ‘천궁-II’를 개발하여 2020년부터 실전 배치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미 공군과 상호호환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천궁-Ⅱ' 체계는 교전통제소, 다기능 레이더, 발사대, 요격용 유도탄 등으로 구성되는데 최대 사거리는 40㎞로 고도 40㎞ 이하로 접근하는 적 항공기나 미사일을 요격하며, 미사일 한 발당 가격은 15억원입니다.
이렇듯 아랍에미리트가 천궁-II를 수입하는 첫 번째 나라가 된 배경은 그동안 양국이 쌓아온 교류협력과 신뢰였습니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는 1980년에 수교하여 2000년대 초중반에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 항공협정, 경제·무역·기술협력 협정 등을 맺었고, 2007년에는 군사협력협정과 문화협력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교역액이 줄었지만 중동에서는 사우디 다음으로 큰 교역상대국으로 교역액도 연 100억 달러에 이릅니다. 현재 이 나라에는 건설회사, 무역회사, 제약회사, 자동차 회사 등 많은 한국기업들이 진출해 있으며, 약 1만 2천 명의 한국인들이 거주합니다. 그럼에도 양국간 경제교류에서 압권은 2009년 한국전력이 한국이 개발한 세계적인 APR-1400 원전 4기를 수출한 것인데, 제1호기는 작년 4월에 상업운전을 시작했습니다. 향후 4기 원전 모두가 가동되면 이 나라 전력수요의 25%를 담당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원자력 시대를 열어준 것이며, 양국은 설계·건설·운영·핵연료·정비 등 원전의 전 주기에 걸쳐 협력하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한국의 유엔평화활동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며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지지하는 우방국입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에는 한국군 아크부대가 파견되어 군사훈련을 돕고 있으며, 이 나라의 공군 조종사들이 한국에 와서 교육을 받기도 합니다.
한편 북한과 아랍에미리트의 관계는 매우 대조적입니다. 북한은 한국보다 27년이 늦은 2007년에 아랍에미리트와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나 상주공관을 개설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아랍에미리트가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북한과 통상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교역규모도 미미합니다. 특히 북한이 아랍에미리트가 최대 위협국으로 생각하는 이란에 미사일 기술을 제공하고 쾌속정 잠수정 등 무기들을 수출한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해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두 차례 대륙간탄도탄급 미사일을 쏘고 제6차 핵실험을 강행했던 2017년 아랍에미리트는 유엔의 대북제재에 동참했는데, 그 바람에 아랍에미리트에 있던 북한 식당이 철수하고 두 나라 관계가 단절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한국은 이번에 ‘천궁-II’ 수출로 다시 한번 무기수출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현재 세계 무기수출 시장에서 2.7%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세계 9위의 무기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인기 수출 품목으로는 K-9 자주포, T-50 고등훈련기, 해군 함정 등입니다. K-9 자주포는 터키, 인도,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에 수출되었고, 작년 말에는 호주가 약 10억 달러(1조 900억 달러) 규모의 K-9 자주포를 사겠다고 했습니다. 고등훈련기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이라크 등에 수출되었습니다. 유럽과 동남아에 군수지원함, 잠수함, 호위함 등의 수출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만하면 한국의 무기 기술도 수준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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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