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홀로코스트 추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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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7일, 그러니까 바로 지난 월요일이었습니다. 2차 대전 중 나치독일의 강제수용소가 있었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에서는 해방 75주년을 기념하는 추모행사가 거행되었습니다. 행사에는 홀로코스트 즉 유태인 대학살의 생존자 200여명과 세계 50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하여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죽음의 문’ 앞에서 희생자들을 기렸습니다. 이에 앞서 1월 23일에는 이스라엘의 야드아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에서도 미국의 펜스 부통령,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사실, 요즘 젊은이들은 홀로코스트가 무엇인지를 잘 모릅니다. 세계의 소식이 두절된 북한과 같은 나라에서는 더욱 그럴 것입니다. 홀로코스트(Holocaust)란 '완전히 타버리다'라는 의미를 가진 그리스어인 '홀로카우스톤(holokauston)'에서 나온 말입니다. 사전적으로는 짐승을 통째로 태워 바치는 번제물(燔祭物)이란 의미를 가지지만, 오늘날에는 제2차 대전 중 나치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을 의미하는 고유명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나치는 유럽 점령지 수십 곳에 수용소를 지었고 나중에 6개의 대형 수용소로 통합했는데,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모노비츠 등이 대표적인 대형 수용소들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나치 독일의 무장 친위대는 굶겨 죽이기, 구타, 총살, 생체실험, 사격 연습용 표적 등 각가지 방법으로 60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을 학살했고, 가장 악명높은 학살 수단은 치클론-B라는 독가스였습니다. 1940년에 지어진 아우슈비츠는 유대인 110만 명이 학살된 가장 악명높은 수용소였습니다. 그래서 2005년 유엔은 연합군에 의해 이 수용소가 해방되었던 1945년 1월 27일을 홀로코스트 추모일로 지정하고, 매년 이 날이 되면 뉴욕의 유엔본부와 세계 각지의 유엔 시설에서 기념식을 가지고 인종학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종교적 편협성, 선동, 박해, 폭력 등을 규탄하는 행사를 가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녕 놀라운 것은 나치 이후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된 독일인들의 지나칠 만큼 처절한 사과와 반성입니다. 사실 그것이 오늘날 독일을 선진 지도국으로 만든 힘이었습니다. 독일은 나치 범죄 처벌에는 시효와 예외가 없다는 원칙에 따라 지금도 전쟁범죄가 확인되면 100세에 가까운 노인들도 예외없이 처벌하고 있으며, 끝없는 사과와 반성 그리고 배상활동으로 나치의 최대 피해국인 이스라엘과 폴란드를 독일인들의 가장 친한 친구로 만들었습니다. “나치의 학살을 기억해야 하는 것은 독일인들의 영원한 책임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최근 홀로코스트 추모식에서 한 말입니다. 지금도 많은 독일인들은 한결같이 사과와 반성이라는 마음자세를 가지고 베를린의 유대박물관(das jüdische Museum), 예루살렘의 야드바셈 홀로코스트 박물관(Yad Vashem Holocaust Museum), 워싱턴의 홀로코스트 기념관(the U. S. Holocaust Memorial Museum) 등 세계 각지에 세워진 홀로코스트 기념시설들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1950년 한국전쟁도 무수한 죽음과 파괴를 가져온 슬픈 역사입니다. 이 전쟁으로 300만여 명이 희생되었고 1천만 명의 이산가족이 발생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대부분의 이산가족들은 휴전선 넘어 지척의 거리에 있는 그리운 부모형제를 만나지 못하고 저 세상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 전쟁을 도발한 것을 사과하고 반성하는 행사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