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양국에서 북핵 위협에 대한 국민적 자각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은 세계 핵확산을 방지하는 핵 비확산 체제의 관리국 역할을 수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시아 동맹국들의 안보를 지켜주는 역할도 수행해왔습니다. 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미국의 선택은 동맹국들의 핵무장을 만류하되 그 대신 핵우산 공약으로 동맹국의 안보를 지켜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유지되어온 미국의 이 정책기조가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초래한 장본인은 물론 북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 2일 한국의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미국 핵전력을 한·미가 공동으로 기획·연습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고, 11일 국방·외교부 업무보고에서는 “필요하다면 우리의 과학기술로 오래 걸리지 않고 핵을 보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용상으로는 일단의 전문가들이 주장해온 ‘단계적 핵균형론’ 즉 현 단계에서는 미국의 전술핵 운용이나 재배치를 통해 북핵과의 균형을 추진하고 그것으로 부족하면 제2단계에서는 동맹 합의 아래 핵을 보유한다는 논리를 수용한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 좌성향 정치인들은 ‘극소수 강경론자들을 위한 위험한 발언’으로 비난하고 있지만, 이런 류의 비아냥거림은 ‘비난을 위한 비난’에 지나지 않습니다.
최근의 여론조사들을 보면 대부분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대 다수가 북한의 핵 포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핵무장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인터넷 매체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주)’에 의뢰하여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6.6%가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고, 73.1%가 한·미·일 안보협력이 필요한 것으로 답했습니다. 이 시기에 실시된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이 자체 핵무장을 지지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통일과 나눔’ 재단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20~30대 응답자의 68%가 핵무장을 지지했는데, 젊은 층도 북핵 문제를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이런 결과들을 종합하면 연령, 성향, 출신지역 등의 차이를 초월하여 한국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이제는 북핵에 대해 ‘핵무장’이라는 군사적 조치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북핵 대응에 있어서 일본과의 협력의 중요성에도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윤 대통령의 핵 관련 발언은 갈 데까지 간 북핵 위협에 대해 원칙 대응을 원하는 국민적 여망을 반영한 것입니다.
미국도 핵무장이 한국에서 국민적 여망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북핵 위협이 그만큼 심각해졌으므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그동안 금기시되어왔던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 핵무장’과 같은 말들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미 외교협회 제니퍼 안 박사, 펜실베이니아대의 아서 월드론 교수, 다트머스대의 데릴 프레스 및 제니퍼 린드 교수, 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등 지도급 인사들이 한국의 핵무장 여론에 공감하는 견해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중에 지난 1월 18일 미국의 3대 싱크탱크 중의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반도위원회가 미국의 대북정책과 핵우산 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이런 공감들을 두루 대변하는 것이었습니다. 보고서는 한미 공동 핵기획 기구 설립, 확대억제전략협의그룹(EDSC)의 재가동, 한·미·일 3국간 정부 및 민간 차원의 전략협의 확대, 잠수함발사 핵탑재 순항미사일 또는 미 전략 폭격기의 한반도 상시 배치, 북한 미사일을 상승단계에서 요격하는 국가미사일방어망 구축, 북한을 겨냥하는 핵탑재 해상발사 순항미사일 개발 재개, 전술핵 재배치에 대비하는 기반 구축 및 도상계획 연습 등을 건의했습니다. 즉 기존과는 판이하게 다른 강력한 핵우산으로 한국의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제1단계 핵균형을 구축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바야흐로 한반도 핵문제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만간 제1단계 핵균형을 위한 한미 간 협의가 시작될 전망입니다. 북한이 분수에 맞지도 않는 핵강국 행보를 고집한다면 대한민국의 핵무장은 불가피한 수순이 될 것입니다. 미국도 한국의 핵무장을 무한정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자신들보다 50배나 경제력이 큰 대한민국과 벌이는 핵경쟁이 양쪽에 어떤 피해를 주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전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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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