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정인이 사건과 아동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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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는 아동 인권과 관련하여 많은 것을 일깨워준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정인이 사건입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안모 씨와 장모 씨 부부는 2020년초에 생후 8개월 된 여아를 입양했는데, 이 아이가 생후 16개월이 되던 2020년 10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날 저녁 숨을 거두게 됩니다. 부검 결과 췌장 절단, 후두부와 쇄골 골절, 대퇴골 골절 등의 큰 상처가 발견되었는데, 국립과학수사원은 '외력에 의한 복부손상'을 사인으로 발표했습니다. 즉 폭행에 의해 아이가 사망한 것입니다.

이 사건이 보도된 직후부터 한국의 많은 부모들은 슬픔을 금하지 못했습니다. 조사에 의하면, 양부모는 아이를 지속적으로 학대했고,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에 이미 서너 차례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었습니다.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들이 아이 몸의 상처를 보고 신고했었고, 이어서 보육교사가 정인이를 소아과에 데리고 갔을 때에는 의사가 아동학대로 판단하여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양부모의 해명을 듣고 무혐의로 처리해버렸습니다. 경찰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동안 2020년 10월 13일에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모가 발길질을 했고, 정인이는 그날 병원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들은 한국의 부모들은 생후 16개월이라면 아장아장 걷고 방긋방긋 웃으면서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할 나이인데, 이 천사같은 어린아이를 그렇게 심하게 때릴 수가 있느냐면서 분개했습니다. 경찰은 뒤늦게 정인이의 양부모를 구속했습니다. 양부모는 "약하게 몇 대 때렸을 뿐"이라고 변명했지만, 전문가들은 그 정도 폭행으로는 장기 절단 및 후두부, 쇄골 등이 골절되지는 않는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청와대 민원 게시판에는 양부모를 아동학대 치사죄를 넘어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봇물처럼 쏟아졌습니다.

이렇듯 국민의 공분이 폭발하는 가운데 2021년 1월 13일에 서울 남부지법에서 1심 첫 재판이 열렸는데, 검찰은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여 기소했습니다. 법원 앞에는 수십개의 파란색 바람개비와 근조화환들이 놓여 있었고, 각 화환에는 "정인아 미안해 사랑해", "꽃같이 예쁜 정인이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등 정인이를 추모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살인죄로 경종을 울려주세요", " 엄벌에 처해주세요" 등 강한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들도 많았습니다. 시민들은 "우리가 정인이의 엄마 아빠다" 라고 외쳤습니다. 제때에 조치하지 않아 정인이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경찰을 원망하는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법정 안도 한숨과 탄식으로 가득 찼습니다. 이렇듯 정인이의 죽음이 온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정인이의 양부는 자신이 근무하던 직장에서 징계를 받아 해고되었고, 양천경찰서장은 대기발령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시민단체들은 그를 직무유기로 고발했습니다. 1월 4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물론,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이 이제 시작되었으므로 처벌 수준을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판사가 살인죄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아동학대처벌법으로 판결할지도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중요한 것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어린이 인권 보호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며, 인권을 보편적 절대 가치로 인정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미국에서는 멍이나 흔적이 남을 정도로 자녀를 때리는 부모는 기소될 수 있으며, 미국 뉴멕시코주의 경우 학대로 아동이 숨지는 경우 1급 살인으로 간주하여 징역 30년 이상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1974년 아동학대방지법(CAPTA)을 제정한 이래 아동보호를 위한 국가의 공적인 역할과 책임을 크게 확대해왔습니다. 영국은 2014년 눈에 보이는 폭력과 고통, 상처 뿐만 아니라 감정적 학대를 가하는 부모에게도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신데렐라법'을 제정했고, 독일, 뉴질랜드, 일본 등에서는 부모의 체벌을 금지하는 법을 운용합니다. 한국에서도 아동학대사망시 처벌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살인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은 경우가 많지만, 죄질에 따라서는 10년 이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살인죄가 적용된다면 수십년 또는 무기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신고 의무화, 형벌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대한민국도 그런 나라 중의 하나입니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모두는 어린이 인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