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의 평창에서는 제23회 동계올림픽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세계의 북한 전문가들은 올림픽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북한이 동계올림픽을 통해 평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핵을 포기하고 진정한 평화를 모색하는 것은 아닐 것이므로 올림픽 이후에 도래할 다양한 시나리오들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이론적으로 말해, 평창 올림픽 이후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북한이 평창을 계기로 ‘개과천선(改過遷善)’하여 비핵화 의지를 밝힘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관이 개선되고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는 시나리오이며, 둘째는 미국과 북한 간 또는 국제사회와 북한 간 핵대화가 재개되지만 북한이 ‘대화 따로, 핵개발 따로’라는 종전의 이중전략(Two-track Strategy)을 재탕함으로써 대결국면으로 복귀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셋째 시나리오는 북한의 추가적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로 인해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또 다시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것입니다. 첫째 시나리오는 모든 한국 국민과 국제사회의 희망사항이지만 가능성이 희박하고 그 보다는 두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며, 세 번째 시나리오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월 16일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와 안정에 관한 외교장관회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회의에는 공동 주최국인 캐나다와 미국 그리고 전쟁 당사국인 한국을 비롯하여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남아공, 이디오피아, 터키, 그리스, 필리핀, 태국,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콜롬비아 등 한국전쟁 참전국들과 일본, 인도, 스웨덴 등을 합쳐 총 20개국의 외무장관과 고위 관리들이 참석했습니다. 이중 스웨덴과 인도는 당시 중립국으로 정전협정에 관여했고 일본은 전쟁 동안 유엔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했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7만에 전쟁을 도발한 북한과 북한을 지원한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유엔군측 참전국과 관련국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이며, 그래서 사람들은 이 회의를 ‘6.25 전쟁 참전국 회의’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벤쿠버 외교장관 회의의 주제는 당연히 북핵이었으며, 참가국들은 남북대화를 지지하되 북핵 제재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고, 북핵에 대한 외교적 해법이 바람직하지만 이를 위해 러시아와 중국이 가진 중요성과 책임에 대해서도 공감했습니다. 회담에 참여한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대화를 원하지만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위협적 행동의 영구 중단이라는 절차를 밟아야 하고, 북한이 외교적 합의의 길을 택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군사옵션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는 “북한은 비핵화 협상 때까지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말로 북한이 대화로 나올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늦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고,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 방식의 타결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회의는 “북한의 불법적인 행동에 반대하며 한반도의 번영과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합의와 함께 마무리 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회의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측 참전국들이 사상 최초로 한 자리에 모여 한반도 평화와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고 북한에게 비핵화 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했으며, 앞으로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여 모종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들 국가들이 그룹화되어 집단적으로 군사적 행동에 참가할 가능성을 전망케 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작년 11월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탄급인 화성-15호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북핵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움직임이 매우 빨라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우선 작년 후반기부터 미국의 주요 지도자들이 군사적 옵션을 언급하는 일이 잦아지는 중에 작년 12월 18일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NSS)는 북한을 17회나 거론하는 가운데 북한을 ‘불량국가이자 독재국가로서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을 위협하면서 핵무기를 전세계로 확산시킬 우려가 있는 나라’로 규정하고,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북한의 침략행위에 대응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강제할 수 있는 옵션들을 강구해나가겠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대북제재의 고삐를 조이는 일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2006년 이래 열한 개에 달하는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한 국제제재와 미국 등 주요국들의 독자 제재를 받고 있는 중이지만, 지난 1월 24일, 그러니까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결정하고 남북 간 후속대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추가적 대북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미 재무부가 북한의 원유 확보를 담당하는 원유공업성과 해운업체 네 개를 포함한 9개 기관, 이들 해운회사가 소유한 6척의 선박, 핵 및 미사일 개발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받는 인사 16명 등을 제재대상으로 추가한 것입니다. 이렇듯 미국은 북한의 동계 올림픽 참가와 무관하게 대북압박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 평화공세의 진정성을 믿지 않는다면 의미입니다. 이번 벤쿠버 회의도 작년 12월 19일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무장관이 오타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예고한 행사였습니다. 그때 이미 미국은 대븍 제재의 고삐를 조이기 위해 6.25 참전국 회의를 구상하고 캐나다와 공동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요컨대, 벤쿠버의 6.25 참전국 회의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유념해야 할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1월 1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북측 단장인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은 “마치 6.15합의 시대가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다”라면서 평화무드를 고조시켰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런 말을 믿으려 하지 않으며 오히려 평창 올림픽 이후를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북한이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한국과의 대화에 나선 것이 위장 평화공세가 아님을 증명해주는 일입니다. 북한이 그렇게 해준다면, 벤쿠버 외교장관 회의는 다시 열리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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